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과 소화기 질환

최민선(내분비-대사내과 의사)

당뇨인의 20~40%에서 자율신경병증에 의한 소화기관의 운동 장애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이상증상은 매우 흔하며, 간혹 증상이 아주 심해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는 증상이 경미하여 간과될 수 있습니다. 위장관의 어느 부위든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흔히 나타나는 위장관의 운동장애로 연하곤란, 복통, 구역, 구토, 흡수장애, 설사 및 변비 등이 있습니다. 또한 소화효소의 분비장애 또는 흡수장애 등이 동반됩니다. 혈당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을 경우 음식물의 위 배출시간이 지연되고, 체내 전해질 이상과 호르몬의 비정상 분비가 초래되어 소화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당뇨인의 소화기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철저한 혈당조절과 금주, 금연, 충분한 섬유소 섭취, 짜거나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규칙 적인 식사와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 무력증

당뇨인의 20~30%에서 발생하는 위 무력증의 경우,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으로 인해 위에서 위산 분비는 줄어들고 위장관 운동이 마비되어 발생하게 됩니다.
위 무력증으로 인해 음식물이 위에서 배출되는 시간이 지연되는 현상이 생기며, 이로 인하여 식욕 저하, 상복부 팽만감 또는 통증, 불편감, 식후 구역감 및 구토, 조기 포만감 등의 증상을 호소합니다.
특징적으로 구토를 할 경우 며칠 전에 먹은 것이 소화가 되지 않고 그대로 나올 수 있으며, 이러한 증상은 수일에서 심하면 수개월까지도 지속됩니다.
위 무력증이 있으면 음식 섭취가 불규칙하게 되어 혈당조절이 어려워지는 경향을 보이므로, 혈당의 변화 폭이 크다면 위 무력증의 동반을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증상들이 있을 때에는 위무력증을 진단하기에 앞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염 및 위암 등을 우선 감별해야 합니다.
당뇨병성 위 무력증의 증상 조절을 위해 지방과 섬유소 함유량이 작은 식사를 조금씩 자주 하거나, 증상이 심하면 금식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치료를 위해 무엇보다 혈당을 철저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며, 증상 조절을 위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위장관 운동 촉진제를 복용할 수 있습니다.

변비

변비는 대장과 직장의 무력증과 연관되어 당뇨병 환자의 20~60%에서 나타나는 흔한 위장관계 자율신경병증입니다. 다만 변비를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에 의한 것이라 진단하기 이전에 변비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의 복용력, 갑상선 기능 저하증, 전해질 이상 등의 원인이 있는지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변비의 치료를 위해서는 혈당을 철저히 조절하는 것과 규칙적 운동, 충분한 수분과 섬유질 섭취 등이 권장됩니다. 간혹 변비 증상이 심한 경우 장 운동 촉진제 등을 처방받아 투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설사

당뇨병성 설사는 당뇨병 환자의 4~20%에서 발생하며, 수시간에서 수일까지 지속되는 설사가 간헐적으로 생기게 됩니다. 흔히 야간 설사와 대변 실금이 동반되고, 하루 20회 이상의 설사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성 설사가 생기는 원인은 교감신경계 억제부족으로 인한 장의 과운동성, 장 운동성 저하로 인한 세균증식, 췌장기능부전 및 지방변, 담즙흡수장애 등이 있습니다. 또한 혈당강하제로서 메트포르민이나 아카보스 등을 사용하는 경우 약제가 설사를 일으킬 수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약을 복용하는 중에 설사가 나타나게 되면 약을 조정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설사의 치료는 설사로 인한 수분 손실 교정, 전해질 균형과 영양상태를 호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혈당을 철저하게 조절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설사가 발생한 기전에 따라 지사제 등의 약물을 고려하거나, 세균증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항생제 치료를 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약들은 담당 의사와 상담 후 안전하게 처방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설사로 인한 심한 탈수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병원에 문의하여야 합니다.

변 실금

당뇨병 환자의 약 20%에서 발생하며, 항문직장의 감각 이상 및 항문 괄약근 기능 약화로 인해 생기게 됩니다. 치료를 위해 항문 괄약근을 강화시키는 운동이 권장되며, 변실금이 심한 경우 지사제를 투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