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화혈색소와 당화알부민

권소윤(내분비대사내과의사)

당화혈색소

당화헤모글로빈(glycated hemoglobin, HbA1c) 또는 당화혈색소는 당뇨병 진단 기준의 척도이며 혈당 조절 정도를 반영하는 필수검사 중 하나입니다. 우리 몸의 혈액에는 산소를 공급하는 적혈구가 존재하며 적혈구는 혈색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혈색소가 혈중 포도당과 결합하면 당화혈색소가 되며,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 간의 혈중 혈당 농도를 반영하므로 당뇨인의 평소 혈당 조절 정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을 경우 당화혈색소의 수치가 증가하게 되며, 이 경우 당뇨병성 신장병증, 당뇨병성 망막병증과 같은 당뇨병 미세혈관 합병증이나 심근경색, 뇌경색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도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당뇨병의 관리에 있어 당화혈색소 검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겠습니다. 그러나 당화혈색소에도 단점이 있는데, 특정한 질환이나 치료를 받은 상태에서는 당화혈색소의 검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당뇨인이 빈혈 혹은 신장질환이 있거나 최근 수혈 혹은 에리스로포이에틴과 같은 조혈호르몬제를 투약하는 경우 당화혈색소가 혈당 조절 정도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당화알부민

위와 같은 상황에서 혈당 조절 정도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지표 중의 하나가 바로 당화알부민 (glycated albumin, glycoalbumin) 검사입니다. 혈액 중에는 여러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존재하는 단백질이 바로 알부민(albumin)입니다.
알부민은 혈관 내 삼투압을 유지하여 액체의 유출을 막으며, 혈액 속의 호르몬이나 이온, 지질 등과 같은 다양한 물질과 결합하고 필요한 곳으로 운반하는 등 여러 작용을 하는데, 이러한 알부민이 혈중 포도당과 결합한 것을 당화알부민이라 합니다. 앞서 설명한 빈혈 등의 상태로 당화혈색소의 신뢰성이 떨어질 경우에도 당화알부민은 이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아 혈당 조절의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2~3개월 간의 혈당 수치를 반영하는 당화혈색소와는 달리 당화알부민은 최근 2~4주 동안의 혈당 수치를 반영하기에 보다 근접한 시점의 혈당 변화를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겠습니다. 다만 당화알부민의 경우에도 알부민의 대사에 영향을 끼치는 질환이 있을 경우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겠습니다. 알부민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만성 간염이나 간경화 등이 있습니다. 간은 알부민을 합성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만성 간질환이 있는 경우 당화알부민 수치를 신뢰하기가 어렵습니다.

당화알부민의 적응증

비록 당뇨인의 진단 및 추적 검사에서 당화혈색소 검사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검사이나, 빈혈, 만성신장질환 등이 동반되어 당화혈색소가 부정확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당화알부민은 당뇨병의 치료 및 관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 동안 당화알부민 검사의 경우 기존에는 2만 3000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하여 당뇨병 환자 및 의료진들에게 부담이 되었으나, 다행히도 2020년 7월 1일부터는 일부 조건에 한하여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 당화혈색소로 정확한 혈당 조절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라고 판단된다면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데, 빈혈이 동반된 투석 환자나 평소 자가혈당측정 정도에 비해 당화혈색소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게 나온 경우 등을 예시로 들 수 있겠습니다. 또한 당화알부민은 최근 2~4주 이내의 혈당 조절 정도를 반영하기에, 단기 혈당 조절 지표로 당화알부민을 측정하는 경우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3개월 이내에 당화혈색소 변화가 1% 이상으로 급격한 혈당 변화가 의심되는 경우, 3개월 이내 측정된 당화혈색소가 9% 이상으로 단기간 내에 약물 반응 평가가 필요한 경우가 적절한 예시가 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당화알부민은 식후 혈당을 더 강하게 반영하는 경향이 있어 식후 고혈당이나 혈당 변동성이 높을 경우 이를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공복과 식후 2시간 혈당 차이가 100mg/dL 이상인 경우나 식후 혈당 값 사이의 변동폭이 50mg/dL 이상인 경우 당화알부민 검사가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당화혈색소와 당화알부민은 당뇨병 관리에 큰 도움을 주는 검사입니다. 당뇨인들과 의료진에게 있어서 당화혈색소와 당화알부민은 당뇨인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