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의 진단 및 조절목표

김혜인(내분비-대사내과 의사)

당뇨병의 진단은 혈당 수치 및 당화혈색소 (HbA1c)를 통해 이루어지게 됩니다.
2016년 미국 당뇨병 학회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기준 중 한 가지라도 해당한다면, 당뇨로 진단하게 됩니다.

첫째, 공복 혈당이 126mg/dL 이상인 경우입니다.

이때 ‘공복 혈당’이라는 것은, 적어도 8시간 동안 어떠한 칼로리도 섭취하지 않고 측정한 혈당을 말합니다. 8시간 금식을 지키지 못한 상태에서 혈당을 체크하였을 때 126 mg/dL을 조금 넘는 수치라면, 당뇨로 바로 진단하지 않고, 다른 검사나 재검을 통해 당뇨 여부를 정확히 체크해보게 됩니다.

둘째, 당부하검사를 통한 식후 2시간 혈당이 200 mg/dL를 넘는 경우입니다.

환자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식후 2시간은 보통 혈당이 가장 높게 올라가는 시점이며, 식사에 당 함량이 얼마나 들어있는가에 따라 같은 환자에서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식후 2시간 혈당 검사를 위해서는 75g의 당이 섞인 물을 섭취하고 2시간 후에 측정하게 됩니다.

셋째, 당화혈색소를 측정하였을 때 6.5% 이상인 경우입니다.

우리 혈관 내에 당이 높아지게 되면 적혈구 내의 헤모글로빈과 일정 부분 결합을 한 상태로 돌아다니게 되며, 이는 채혈 당시의 상황만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혈당과는 달리, 헤모글로빈의 수명에 연계되어 지난 3개월 치의 평균 혈당을 잘 반영하는 수치로 알려져 있습니다. 환자분 중 가끔 병원에 오시면서 검사하기 일주일 전부터 바짝 음식 조절 및 운동을 열심히 하고 검사를 시행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당일의 공복 혈당이나 식후 혈당은 평소보다 조금 낮아져 있을지 모르나, 만약 당화혈색소가 올라 있다면, 의사들은 절대로 공복 혈당이나 식후 혈당을 보고 잘 조절해 오셨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난 3개월 간 제대로 당이 조절되지 못했다고 말을 해드릴 것입니다.
지난 3개월 간의 평균 혈당치를 보여주며, 공복을 유지하거나 75g 설탕 물을 마신 후 검사할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어 당화혈색소는 당뇨의 진단 및 추적 관찰에 매우 유용한 지표입니다. 하지만 헤모글로빈의 생존 주기가 보통과 달라지는 상황, 즉 임신 2-3분기나 최근에 수혈을 받은 병력, 혹은 여러 종류의 빈혈이 있는 경우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혈당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며, 미국 당뇨병 학회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당화혈색소 수치보다는 앞서 말한 혈당 수치로 진단을 내릴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진단 방법의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당뇨 양성으로 판별되더라도 다시 한 번 재검을 통해 당뇨를 진단해야 합니다.

넷째, 어떠한 시간대나 공복 여부 상관없이 혈당이 200 mg/dL 이상 측정되고, 명확한 당뇨의 증상
(다음, 다뇨, 다식, 구갈, 체중 감소 혹은 고혈당으로 인한 급성 합병증) 이 있는 경우입니다.

최근에는, 당뇨뿐만 아니라 ‘당뇨 전단계’ 의 개념을 도입하여 혈당 조절 장애에 대해 조기에 처치를 가함으로써 당뇨를 예방하고자 하고 있는데, 이 당뇨 전 단계의 진단은 공복 혈당의 경우 100mg/dL 이상 125mg/dL 이하, 식후 2시간 혈당 140mg/dL 이상 199mg/dL 이하, 혹은 당화혈색소 5.7% 이상 6.4% 이하로 정의됩니다.

그렇다면 당뇨병의 진단 후 어느 정도까지 혈당을 조절해야 하는 걸까? 무조건 혈당을 낮추면 좋은 것일까? 이에 대해서 의사들도 궁금증을 가지고 이제까지 많은 연구들을 수행하였는데, 이제까지의 결론으로는 답은 ‘그렇지 않다’ 라는 것입니다. 물론 적정 수준 이하까지 혈당을 조절하는 것은, 추후 당뇨 합병증을 방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며, 보통의 당뇨인에서는 혈당이 낮게 조절되면 합병증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혈당을 낮추려는 노력이 많아질수록, 저혈당에 빠질 위험도 같이 증가하며, 이는 환자의 삶의 질 저하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사망률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각 환자의 특성에 맞추어 목표 혈당을 다르게 하여야 합니다. 2016년 미국 당뇨병 학회에서는 다음과 같이 목표 혈당 및 목표 당화혈색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인의 경우, 목표 당화혈색소는 7% 미만, 목표 공복 혈당은 80mg/dL에서 130mg/dL 사이, 목표 식후 혈당은 180mg/dL 미만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하였듯이 이러한 목표 수치는 환자의 개별 특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먼저, 저혈당의 근거가 없고 젊고 건강한 환자의 경우, 조금 더 엄격하게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경우는 충분히 엄격한 혈당 조절로 여러 합병증의 감소가 예상되며, 저혈당의 위험도가 적으므로, 당화혈색소 기준으로 6.5% 이하를 혈당 조절의 목표로 삼고 조절해야 합니다. 그러나 당뇨의 유병기간이 길고, 당뇨 합병증이 와 있으며, 저혈당에 자주 발생하는 경우에는 혈당을 엄격하게 조절하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덜 엄격하게 혈당을 조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런 경우 보통 당화혈색소 8% 이하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혈당 수치와 당화혈색소 수치에 대한 대략적인 감을 잡고,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연구를 통해 제시된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와의 관계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6.5% 미만으로 조절하는 경우에는 보통 공복 혈당의 경우 120mg/dL 정도, 평균 식후 혈당은 164mg/dL 정도가 나온다고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환자분이 평소에 혈당을 체크하여 공복 혈당 120mg/dL 이하, 식후 혈당 164mg/dL 이하 정도로 꾸준히 조절이 된다면 목표하는 당화혈색소 6.5% 미만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둘째, 8% 미만으로 조금 덜 엄격하게 조절하는 환자분의 경우, 예를 들어 7.5%에서 8% 사이로 조절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평균 공복 혈당이 155~167mg/dL, 평균 식후 혈당이 189 mg/dL 정도로 나온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환자분의 개개인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므로, 꾸준한 자가혈당체크 및 기록, 규칙적인 병원 방문을 통해서 적절하게 당뇨가 조절되고 있는지를 점검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