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자몽주스

정연화(약사)

자몽은 감귤속(Citrus)에 속하는 자메이카가 원산지로 알려진 비타민C가 풍부한 열매입니다.
자몽주스는 풍부한 영양소에 비해 비교적 칼로리가 낮고 체내지방 연소를 도와 체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효능 때문에 다이어트식품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몽주스를 많이 먹게 되면 혈당이 오를 수 있고, 특정 약물과는 완전히 상극의 관계에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몽

이번 호에서는 자몽주스와 약의 상호작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먹은 약은 체내에 들어와 흡수/분포/대사/배설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약이 몸에서 약효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대사라는 과정이 필요하며, 특히 이 과정에 많이 관여하는 간에는 CYP3A4라는 효소가 있습니다. 약물대사효소의 일종인 CYP3A4(Cytochrome P450 3A4)는 자몽에 들어있는 Furanocoumarin 이라는 성분에 의해 활성이 억제될 수 있습니다. 즉, 약물이 대사되어 체내에서 적절한 농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CYP3A4가 억제되면 약물의 대사가 방해되어 혈중농도가 지나치게 상승할 수 있게 됩니다.
자몽주스의 약물대사 억제효과는 약물에 따라서는 수일간 지속되기도 하고, 혈중농도가 3배 이상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즉, 약 1알을 먹고도 3알만큼 강하게 작용이 나타나게 될 수 도 있는 것입니다.
몇 가지 약물의 예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약품

고혈압약의 경우

지나치게 혈압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게 됩니다. 모든 고혈압약이 자몽주스에 의해 혈중농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칼슘길항제 기전의 고혈압약물 특히 아달라트오로스정, 씨스코이알서방정 등의 약물이 자몽주스와 상호작용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칼슘길항제이더라도 노바스크정, 헤르벤정 등은 자몽주스와 병용하여도 혈중농도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고지혈증약의 경우

심바스타정은 혈중농도의 현저한 상승, 리피토정은 약간 증가, 메바로친정은 거의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면역억제제인 Cyclosporine성분

면역억제제인 Cyclosporine성분의 사이폴엔, 산디문 연질캡슐의 경우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 시 혈중농도가 현저히 상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Cyclosporine의 치료역이 좁기 때문에 진전, 구토, 비특이적인 복부통증 등의 부작용 발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Tacrolimus 성분의 프로그랍, 타크로벨의 경우도 자몽주스에 의해 혈중농도가 상승한다고 보고되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자몽주스는 약물에 따라 상호작용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환자 개인에 따라서도 그 반응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약과 함께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