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사선 치료를 고민하다. 환자들과의 동행
등록일 2014.05.07 조회수 4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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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산출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국내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암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망자의 27.8%를 차지하며
남자는 10명 중 3명, 여자는 10명 중 2명이 암으로 사망할 만큼, 암은 이제 결코 드물지 않은 질환이며, 우리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가장 흔한 질환이 되었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은 암의 완전 정복을 꿈꾸며, 2013년 4월 환자들에게 최적화된 최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의
암센터를 ‘암병원’으로 확대 출범했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의 질환별 암센터에서는 다학제 협진을 확대하여 암 치료
가능성을 높이고, 환자와의 대면 다학제 협진으로 의료진과 환자간에 직접 소통함으로써 빠르고 정확한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일까?
지난해 위암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률 0%, 대장암 0.34%, 간암 0.69%로 암 수술 및 치료에 있어 국내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평가 받았다. 또한 소아암센터 역시 매해 세계적인 기록을 자체갱신하며 소아종양 치료에 있어 세계 최고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진단 및 수술 치료와 방사선·항암 치료의 총체적 치료 결과이며, 이는 통합적인 병원 진료 시스템이 환자 중심으로 최적화되어 구축되어 있다고 해석해도 되겠다.

특히 최근에 암 치료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치료방법으로 두각 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방사선치료다. 암 치료의
보조적 역할에 그친다고 생각되어오던 기존과는 달리, 암 치료에 있어 방사선치료는 이제 필수라는 것에 반문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러나 암의 종류에 따라 방사선치료의 방법도 효과도 다르다. 각 암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따라 방사선치료가 달라질 수 있다. 방사선치료 위상이 높아진 만큼, 이제는 방사선치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위암·뇌종양·소아암의 방사선치료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방사선종양학과 임도훈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위암, 방사선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다.
세계 최초 임상연구로 밝혀진 방사선치료 효과!

위에서도 언급했듯 암 치료에 있어 방사선치료는 필수적이지만, 위암의 경우에는 다르다.
위암 치료는 수술이 기본이며, 이후 보조요법으로 항암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표준치료지침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존에 방사선치료는 크게 권고되지는 않았다.

“위암 환자의 사망요인은 주로 전이이기 때문에 방사선치료를 통한 국소재발을 막더라도 전이를 막지 못하면 사망할 수 있어 항암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저희는 위암치료에도 방사선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위암의 경우 수술 후 항암치료가 표준치료방침임에도 불구하고, 방사선치료를 통해 재조명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1994년 삼성서울병원이 개원을 하면서 미국에서 주도하는 다기관 임상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인데요. 스탠다드 치료법인 수술만 하는 경우와 수술 후에 함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함께 하는 경우를 비교하는
임상연구였어요. 결과는 수술만 하는 것보다는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함께 하는 것이 재발율이 더 낮았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삼성서울병원 위암센터에서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는 경우와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를 비교하는 3상 임상 연구를 시행하는데, 특히 림프절 전이가 있던 환자들에게는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더 효과가 컸고요.
이런 결과를 삼성서울병원 위암센터에서 2012년에 JCO 라는 유명 저널에 발표했는데, 세계 최초로 저희가 밝혀낸 사실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위암 치료에서 고식적 목적으로만 쓰이던 방사선치료의 중요성을 밝혀낸 쾌거인 셈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결과를 근거로 해서, 수술 후 림프절 전이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항암제를 쓰는 경우와 항암제와 방사선치료를
병용하는 경우를 비교하는 임상시험 중에 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단일기관에서 3상 임상연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때였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이 처음이라
보시면 됩니다. 그런 연구에 우리 방사선종양학과가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당시 혈액종양내과 과장님의 노력과 외과
과장님께서 위암 치료에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는 것을 인정하고 동의해주셨기 때문입니다. “

여기서 임도훈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위암센터의 강점을 강조했다.



“우리병원 외과 의사들의 수준은 세계 최고입니다. 그러나 수술 후에 시행되는 방사선치료는 위암치료의
스탠다드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병원 암센터에서는 각 과의 의견 개진이 자유롭게 활발히 이루어지는데다 팀워크가
상당히 좋기 때문에 방사선치료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시험도 활발히 하고, 그에 따라 위와 같은 의미 있는 연구결과도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의료진들의 협력과 존중이 기반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위암 분야의 방사선치료에 있어 국내에서 가장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말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도 수술, 그리고 항암치료가 표준치료로 여겨지는 위암분야에서 방사선치료가 보조요법으로 환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갈 것입니다.”

