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 템포 더 빨리, 한 걸음 더 먼저 통증과 상처없는 대장암 수술을 위해, 끊임없는 미래를 향하는 드리머
등록일 2014.05.07 조회수 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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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병원을 찾았을 때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으면 걱정부터 앞선다. 수술없이 간단히 약만 먹고 나을수 있다면 좋으련만. 수술 날짜를 잡고, 입원하고, 수술대에 눕고, 마취를 하고, 수술 후 경과를 봐야 하는 일련의 과정은 수술 종류를 막론하고 부담으로 다가오는게 당연하다. 하물며 그 수술이 암 수술이라면 그 심정이 어떨까. 예전 암 환자들에겐 생사 여부만이 유일무이한 관심사였다면, 암 치료 수준이 높아진 요즘엔 그 못지 않게 어떻게 치료하는지도 중요해졌다. 어떤 방법으로 치료를 받아야 통증도 적고 더 빨리 잘 나을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추세다.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 소화기외과 윤성현 교수는 그 해답 중 하나로 싱글포트 수술을 제시한다.

싱글포트 수술이란 말 그대로 하나의 구멍으로 외과적 수술을 하는 것인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복강경 수술에 포함된다. 수술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신이라 할 수 있는 복강경 수술은 상처를 크게 내는 개복 수술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빠른 회복, 그리고 적은 통증과 상처가 장점이다. 이런 복강경 수술의 장점을 한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 바로 최소침습수술법인 싱글포트 수술이다.

5년전, 오로지 환자를 위한 발상의 전환을 시작하다. 대장암 수술 후에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른 싱글포트

“2009년부터 싱글포트 수술을 해오고 있습니다. 처음엔 맹장수술부터 시작해 이젠 대장암 수술도 싱글포트로 하고 있죠. 보통 대장암에서의 복강경 수술은 최소 5개 정도 구멍을 뚫어야 합니다. 하지만 싱글포트수술은 단 하나의 구멍만 뚫기 때문에 수술 후 흉터는 물론이고, 환자의 통증도 적고, 회복도 빠릅니다.”

현재 삼성서울병의 대장암 수술은 30% 정도는 개복 수술을, 70%는 복강경 수술을 하고 있는데, 그 중 싱글포트 수술은 35%를 차지하고 있다. 윤성현 교수가 집도하는 수술의 95%는 복강경 수술이고, 그중에서 99%는 싱글포트 수술이라고 하니, 대부분의 수술을 싱글포트로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윤성현 교수가 집도한 대장암 싱글포트 수술은 현재 1000례를 코 앞에 두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단연 선두다.

일반인들에겐 아직도 다소 생소한 개념인 싱글포트 수술.

처음 시작할땐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다고 한다.

“수술이 필요한 대장암 환자였습니다. 수술 어떻게 하냐해서 복강경 수술합니다 하고 얘길했어요.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나중에 회진을 갔더니 그 환자가 막 뭐라고 하는 거에요. 왜 복강경 수술한다면서 상처가 하나밖에 없는거냐. 저 앞에 있는 환자는 구멍 다섯개 뚫고 수술했다는데 난 왜 한개냐. 수술 잘못한거 아니냐. 하하하..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죠. 이건 한 2,3년 정도 있다 나올 수술법인데 미리 해드린 겁니다, 하고요.”

또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고 한다.
“20년간 만성 변비에 시달리던 미군 여성 병사였어요. 만성변비가 너무 심하면 변이 못 내려가 대장을 절반 이상 제거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 수술을 받으러 우리 병원에 왔는데, 이 환자 배에 문신이 있는 거에요. 물어보니 제왕절개 수술한 상처가 너무 크고 보기 싫어서 문신을 했대요. 그러니 또 개복수술을 하고 싶겠어요? 수술 자체보다 상처를 더 걱정하는 환자였는데 제가 구멍 하나 뚫어서 수술하겠다 했더니 놀라더라고요. 물론 수술 후에 아주 만족스러워했죠.”

