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소윤(내분비대사내과의사)
치매는 환자에게도 가족에게도 너무나 큰 아픔을 안겨주는 질환입니다. 치매는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적절히 치료를 하더라도 조금씩 병이 진행되는 퇴행성 질환이기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당뇨병과 치매 두 질환의 관련성과, 이와 관련하여 치매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치매(주요인지장애)는 발병 기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되는데, 가장 흔한 치매가 알츠하이머 치매입니다. 그 다음으로 혈관성치매, 루이소체치매, 전두측두엽치매 순으로 흔한데, 75세 이상 인구의 치매 환자들 중 위의 치매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98% 이상입니다. 이 외 2%를 구성하는 치매에도 종류가 다양하지만, 그 중에 혈당 문제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는 혈당 문제로 인한 직접적인 인지장애 외에도, 당뇨병이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의 발병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1985년부터 2019년까지 1710명의 당뇨병 환자를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이 일찍 발병할수록 치매 발병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심한 고혈당이나 저혈당으로 인하여 입원한 적이 있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는 나중에 치매에 걸릴 확률이 6배 더 높은 것으로 보고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당뇨병이 어떻게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것일까요? 연구자들은 아래와 같이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고혈당이 지속되면 유해한 화합물인 ‘최종당화산물’이 체내에 쌓이게 되어 중추신경계에 독성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또한 고혈당에 의하여 산화스트레스가 발생하는데 이 역시 중추신경계에 독성 효과를 일으킵니다. 즉,
고혈당은 염증을 일으키고 이것이 뇌 세포를 손상시켜 치매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둘째,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당뇨병은 심장혈관과 뇌혈관 등 크고 작은 혈관에 미세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더욱이 조절되지 않는 당뇨인에서 뇌졸중의 발생 위험성은 매우 높으며, 더 나아가 혈관성 치매 발병을 일으켜 인지기능저하를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셋째, 당뇨병에서 발생하는 저혈당증은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2형 당뇨병의 원인이기도 한 인슐린 저항성이 알츠하이머병과 연관이 깊다는 점도 알려져 있습니다.
제2형 당뇨병이 신체의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발생하듯이, 알츠하이머는 뇌의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 근거로 인슐린 저항성이 ‘아밀로이드 플라크 형성’ 및 ‘타우의 인산화’에 관여한다는 점이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을 ‘제 3형 당뇨병’ 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당뇨병이 치매에 주는 영향을 알아봤다면, 이번에는 치매가 당뇨 관리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치매의 증상에는 인지기능저하도 있지만 의욕저하, 무가치감과 같은 우울증상, 피해망상이나 신체 망상과 같은 정신병적 증상도 동반될 수 있습니다. 치매에 심한 우울증상이나 망상이 동반되었을 경우, 스스로 혈당 조절을 잘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도움을 통한 혈당 조절도 거부할 수가 있습니다. 이 경우 환자 본인이나 가족, 심지어 내분비내과 의료진의 도움만으로는 극복이 어려울 수 있어 적극적인 정신건강의학과적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치매의 치료제는 혈당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치매와 동반될 수 있는 우울과 망상에 대한 치료제는 약제에 따라 식욕이나 혈당에 영향을 줄 수가 있어 이 역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당뇨병과 치매 발병위험을 동시에 줄일 수 있습니다.
주 5일 이상의 신체활동과 건강한 식단 유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당뇨병 치료이면서 치매 예방의 최선책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해산물과 닭고기 등 저지방 육류와 풍족한 채소를 강조하는 지중해식 식단이 당뇨병과 치매의 위험을 예방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금연하시고,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다면 적절한 치료약을 처방 받으십시오.
마지막으로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취미 생활을 익히며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등의 활동은 모두 뇌가 최상의 상태로
작동하도록 돕고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당뇨병 악화를 막을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