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과 술

이승은(내분비-대사내과 의사)

당뇨인에서의 음주는 정상인과 다른 대사 양상을 보일 뿐 아니라 당뇨 관리에 많은 장애를 주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당뇨인도 경우에 따라서는 술을 마실 수 있습니다. 단, 혈당조절이 잘 되는 경우에서 아주 소량만 허용됨을 명심하십시오.

술의 성분은 알코올입니다. 알코올은 다른 음식들과 달리 ‘필수영양소가 없이’ 열량만 있는 “공허한 칼로리” (“Empty calorie”) 음식입니다. 즉 영양학적 측면이나 의학적 측면에서 볼 때 술은 결코 바람직한 식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소량의 음주가 건강에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연구들도 있지만, 내 몸에 미치는 이득과 손실을 저울질해 볼 때 칼같이 절주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금주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술(알코올)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

1. 알코올은 1그램당 7칼로리의 열량을 냅니다. 그래서 한 두 잔의 음주만으로도 최소 100∼200칼로리를 섭취하게 됩니다.

2. 혈당조절이 잘 된 당뇨인의 경우 소량의 음주 시 혈당은 그다지 상승 하지 않지만 술에 함유된 첨가물에 의해서 혈당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3.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가면 더 많은 인슐린분비를 유도하게 되어 췌장의 베타세포에 많은 부담을 주고, 인슐린저항성을 일으켜 당뇨병 자체를 악화시키게 됩니다.

4. 혈당이 상승하는 것뿐만 아니라 저혈당에도 쉽게 빠질 수 있습니다. 간은 혈당이 낮아질 경우 간세포에 저장되어 있던 당분을 분해하거나 포도당이 아닌 다른 물질을 사용하여 포도당을 새로 만들어 혈액 속으로 방출함으로써 혈당이 저하되는 것을 막습니다. 그러나 알코올은 간이 당을 생성하는 것을 막기 때문에 심한 운동 시나 경구혈당강하제 복용 혹은 인슐린 투여 시 저혈당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알코올은 중추신경억제 작용이 있기 때문에 저혈당의 증상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5. 당뇨병성 신경병증, 당뇨병성 미세혈관합병증(망막증, 신증) 및 동맥경화증(중풍, 심장병, 심근경색)을 증가시킵니다.

6. 과다한 알코올 섭취는 몸에 지방으로 축적됩니다. 과체중인 당뇨인이 술을 많이 마시면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증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7. 간경변증이나 지방간, 췌장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다음 세가지 질문에 모두 '네' 라고 답할 수 있다면 적당량의 음주를 하여도 좋습니다.

1. 혈당 조절이 목표범위 이내로 잘 되고 있다.

2. 저혈당의 예방법과 대처방법을 잘 알고 있다.

3. 주치의나 당뇨교육실에서 적당량의 음주를 해도 된다고 하였다.

음주 중이라면, 기억하세요

당뇨인의 경우, 특히 1형 당뇨인이라면, 음주 중 갑자기 혈당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 때 아무런 전조 증상이 없을 수 있으며, 급격한 저혈당으로 인한 증상 (어지러움, 식은땀, 경련 및 의식소실)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1회 음주 시 적정 주량

1회 음주 시 술 종류별로 그에 맞는 잔으로 1-2잔 까지만 권장합니다.

※ 1잔의 정의

소주 45cc (소주잔1잔), 맥주 350cc (작은캔1개), 와인 145cc (작은 와인잔 반잔)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게 된다면, 어떻게 마셔야 할까요?

  • 주 1-2회, 한번에 1-2잔만 마시도록 합니다.
  • 반드시 평소대로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도록 하며 안주는 칼로리가 낮은 것 (채소 스틱이나 마른 김)을
    선택합니다.
  • 진, 위스키, 브랜디 같은 증류주를 마셨다면 지방군과 교환하여 식품을 줄여 섭취하고 맥주, 포도주, 청주,
    막걸리 등을 마셨다면 곡류군과 지방군에서 교환하여 섭취합니다.
  • 천천히 마시고, 절대 혼자 마시지 않습니다.
  • 음주 시에는 혈당을 재어 봅니다.
  • 저혈당 대비용 간식을 지참합니다.
  • 주변의 지인에게 본인이 당뇨환자임을 알립니다.

당뇨 관리는 나 자신과의 끊임없는 줄다리기 입니다. 절주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금주가 내 몸에 도움이 됩니다. 어쩔 수 없이 음주를 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위의 내용을 잘 숙지하셨다가 적용하십시오. 만개하는 꽃들을 보며 즐거운 나날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