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치료, 꼭 필요한가요?

박성운(내분비-대사내과 의사)

최근 새로운 계열의 여러 경구혈당강하제가 개발되고 있으나 인슐린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효과를 지닌 당뇨 치료제입니다. 그러나 진료 중 인슐린 치료를 권유하였을 때, “인슐린 주사는 싫어요, 먹는 약으로 조절하고 싶어요” 라고 이야기하시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당뇨인 중 많은 분들이 인슐린 치료에 대한 선입견, 주사에 대한 두려움, 주사로 인한 불편함,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걱정, 저혈당에 대한 공포 등으로 인슐린 치료를 꺼려하십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서구에 비해 인슐린 사용 비율이 현저히 낮은데 많은 환자들이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과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로 조사되었습니다.
금번 호에서는 인슐린 치료와 치료가 꼭 필요한 이유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생성되며, 혈당을 체내의 세포 속으로 들어가게 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연료로 사용하게 하는 필수적인 호르몬입니다. 따라서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혈당 조절이 악화될 뿐만 아니라 몸 안의 세포들이 혈중의 당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제 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몸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결국 생성되는 인슐린의 양이 극히 절대적으로 부족해져 발생합니다.
체내의 인슐린이 극도로 부족한 상태이므로 인슐린 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 2형 당뇨병에서도 제1형 당뇨병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진단 시부터 베타세포 기능저하가 관찰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됨을 보여 적절한 시기의 인슐린 치료는 매우 중요하며 꼭 필요합니다.
실제로 제2형 당뇨병의 발병에는 인슐린 감수성의 감소뿐만 아니라 인슐린 분비 기능의 감소 역시 그에 못지않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인슐린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체내에서 인슐린 분비가 없는 제 1형 당뇨인
  • 식사와 운동요법, 경구혈당강하제로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인
  • 당뇨의 급성합병증으로 고삼투압성 혼수 또는 당뇨병성 케톤산증이 발생한 경우
  • 수술이나 감염 등 심한 스트레스가 동반된 제 2형 당뇨인으로 혈당 조절이 불량한 경우
  • 심한 만성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 간 또는 신기능 저하로 경구혈당강하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 급성 합병증의 전조 증상으로 갈증을 많이 느껴 물을 많이 마시고, 밤에 소변을 자주보며, 체중감소가 빠르게 진행하는 경우
  • 경구혈당강하제의 부작용으로 약을 쓰기 어려운 경우
  • 식이요법을 해도 혈당 조절이 어려운 산모

조기에 적절한 인슐린 치료를 시행할 경우 췌장을 쉬게 해주고, 고혈당의 독성을 줄여 췌장 베타세포의 손상 방지, 기능 보존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인슐린은 가장 생리적인 당뇨 치료제로서 급성 질환 상태나 간 기능, 신 기능이 손상된 상태에서도 적절한 혈당 모니터링과 용량 조절을 통해 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 당뇨병 학회 권고안에 따르면 두 가지 이상의 경구혈당강하제를 사용하였음에도 당화혈색소가 적절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인슐린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슐린 치료를 하더라도 반드시 철저한 생활요법을 통한 체중감량을 함으로써 인슐린 효과에 버금가는 치료 효과를 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슐린 치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으로 치료가 필요함에도 미룬다면 혈당 조절이 적절하지 못하고 합병증 위험은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조기에 적절한 인슐린 치료를 병행하여 혈당 상태를 개선하고 합병증을 감소시키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