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과 저혈당

조윤영(내분비 대사내과 의사)

당뇨병 치료에 있어 저혈당은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입니다. 저혈당은 경구혈당강하제 혹은 알코올 등의 약물에 의해 가장 흔하게 발생하지만, 인슐린종, 장기부전, 패혈증, 위수술 이후, 유전성 대사질환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경구혈당강하제를 복용하는 당뇨인에서 발생하는 저혈당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고자 합니다. 공복 상태에서도 간에서의 당 생성 등 우리 몸의 방어 기전에 의해 혈당은 대개 70mg/dL~110mg/dL 를 유지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혈당이 70mg/dL 미만인 경우 저혈당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혈당의 역치(기준)은 개인차가 매우 큽니다. 당뇨가 없는 사람의 경우, 혈중 포도당 농도가 60mg/dL 정도이면 허기지고, 불안하며 땀이 나고, 가슴이 뛰는 등 자율신경계 증상이 나타납니다. 혈중 포도당 농도가 50mg/dL 정도이면 두통, 쇠약감, 피로감, 심하면 시야 장애와 경련, 혼수 등 신경당결핍증상이 발생하는데, 저혈당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저혈당은 매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저혈당이 발생하는 이유를 단순하게 보면 혈중 포도당에 비해 인슐린이 과다할 때 생깁니다.

약과 주사기

첫째, 인슐린이나 경구혈당강하제와 같은 당뇨 치료제의 용량이 너무 많거나, 용량은 적절하더라도 투여 시간이 부적절하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둘째, 식사량이 평소보다 적거나 음식 섭취를 늦게 한 경우에도 저혈당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인슐린 주사를 식전에 맞았는데 식사가 늦어지는 경우 저혈당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식사가 불규칙하거나 식사 때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면, 인슐린 주사를 식사 후에 맞는 것도 저혈당을 예방하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운동을 하면 체내에서 포도당 이용의 증가로 저혈당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된다면 운동할 때에는 담당주치의와 상의하여 저혈당의 위험이 적은 약제로 변경하거나 인슐린 용량을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혈당은 제1형 당뇨인에서 더 흔하게 나타나고, 제2형 당뇨인도 종종 경험하는 부작용입니다. 저혈당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저혈당 무감지증 또는 불감증"과 같은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는 저혈당이 발생해도 증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이전에 반복적으로 저혈당을 경험했음을 의미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상적으로 혈중 포도당 농도가 일정 이하로 감소하면 자율신경계 반응에 의해 우리 몸이 위험에 처했음을 알리는 신호를 여러 가지 증상으로 알리는데, 저혈당에 자주 노출되면 자율신경계 반응이 무디어져 저혈당 무감지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저혈당 무감지증은 혈당 조절 목표를 너무 낮게 잡고 혈당이 아주 잘 조절되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는데, 무조건 낮은 혈당이 좋은 것이 아니라 정확한 혈당 조절 목표를 알면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 2-3주 정도 저혈당을 피하게 되면 회복할 수 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혈당에 대한 포도당의 역치는 원래대로 상승하게 됩니다. 약간 내용에서 벗어나지만, 고혈당이 지속되다가 혈당 조절이 목표 수준에 도달하면 실제로 저혈당이 아닌 데에도 저혈당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고혈당에 익숙해진 자율신경계 반응에 의해 저혈당이 아니더라도 몸에서 느끼는 증상은 저혈당과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이 역시 저혈당 무감지증 처럼 2 - 3주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호전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저혈당 증상이 있을 때, 자가혈당측정을 하여 실제로 저혈당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저혈당이 아니라면 혈당이 조절되기 시작하는 시점에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고 안심해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저혈당 발생 시 대처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혈당 증상을 느끼면 먼저 자가혈당 측정을 하여 혈당을 확인합니다. 의식이 또렷하더라도 혈당이 70mg/dL 미만이면 15g 정도의 당분을 섭취하는데, 당질 15g에 해당하는 식품으로는 주스 반 컵, 콜라 반 컵, 요구르트 1병, 사탕 3알 등입니다. 15분 뒤 혈당을 다시 측정하여 혈당이 80mg/dL~130mg/dL 사이를 유지하면 더 이상 당분을 섭취할 필요 없으며, 여전히 혈당이 70mg/dL 미만이면 당질 15g을 한 번 더 섭취하도록 합니다.

저혈당은 당뇨인들이 경험하는 가장 흔한 상황 중 하나이지만, 저혈당이 발생했을 때 왜 저혈당이 생겼는지 그 이유에 관심을 갖고 의료진과 상의한다면, 좀 더 안전하게 당뇨를 관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