이렇게 싱글포트 수술은 외관상 상처가 거의 없어 미용적으로 뛰어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단지 미용적 효과만 있는건 아니다. 우선 싱글포트, 즉 구멍을 하나만 뚫기 때문에 상처가 적은데, 상처가 적다는 건 염증이 적게 생긴다는 뜻이고, 곧 환자의 통증이 적다는 의미다. 그리고 간혹 여러개의 구멍을 뚫은 자리에서 탈장이 생기곤 하는데 이런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도 낮아진다. 또한 출혈과 통증이 거의 없어 환자의 입원 기간과 회복 기간이 현저하게 짧아진다. 싱글포트 수술은 환자에게는 개복수술이나 여러개의 구멍을 뚫어서 하는 복강경 수술에 비해, 수술시 동반되는 위험 부담과 회복, 그리고 미용적인 측면까지 모두 만족스러운 수술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정말 단점은 없을까?
 

배우기도 어렵고, 기구도 없어 고무장갑으로 수술 감행, 험난했던 싱글포트의 길,
그러나 나의 선생님인 화자들이 있어 이룰 수 있었던 꿈

싱글포트 수술의 단점이요? 있습니다. 바로 의사들이 배우기 어렵다는 겁니다.”

환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수술이지만 집도하는 의사들에겐 여간 까다로운 수술법이 아니란 거다. 그 일례로 윤성현 교수는 싱글포트 도입 초창기를 회고한다.



“2009년에 첫 수술하고나서 아마 두 번째 환자 수술 할 때인가, 우리나라에 싱글포트 기구도 제대로 없고, 초창기라서 어떻게하면 수술에 좋은 환경을 만들까 항상 고민했죠. 그러다가 수술용 장갑 손가락 부분을 잘라서 구멍 두 개는 막고, 한 구멍에 줄 하나씩 넣어서 수술을 했어요. 지금도 수술하기에 좋은 건 아직 장갑일 정도라니까요.(웃음) 많이 발전되긴 했지만 아직 저에게는 이 장갑만큼 좋은 도구는 없는 거 같아요. 자유도가 높거든요. 그래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화되려면 좋은 환경이 갖춰져야겠죠. 그래서 항상 스케치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있답니다.”라며 타블렛 pc에 틈틈이 그려놓은 스케치를 보여주는 윤성현 교수.

싱글포트에 대한 개척의 길이 결코 녹록치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대목이다.
여느 수술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더 섬세한 기술과 고도의 집중력, 냉철한 안목과 찰나의 결단력을 필요로 이 분야는 많은 의사들이 어려워한다. 그래서 윤성현 교수는 교육과 훈련, 그리고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복강경 카메라를 잡는 경우만 해도 간호사가 수술 집도의가 생각한대로 시야를 만들어줘야 원활하고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반복된 교육과 트레이닝이 필요하고, 아울러 팀워크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필요성을 느낀 윤성현 교수는 2011년 말부터 최소침습수술교육센터장을 맡아 운영해오고 있다.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서 향후 ‘최첨단수술연구교육센터’로 개편할 예정이며, 이는 새로운 미래수술법을 개발하고, 그 수술법을 교육하고 보급해 더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함이다. 앞으로 최첨단수술연구교육센터로 개편될 삼성서울병원의 최소침습수술교육센터에서는 모두 3팀으로 나뉘어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먼저 수술혁신팀은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하고, 내외부 연구팀과 협력 과제를 통해 특허 등 지적재산권를 도출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술 기구 개발 등을 하며 새로운 미래 수술 환경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교육컨텐츠 개발팀은 수술혁신팀의 아이디어를 시각화하여 구체화시키는 업무를 하는데. 교육과 홍보를 위한 컨텐츠를 통합 관리하고, 컨텐츠 내용을 그래픽과 플래시 등의 형태로 제작하고 있다. 다음으로 교육훈련팀은 교육을 받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트레이닝 모듈 및 이력 관리, 주기별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은 싱글포트 수술의 선두주자이자 수술 건수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또한 처음 싱글포트 수술에 도전해 수술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동료 의사와 후배 의사들은 그러한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수술법을 익히게 하고 싶어 최첨단수술연구교육센터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물론 그 노력의 최후 수혜자는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일 것이다.

