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과 약물요법

김재현(내분비-대사내과 의사)

식사계획을 잘 세워 실천하였고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였는데도 혈당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는다면 혈당 조절과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 약물 치료가 필요합니다.

“당뇨병 약을 시작하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 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약물 치료 시작을 매우 꺼리는 경우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먼저 위의 말은 100% 맞는 것도 아니고 또한 100% 틀린 것도 아닙니다. 제 2형 당뇨병은 진행하는 질환입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서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점점 떨어지게 되고 혈당 조절이 악화되는 것은 맞습니다. 따라서 많은 분들이 약을 사용하게 되면 평생 복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약이 필요한 상태에서 약을 복용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높은 혈당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력을 더 빠르게 악화시키고 합병증의 발생을 앞당기는 것입니다. 당뇨병 약은 마약이 아닙니다.

끊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약물치료는 운동 및 식사 조절 등의 생활습관 조절치료와 같은 또 다른 하나의 치료 방법인 것입니다. 오히려 초기 당뇨병에서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빨리 시작하여 건강한 혈당을 유지하고 이와 함께 식사 및 운동치료를 병행하여 체중을 줄이면서 인슐린 분비 능력 및 저항성이 호전되어 약을 끊고 건강한 혈당 관리를 하고 계신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약제 사용에 대하여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당뇨병과 약물요법

약물요법을 처방받으면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은 안 해도 될까요?

▷ 그렇지 않습니다. 식사조절과 운동은 당뇨병 치료의 기본입니다. 대개 초기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이 두 가지 요법을 열심히 실천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혈당조절이 안될 때 약물치료를 하게 됩니다. 또한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식사조절과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만족할 만큼 혈당조절이 되지 않습니다.

처음 처방받을 때는 먹는 약부터 시작하나요?

▷ 보편적으로 제 2형 당뇨병의 경우에는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처방받게 됩니다만 환자 분에 따라서 인슐린 치료를 먼저 시작하기도 합니다. 경구용 혈당강하제로도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여 인슐린으로 치료를 시작한 경우 체중이 감량되고 혈당이 잘 조절될 때 경구용 혈당강하제로 치료 약물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제 1형 당뇨병의 경우에는 인슐린 치료가 가장 필수적인 치료법이며 그 외에 식사조절과 운동을 병행하여야 합니다.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먹어도 혈당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나요?

▷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누구나 혈당 조절에 도움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복용했는데도 처음부터 효과가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1차성 실패라고 하며 열 명에 한 두명 꼴로 발견됩니다. 원인은 확실하지 않지만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기능에 심한 장애가 있거나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철저히 하지 않은 경우가 포함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복용한 후 한동안 혈당이 잘 조절되다가 점차로 효과가 감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2차성 실패라고 하며 우리 나라의 경우 백 명에 7~10명 꼴로 나타납니다. 실제로 약효 자체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으나, 충분하지 않은 약 용량의 복용, 췌장 베타 세포의 점진적인 기능 저하, 불완전한 식사 요법 때문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 혈당조절을 어렵게 만드는 다른 약물을 복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매일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기적으로 혈당을 측정하여 약물이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는가를 검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당뇨병과 약물요법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사용하여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는?

▷ 일반적으로 40세 이후에 발병한 제2형 당뇨병에서 치료효과를 볼 수 있으며 발병한지5~10년 이하로 합병증이 없는 경우, 체중이 정상이거나 약간 웃도는 당뇨인, 과거 인슐린 치료를 받은 적이 없거나 인슐린 요구량이 하루 20단위 이하로 적은 당뇨인들이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복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 경구용 혈당강하제로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는 당뇨병치료의 기본인 식사조절과 운동요법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처방받을 수 없는 경우는?

▷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기능이 남아 있지 않는 제1형 당뇨병의 경우에는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인슐린 분비기능이 있는 제2형 당뇨병일지라도 경구용 혈당강하제로 혈당조절이 안 된다거나 심한 부작용이 있으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 외에 급·만성 합병증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 심한 스트레스(질병, 수술, 외상 등) 요인을 가지고 있거나 심한 간장 및 신장 장애가 있는 환자, 영양실조성 당뇨인, 임산부나 임신을 하고자 하는 당뇨인은 인슐린 사용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