조소현(내분비대사내과의사)
오늘은 당뇨병과 우울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일생을 살면서 한번쯤은 우울한 기분에 빠질 수 있지만 우울증은 단순히 겪는 기분상의 변화가 아닙니다. 우울증은 울적하거나 슬픈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의학적인 의미에서 이러한 감정이 2주 이상 지속되어 개인이나 사회생활을 못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원인으로 주로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을 겪거나 소중한 사람에 대한 상실 등 환경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할 수 있고, 당뇨병도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당뇨인에서 가장 흔한 정신과적 질환으로, 유병률은 비 당뇨인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있고, 4명당 1명에서 우울증상이나 우울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당뇨병 및 당뇨병성 합병증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감으로 인한 결과로 생각됩니다. 그 기전으로는 당뇨병의 치료에 대한 강도와 반복성이 증가함에 따른 스트레스, 인슐린 치료에 대한 부담감,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길어 짐에 따른 다른 동반질환 및 합병증에 대한 부담감의 증가, 삶의 질 감소, 우울증과 공통된 대사이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 등을 가설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우울증은 여러 만성질환의 예후에 중요한 나쁜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당뇨인에서 자가관리를 소홀하게 하고 치료 순응도를 감소시켜 혈당 조절을 불량하게 하고, 미세혈관 합병증 및 심혈관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켜 결국은 사망률까지 증가시킵니다. 그러나, 당뇨인 중 의사에 의해 우울증이 진단되는 경우는 2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당뇨병 관리에 있어서 적절한 시기에 우울증을 진단하는 것이 예후에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울증의 발생에는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유전적 요인이 모두 관여되어 유전자-환경 상호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우울증은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계의 파괴와 관련되고, 세로토닌 전달 관련 유전자 이상이 당뇨인에서 우울증상과 관련됨이 보고되었습니다.
식사장애가 있거나, 체중감소를 위해 의도적으로 인슐린이나 경구 약을 빠뜨리는 경우, 저혈당에 대한 불안이나 공포가 있는 경우, 당뇨병 케톤산증으로 반복되는 입원, 맞춤형 교육 후에도 지속하여 자기관리가 안되는 사람이나 그 가족의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2주 사이에 기분변화가 있었는지, 최근 당뇨 관련 합병증의 진단 등을 포함한 당뇨병으로 인한 스트레스 상황, 직업 변화와 같은 생활환경의 변화, 이전 우울증의 병력 등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고 1년 이내 우울증 발병이 많으므로 새롭게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에서의 스트레스 여부도 의사와의 상담 중에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당뇨병을 가진 환자의 경우 우울증에 빠지면 의욕이 떨어지면서 식사 요법, 운동 요법을 비롯한 관리를 할 수 없어 혈당 조절이 힘들어지고, 또한 반대로 당조절이 불량해지면 우울증이 증가하므로 당뇨병과 관련된 대사적 만성 합병증의 예방뿐 아니라, 우울증과 이로 인한 삶의 질 감소 등을 낮추기 위해서도 철저한 혈당 조절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우울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평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부터 시작해 봅시다. 우선 자신의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스스로 해결 가능한지를 알아야 하고, 필요에 따라 요가나 명상을 통해 조절하거나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이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또 힘들게 하는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 목록을 작성해 쉬운 것부터 하나씩 처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울증 자체를 가볍게 여기고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다 보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병원에 가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이 많은데, 마음의 감기와 같아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므로, 꼭 전문가와 이러한 점을 상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