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들은 병을 진단받으면서 심리적으로 아래와 같은 다섯 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합니다.

• 1단계 : 부정
처음 암을 진단받게 되면 그것을 믿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은 자신에게 병이 있음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오진일 것이라 생각하며 여러 병원을 다니며 확인 받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 2단계 : 분노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것을 사실로 인식하게 되면서 화가 나게 됩니다. 왜 내가 이런 병에 걸려야하는 것인지 한탄하며 분노하며 자신에게 소식을 전한 의료진, 주변 사람에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또한 미리 예방하거나 찾아내지 못한데 대해 후회하고 자책하는 마음이 들게 됩니다.

• 3단계 : 타협
부정하고 분노하는 것이 해결책이 되지 못함을 인식한 뒤, 여러 가지 행위를 함으로써 자신의 수명을 연장 받으려 하는 등 타협을 모색하는 단계입니다. 재산을 공익재단에 기부한다거나, 선의를 베푸는 행동을 하며 자신의 병의 경과가 좋아질 것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정상적인 치료를 거부하고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유사치료를 택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 4단계: 우울
자신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병이 낫지 않는 것으로부터 우울해지게 됩니다. 객관적이고 긍정적인 사실들조차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자신을 애도하며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침묵하며, 사회적 관계로부터도 철수하게 됩니다. 우울증상이 심한 경우 적적한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사고와 의지를 회복시켜 주어야 합니다.

• 5단계: 수용
마침내 자신이 병이 있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는 마지막 단계로서 가장 성숙된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용의 단계가 되어야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이 모든 단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어느 정도 겹쳐 나타나게 됩니다. 개인에 따라서 중간단계에서 멈추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용의 단계까지 잘 극복해 나간다면 치료에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족 중 한명이 암으로 진단받게 되면 나머지 가족들도 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게 됩니다. 가족들이 겪는 심리적 단계도 환자와 유사합니다. 오진 가능성을 생각하며 여러 병원을 전전하기도하고, 왜 하필 우리 가족이 암에 걸렸는지 분노하게 됩니다. 또한 초기에 진단하지 못한 의료진에게 분노를 표출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하게 됩니다.

가족들이 현실을 부정하고, 감정을 숨기며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환자를 대하려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심리적 단계를 이해하고, 환자가 분노, 우울 등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환자를 간병하는 과정 또한 힘이 많이 들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가족들 간에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심리적, 육체적으로 지치게 됩니다. 가족 스스로 자신을 잘 돌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암으로 진단받고 치료받는 과정 속에서의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대사, 호르몬 등 신체기능의 변화, 약의 부작용 등으로 인해 여러가지 정신건강의학과적 문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암환자의 약 30-40%가 정신건강의학과적 진단이 가능하지만 이 중 아주 소수만이 정신건강의학과적인 치료를 받았다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암환자에게 발생하는 정신건강의학과적인 문제는 항암치료 결과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암환자의 정서적인 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어저야 합니다.

암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게 되고 이로 인해 불쾌감, 잦은 눈물, 절망감으로 나타나는 우울한 기분, 불안, 심계항진, 초조, 과호흡으로 나타나는 불안, 무모한 싸움, 평소와 다른 과격한 행동으로 나타나는 행실의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응성 우울증 또는 불안증에 해당합니다.

뚜렷한 이유 없이 불쾌하고 모호한 두려움을 느끼며 각종 자율신경계통의 과민증상들(두통, 발한, 심계항진, 가슴 답답함, 위장관 장애 등)이 동반됩니다. 증상이 심하게 지속되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우울증이나 물질남용과 같은 문제가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암 환자 중 상당수가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실제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암환자가 우울증을 치료받지 않고 지내게 되면 이차적으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암의 치료에 순응하는 정도도 낮아지게 됩니다. 또한 우울증상으로 인해 술이나 약물을 남용하는 경우도 있고 자살의 위험도 높아지게 되므로 우울증상을 치료받는 것은 중요합니다.

병원에 입원한 전체 환자 중 10-15%가 섬망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갑자기 의식이 흐려지거나, 사람, 시간, 장소를 혼동하기도하고 전반적인 인지기능의 장애가 나타나게 됩니다. 간혹 기분 변화가 두드러지거나 환청, 환시, 사고장애를 보이며 난폭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수 시간 내지 수일에 걸쳐 급격하게 발생하며 하루 중에도 기복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대사이상, 약물, 종양의 뇌전이, 종양수반증후군 등의 원인에 의해 발생되므로 빨리 이런 문제를 찾아 교정해주고 필요시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암환자와 가족들에게 다음과 같은 도움을 드립니다.
• 진단과 치료가 환자의 삶의 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생리적인 신체 반응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교육하여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병과 이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 자신의 감정 상태 등
  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 암의 치료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수면장애, 우울증, 적응 장애, 불안 장애, 섬망 등의 정신건강의학과적 질환에 대한 약물
  치료 및 면담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암환자들이 진단,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심리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환자 및 보호자들에게 교육하고 대처
  법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여 빠른 시일 내 적응하여 일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 암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 가족들 간에 심리적인 문제들을 다 같이 나누고 올바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
   도록 집단 치료 등을 시행합니다.
•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심리학자, 사회사업가, 간호사 등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 환자들의 일상생활 복귀에 적
  합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도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