그의 눈빛이 날카롭고 확고하게 빛났다.
 

방사선치료가 스탠다드인 뇌종양,
뇌손상을 최소화하게 하는 것이 존재이유!

위에서도 언급했듯 임도훈 교수의 주 진료분야 중 또 하나는 바로 뇌종양이다. 뇌종양은 다른 암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있다. 뇌종양은 원발성과 전이성으로 구분되는데, 원발성 뇌종양은 뇌신경계에서 발생한 종양을 말하고,
전이성 뇌종양은 다른 암이 뇌로 전이된 경우를 말한다. 원발성 뇌종양 중 뇌세포 자체에서 생기는 종양인 뇌교종이 주 치료
대상이 되는데, 다른 암들은 1기, 2기, 3기, 4기로 병기를 나누지만 뇌종양은 악성 정도에 따라 1급, 2급, 3급, 4급으로 구분한다. 뇌종양에서 방사선치료는 1급을 제외한 2급, 3급, 4급에서 모두 시행하고 있는데, 뇌종양에서 방사선치료 역할은
이미 치료효과가 증명돼 있다.



“보통 다른 암들은 눈에 보이는 암세포 병변 보다 좀 더 충분한 여유를 두고 절제 수술을 합니다. 눈에 보이는 병변
외에 보이지 않는 뿌리가 있기 때문에 넓게 잘라내는 거죠. 이게 모든 종양의 수술 원칙인데, 뇌종양은 그렇지 못합니다.
뇌종양은 보이는 것 이상으로 넓게 잘라내면 재발은 줄일 수 있겠지만, 인지기능이나 운동기능 같은 뇌 기능에 손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이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겠죠. 그렇다 보니 눈에 보이는 종양 외에 뿌리 부분은 남겨둘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재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수술 외의 다른 국소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때 방사선치료가 그 역할을 하는 거죠.”

그리고 뇌종양이 다른 암과 구분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다른 장기에 생긴 종양은 양성인 경우 방사선치료를 하지 않을
때가 많지만, 뇌종양은 양성으로 진단되어도 방사선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양성 종양이라도 악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여러 심각한 신경학적 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종양은 양성 종양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경우 방사선으로 국소 제어 치료를 하게 됩니다. 국소 제어라는 건 완치의 개념은 아니고요, 병이 더 이상 커지지 않게 성장을 억제시켜 문제가 되지 않게 하면서 환자가 별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치료입니다.”

그렇다면 뇌에 대한 방사선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주로 IMRT(세기변조방사선치료)와 IGRT(영상유도방사선치료)로 방사선치료를 합니다. IMRT는 쉽게 말해 방사선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치료기법인데요. 암세포가 많이 분포되어 있는 부분과 적게 분포되어 있는 부분이 있는데, 과거에는 부분
에 따라 치료계획을 바꿔가면서 조율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면, IMRT를 이용하면 방사선의 세기를 조절해서
암세포의 분포 정도에 따라 효과적으로 치료가 가능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치료방법도 수월해지고 치료기간도
단축되는 효과가 있죠.

IGRT는 말 그대로 영상의 도움을 받아서 방사선이 잘 들어가는지 체크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뇌에 중요한 장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정밀하고 정확하게 치료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죠.

이러한 측면 때문에 방사선치료는 기술적으로 최첨단의 장비들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 병원에는 최첨단 치료가 가능한 노발리스와 토모테라피가 모두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가장 최첨단과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현재 최첨단의 방사선치료를 제공하고 있지만, 임도훈 교수는 또 다시 한 발 앞선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바로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같이 사용함에 따라 오는 시너지효과를 염두 해 두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효과적인 항암제가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약물이 개발되어서 악성 뇌종양에 항암화학요법이 점차 도입되는 추세입니다. 그렇기에 이 두 치료 방법의 효과에 대한 개발을 꾸준히 해나갈 예정이며 그렇게 된다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그의 눈빛이 두 번째로 강렬히 빛나는 순간이었다

더욱 세심한 방사선치료 원칙과 접근이 필요한 소아 종양,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방사선치료, 양성자에 주목하다.