“젊은 생각과, 환자치료를 위한 집념,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꿈을 가진 의료진들이 힘을 합치면 훨씬 혁신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최첨단수술연구교육센터는 우리 세대보다는 다음 세대를 위한 겁니다. 우리의 기술 개발과 교육, 훈련, 임상 경험이 쌓이면 앞으로의 의사들은 더 수준높은 치료를 할수 있겠죠. 환자의 만족도도 높아질 거고요. 저는 환자들이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를 떠올리면, ‘상처도 없고 아프지도 않고 회복도 빠르고 합병증도 없게 해주는 곳’으로 기억되게 하고 싶어요. 아직은 험난하지만, 그것이 우리 삼성서울병원의 미래와 함께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치료 방법이 나와도 환자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워,
더 나은 환자치료를 위해 한 걸음 더, 한 템포 더 앞서 나갈 것.
꿈꾸면 이루어진다.

윤성현 교수의 얘기를 듣다보니, 그의 고되고 바쁜 일상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환자 치료하고 수술하기도 바쁘지만 항상 새로운 수술법을 고민하고 도전하고, 또 없는 시간을 쪼개 후배들에게 그 수술법을 전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윤성현 교수. 대체 이렇게 힘든 일을 스스로 만들어 벌이는 이유가 뭘까.

“외래에서 환자분들이 복강경수술을 한다고 하면, 그게 좋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복강경수술이 개복수술보다 더 좋다는 연구결과도 이미 9년 전에 나왔고,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좋은 수술법들이 많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분들은 이 변화에 대해 모르고 계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쉽지 않은 길이죠. 끊임없이 설득해야하고, 알려드려야하고.”라고 말끝을 흐리는 윤성현 교수의 어깨는 그만큼 무거워보였다. 그러나 이내 특유의 환한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외과 의사가 3D라고 하잖아요? Dirty, Dangerous, Difficult의 약자. 그런데 전 그렇게 생각해요. 선배외과 의사 김영욱 교수님의 말씀처럼 외과 의사의 3D는 Diligent, Decisive, Dedicative.?라구요. 열정없이 목표없이 환자 치료에 대한 열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죠.”라며 그의 목표가 담겨있는 문서 장표를 하나 보여주었다.

“저는 꿈은 아주 아주 크게 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꿈을 크게 꾸지 않으면 20년, 30년이 지났을 때 자기 꿈이 왜 그리 작았는지 후회를 한답니다. 그래서 저도 지금은 말도 안되는 꿈을 맨날 꿉니다. 제가 수련의 교육할 때 하는 얘기가 있어요. 일명 ‘Dreams come true’ 써클인데요. 생각은 아이디어를 만들고,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노력하고 실행하고, 다시 하고, 또 하는걸 계속 반복하면 결국 성공한다는 뜻이죠. 상상하면 될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아마도 윤성현 교수의 지도를 받는 후배 의사들은 그에게 새로운 수술법 전수는 물론, 외과의가 가져야 할 마인드와 열정까지 전수받지 않을까 짐작된다. 환자의 상처와 고통을 줄이는 미래 지향적인 수술을 고민하고 도전하는 윤성현 교수야말로 외과의의 진정한 롤모델이 아닐까.

윤성현 교수의 방에 인형 하나가 눈에 띄었다. 우주 소년 아톰. 그런데 아톰이 마치 자신을 지키고 적들을 무찌르는 무기인 양 싱글포트 수술 시 사용하는 내시경 기구를 들고 있다. 이런 예사롭지 않은 모양새엔 분명 사연이 있을 터였다.



“우주 소년 아톰은 다들 아시죠. 데츠카 오사무가 1960년대에 아톰을 그렸는데요. 만화 속에서 미래에 활약하는 아톰이 태어난 해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2003년입니다. 영원히 오지 않을것 같은 미래도 결국 오게 마련이죠. 우리 외과 수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복수술에서 복강경으로, 지금은 싱글포트수술까지 발전했는데요. 하지만 전 여기서 안주하지 않습니다. 현재는 미래수술환경에 대비해서 어떻게 우리가 맞춰나갈 것인가, 어떻게 앞서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중이에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시도해 보고, 열정을 다해 노력하면 또다른 혁신적인 치료법이 탄생할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전 매일 이 아톰을 보면서 더 완벽한 미래 수술을 꿈꿉니다.”

아톰 인형과 윤성현 교수가 어쩐지 좀 닮았다고 느낀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왠지 그가 꿈꾸는 그 미래가 머지 않은 것 같은 기분 좋은 확신과 함께 그의 연구실 문을 나섰다.

윤성현교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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