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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뇨병과 술 - 김상용(내분비대사내과 의사)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5-02-09

내용


오랜 세월에 걸친 인류의 발견과 발명, 그리고 문화 산물 중 술만큼 그 공과가 큰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술에는 '백약의 장이자 백독의 두령'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내려지며 우리 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의식이나 관혼상제 때마다 술은 반드시 올라오게 마련이며, 인간사의 희노애락을 술과 더불어 지내 왔다고 하더라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마음을 즐겁게 하고 인간관계의 윤활유 노릇을 하는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강한 욕구불만이나 스트레스 등이 많아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음주를 흔히 볼 수 있으며 한국에서는 한 사람당 1년에 5천cc 이상의 알코올을 소비하며 성인의 거의 과반수가 술을 즐기고 있다고 합니다. 알코올은 약리학적으로는 마취작용을 가지고 있는 약물이어서 이 마취작용이 도취감을 일으키며 습관성의 기본이 된다고 합니다.

체내로 들어온 술은 여러 경로를 거치게 됩니다. 식도를 통해 위에 도착한 술은 약 30%정도가 위의 점막으로 흡수되고 남은 술은 천천히 소장으로 이동해서 거의 대부분이 소장에서 흡수됩니다. 이렇게 흡수된 알코올은 우리 인체의 화학공장인 간으로 이동하고 이 곳에서 체내 알코올의 약 90%가 처리되는데 일단 술이 들어오면 간의 분해작용은 활발해지기 시작하며 이 분해작용을 위한 효소들이 나오게 됩니다.

먼저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을 분해하기 위해 ADH라는 효소를 내보내게 되고 이 효소에 의하여 에탄올은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변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성된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로 인체에 해를 입히게 됩니다. 때문에 간은 ALDH라는 효소를 만들어 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파괴합니다. 그런데 아세트알데하이드가 파괴되지 않고 남아있게 되면 알코올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게 됩니다. 그럼 술이 몸에 끼치는 해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먼저 영양의 균형이 깨지며 비타민 부족을 초래하고 간 장애와 뇌 장애를 일으키며 심근병증이나 만성 췌장염, 위장장애, 알콜성 저혈당 등을 발생시키고 만성음주에 따른 각 장기의 장애 또는 호르몬대사 이상, 지질대사이상, 발암작용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럼 당뇨인에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요? 일반적으로 혈당이 너무 떨어지면, 간에 저장되어 있던 글리코겐(저장형 당분)으로 부터 포도당이 만들어져서(당신생작용) 혈액 내로 방출되게 됩니다. 그러나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간은 혈당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당신생작용을 차단시키고 먼저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한 과정을 밟습니다. 그러므로 혈당이 위험수준으로 떨어지게 되고 또한 알코올로 인한 중추신경계의 억제로 인하여 저혈당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당뇨인의 경우, 혈당이 잘 조절되고 있고 다른 합병증이 없다면, 소량의 술을 마시는 것은 괜찮지만 항상 알코올 섭취량을 자신의 식사 계획에 반영하여야 하며 운동 후나 당뇨병 약 투여 후 또는 인슐린 주사를 맞은 후, 식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저혈당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합니다. 이 밖에도 대량의 음주는 당뇨병의 조절을 어렵게 만들어서 망막증, 신경증이나 신증 등의 당뇨병성 합병증의 중대한 악화인자가 될 수 있니다. 알코올이 당뇨병에 미치는 영향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알코올은 1그램당 7칼로리의 열량을 냅니다. 그리고 한두 잔의 음주만으로도 최소 100∼200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습니다.
♡ 혈당조절이 잘 된 당뇨인의 경우 소량의 음주 시 혈당은 그다지 상승하지 않지만 술에 함유된 첨가물에 의해서 혈당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 저혈당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 알코올은 중추신경억제 작용이 있기 때문에 저혈당의 증상을 느끼지 못하여 술좌석에서 자제력을 잃게 합니다.
♡ 말초신경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당뇨병성 신경합병증이나 순환기장애가 있는 당뇨인들에게 더욱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또한 알코올은 당뇨병의 여러 가지 합병증(신경 손상, 안과 질환,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영향 들을 예방하고 알코올로 인한 저혈당을 피하기 위한 대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술을 마실 때 음식물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마시고 1잔을 여러 번 나누어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 음주 전후에 혈당을 측정하여 저혈당을 대비합니다. 흔히 알코올은 마지막 음주 후 8-12시간 동안 혈당을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 술은 칼로리가 아주 높은 군에 해당하므로 음주 전에 미리 술 마실 양을 정하고, 마시고자 하는 술의 칼로리만큼 지방 섭취를 줄입니다.
♡ 술을 마시고자 할 때는 자신이 당뇨병 환자임을 알려 주는 당뇨병 인식표를 소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음주 후 저혈당이 나타난 경우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때 이 인식표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당뇨 합병증이 있는 경우는 담당 주치의와 술을 마셔도 괜찮은지, 괜찮다면 어느 정도의 양을 마실 수 있는지 상의해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당뇨인들이 사회생활로 인한 피치 못할 술자리로 인하여 한두 번쯤은 고민하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모든 식이요법들이 그러하듯이 우리 당뇨인들에게는 본인의 몸에 맞고 적당한 정도의 알코올 섭취가 필요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의 사항들만 유의하신다면 좀더 즐겁고 두려움 없는 음주를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 옛날 이백의 시처럼 이 따뜻한 봄날에 꽃과 달님을 친구로 청하여 가족과 함께 한 잔 정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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