앞서 얘기한 위암과 이미 방사선치료가 표준치료로 자리잡은 뇌종양에 이어, 소아 종양에서도 방사선은 중요한 치료법이다.
삼성서울병원의 소아종양 치료성적은 자타공인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다. 그러나 소아 종양의 경우에는 방사선치료가
완치율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릴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고 한다.

아이들의 경우 성장판에 방사선이 들어가면 키가 덜 자란다든지,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준다든지, 뇌하수체 호르몬에
영향을 줘서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방사선치료를 최소화하더라도 해야 한다면 정상 조직에 방사선이 덜 가게 하면 좋겠죠. 현재로선 가장 이상적인 방사선
치료는 바로 양성자 치료입니다. 양성자 치료는 종양에 고선량 방사선을 조사하면서 주변 조직에 도달하는 방사선량이 줄여
부작용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습니다. “

나왔다. 방사선치료에 있어 최고의 화두인 ‘양성자 치료’.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양성자 치료기 도입을 앞두고 있다.
양성자 치료기 도입과 함께 종양 치료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는 것일까?



방사선치료의 가장 큰 목적은 종양을 컨트롤하는 겁니다. 즉, 종양을 없애거나, 더 이상 자라지 않게 하면서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 시키는 게 저희의 목표죠. 양성자 치료는 수소 원자의 핵을 구성하는 소립자인 양성자를 빠른 속도로 암이 생긴 부위에 쏘아서 암 조직을 파괴하는 치료 방법입니다. 기존의 방사선치료는 X-선을 이용하며 가끔 원하지 않는 부작용이 생기는 단점이 있지만, 양성자 치료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기 때문에 ‘꿈의 치료’라고도 불리지요. 뇌종양뿐만 아니라 소아종양 치료에 있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양성자 치료기의 부작용은 없는 것일까, 혹은 양성자 치료와 일반 방사선치료를 고민하는 환자들에게 어떠한 정보가 필요할까.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로서 치료 효과와 부작용의 경계에서 많은 고민이 될 법도 하다.

“지금도 문의하는 환자분 들이 많으세요. 이런 경우 저는 양성자 치료와 X-선으로 치료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 드립니다. 환자와 보호자께 선택의 기회를 드리는 거죠. 어떤 보호자든 환자에게 최고, 최선의 치료를 해주고 싶지 않겠습니까? 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알려드리고, 판단할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어떠한 한 가지만으로 치료받길 권하는 게 아니라,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법을 고민해서 선택권을 준다는 것이다. 환자의 상태, 경제적 상황, 치료 효과 등 다각도에서 고려해 환자에게 최고의, 최선의, 최적화된 방안을 마련한다는 대목은 환자들의 신뢰를 받기에 충분한 소신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암환자의 삶의 질을 위해 최선의 방사선치료를 고민하다.






임도훈 교수에게 방사선 치료를 하면서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예전에는 특히 소아종양같은 경우는 완치율을 높일수 있는 방법을 가장 먼저 고민했습니다. 퀄리티 오브 라이프(quality of life) 보다는 퀀티티 오브 라이프(quantity of life) 에 중점을 둔 거죠. 하지만 지금은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어떻게 하면 덜 불편하게 살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예를 들면 소아암 같은 경우 머리에 방사선을 쪼이면 머리카락이 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그럴 때 가능하면 뇌에만 방사선이 들어가고 두피에는 덜 들어가게 해서 최소한 이 아이가 머리카락으로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게 하자, 이런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죠. 물론 완치가 우선이겠지만. 나중에 그 아이가 치료가 끝나고 외래에 왔을 때 머리카락이 난 모습을 보면, 그제서야 ‘아, 성공했구나.’라며 보람을 느낍니다. 행복한 순간이죠.”

암 환자의 생존뿐만 아니라 치료 후 삶의 질까지 고려해 치료 기준과 방법을 고민하는 임도훈 교수.

환자를 만날 때 그의 머리와 가슴에선 많은 체크 사항들의 불이 켜진다. 그 속엔 방사선치료를 받게 되는 아이의 머리카락이 무사히 자라는 것까지 들어있다. 환자들을 한 명, 한 명 만날 때마다 저마다 다른 불이 세심하게 켜지고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고민하는 임도훈 교수. 그의 치료를 받은 암 환자들이 좀 더 밝고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될 것이란 믿음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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