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도전의지를 불태우는 난치병, 다발성골수종과 아밀로이드증 치료의 길을 개척하다! 혈액종양내과 김기현 교수
등록일 2015.05.21 조회수 7381
첨부파일 123.jpg(21460 KB)

 


2012년 JTBC에서 방영된 ‘해피엔딩’은 다발성골수종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김두수(최민수)가 죽음을 앞두고 가족과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주인공 최민수가 걸린 다발성골수종은 혈액암의 일종인데, 우리나라 혈액암 중 3위를 차지할 정도로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가 쉽지 않은 병이다. 병세가 악화된 최민수가 병원 침대와 휠체어에만 의지해 지내는 모습만 봐도 그 심각성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극중 최민수는 자신이 죽고 나면 시신을 기증하겠다고 선언한다. 다발성골수종 때문에 고통받을 다른 환자를 위해서다. 아마 이때 최민수의 마음이 난치병 극복을 위해 싸우는 모든 의사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아픈 사람을 위해 난치병 정복에 앞장서는 그 마음 말이다. 삼성서울병원에도 다발성골수종과 아밀로이드증 치료를 위해 연구에 앞장서는 의사가 있다. 혈액종양내과 김기현 교수다.



고령화 시대에 경계해야 할 다발성골수종
정복하는 그 날까지 노력 아끼지 않을 것

 

우리는 흔히 혈액암이라고 하면 백혈병을 떠올린다. 김기현 교수의 주진료 과목인 다발성골수종도 혈액암 중 하나다. 다발성골수종은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혈액암으로 고령화시대의 복병으로 급부상했다. 비호지킨림프종, 급성골수성백혈병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흔히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다발성골수종과 아밀로이드증은 제가 도전해 보고 싶어 선택한 분야입니다. 이 질환을 더 깊이 연구해서 신약개발까지 제 손으로 일궈내고 싶었습니다. 조금씩 연구의 가닥도 잡혀가고 있고, 치료의 길도 보입니다.”

 

다발성골수종의 발병률은 10년 전에 비해 2배, 20년 전과 비교하면 10배나 증가했다. 평균발병률은 67세로, 고령화시대에 주목해야 할 병으로 떠올랐다. 다발성골수종은 골수에서 항체를 생산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여 나타나는 혈액암이다. 이병은 뼈를 침윤하는 특징이 있으며 면역장애, 조혈장애 및 신장장애를 일으키기에 매우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치료를 전혀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뼈가 약해지면서 여러 골절이 생기고,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이 생기거나 신장이 나빠져 신부전이 오는 등의 합병증 앞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나마 1960년대부터 항암치료가 시작되면서 다발성골수종이 발병해도 곧바로 죽지 않고, 평균 2∼3년 정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신약이 개발되면서 생존기간이 5~6년까지 늘었습니다. 하지만 완벽히 만족스럽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또한 종양이 한군데만 생기지 않고 전신에 퍼지는 데다가, 치료과정 중에 여러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를 전체적으로 보지 못하면 치료가 쉽지 않다.

 

“다발성골수종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반인 사이에서는 병에 대한 인식이 낮습니다. 자연히 조기진단 또한 쉽지 않아 치료에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다발성골수종 연구의 활성화와 치료율 향상을 위해 2005년 대한혈액학회 산하 다발성골수종 연구회를 만들 때 주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김기현 교수는 다발성골수종 연구회 창립 이후 6년간 간사를 맡으며 연구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장기에 단백질 쌓이는 희귀질환
삼성서울병원 아밀로이드증 다학제 진료팀 희귀질환 중개연구센터지정

 

아밀로이드증이란 체내 여러 장기에 단백질이 쌓이는 희귀질환으로 병의 진행상태 및 유형에 차이는 있지만 장기기능상실과 같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크게 일차성과 이차성, 유전성 아밀로이드증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일차성 아밀로이드증은 골수의 형질세포의 일차적인 이상으로 나타난다.

 

“아밀로이드증도 일부는 다발성골수종과 겹치는 희귀질환입니다. 주로 50세에서 65세에 진단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년 200~300명 정도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밀로이드증은 형질세포의 이상으로 이상 난맥이 심장이나 간, 콩팥으로 침착(밑으로 가라 앉아들러붙음) 되어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심장에 침범되면 급사할 수 있으며 초기 사망률이 높다.

 

“아밀로이드증은 발생이 드물지만, 일단 발생하면 치료도 어렵고 예후가 나쁩니다. 심장과 신장, 신경계통, 위장 등 신체의 여러 기관에 악영향을 끼쳐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기기 때문에 어느 한 진료과에서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진단도 어려워 의사들이 굉장히 골치 아파하는 질환입니다.”

 

 

삼성서울병원은 순환기내과, 혈액종양내과, 신장내과, 신경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교수진이 모여 2009년부터 아밀로이드증과 관련해 지속적인 진료 및 연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저희 아밀로이드증 다학제 진료팀은 2012년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보건의료연구개발사업과제에서 희귀질환 중개연구센터로 지정됐습니다. 6년 동안 복지부의 지원 아래 아밀로이드증의 조기진단과 맞춤의료 기술개발을 위해 중개연구센터의 기능을 다 할 것입니다.”

 

희귀질환 중개연구센터 지정은 삼성서울병원이 준비를 많이 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그러나 아밀로이드증이 워낙 희귀질환인 데다가 치료가 쉽지 않은 병이라 김기현 교수의 고민도 깊다.

 

“희귀질환 중개연구센터 지정으로 아밀로이드증의 조기진단과 맞춤치료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물론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을 본다는 게 힘들지만, 또 한편으론 환자를 꼭 살려야겠다는 도전의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외국에 비해 치료방법이 뒤처지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매번 마주해야 하는 환자의 죽음, 익숙해지지 않기에
반복하지 않으려 질환 정복에 매진

 

김기현 교수는 1995년 삼성서울병원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시작한 첫 케이스다.

 

“1994년에 개원한 병원인지라 그 다음해 처음으로 레지던트를 받았습니다. 선배 레지던트가 하나도 없었기에 사랑도 많이 받았지만, 그만큼 고생도 컸습니다. 개원 직후라 병원의 틀을 잡아야 했고, 그런 상황에서 배워나가느라 산전수전을 다 겪었습니다.”

 

김기현 교수는 레지던트 때를 비롯해서 지금도 희귀병이나 더 이상의 암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환자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제가 의사 생활을 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긴 젊은 중환자들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분들을 생각할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무겁습니다. 지금도 일주일에 1~2명의 환자가 더 이상 항암제치료가 소용이 없어 돌아가십니다. 죽음에 대한 스트레스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도 무뎌지지도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너무 힘이 듭니다.”

 

 

물론 암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슬픔보다 기쁨이 더 큰 순간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생 앞에서의 슬픔과 쓸쓸함은 면역되지 않는다. 그래서 김기현 교수는 희귀질환을 정복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또 매진한다. 같은 질환으로 더 이상 절망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이 하늘에 닿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이전 글 환자의 생명 단 하나의 원칙에 충실한 승부사, 위암과의 단판승부를 펼치다. 소화기외과 최민규 교수
다음 글 여성을 위협하는 부인암에 맞서다. 환자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는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 / 부인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