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호미와 김매기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내가 애용하는 농기구는 호미다.
어떤 철물전에 들어갔다가 호미를 발견하고 반가워서 손에 쥐어보니 마치 안겨오듯이 내 손아귀에 딱 들어맞았다...
고개를 살짝 비튼 것 같은 유려한 선과, 팔과 손아귀의 힘을 낭비 없이 날 끝으로 모으는 기능의 완벽한 조화는
단순 소박하면서도 여성적이고 미적이다.
호미질을 할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었을까 감탄을 새롭게 하곤 한다.
김을 맬 때 기능적일 뿐 아니라 손으로 만지는 것처럼 흙을 느끼게 해준다....

돌이켜보니 김매듯이 살아왔다.
때로는 호미자루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후비적후비적 김매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거둔 게 아무리 보잘것없다고 해도 늘 내 안팎에는 김맬 터전이 있어왔다는 걸 큰 복으로 알고 있다.

- 박완서, <호미>, 열림원, 2007

부모의 사랑은 호미 같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날카롭게 잘 베고 자르는 낫에 비해 호미는 짧고 무딥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위협적이지 않으면서 사용이 편하고 다양한 기능을 해냅니다.
호미는 농부의 손이 되어 돌멩이와 잡초를 골라내고 흙을 북돋아 밭고랑을 일구며 마늘, 감자, 고구마 같은 뿌리채소들을 캐냅니다.
비록 쭈그리고 앉아 하는 호미질이 무릎도 아프고 몸은 고되지만 그 바람에 농부는 흙을 가까이에서 만지고 느낄 수 있습니다.

호미의 무딘 듯 편안한 친밀감과 살짝 튼 유연함에서 부모에게 필요한 덕을 찾는다면 지나친 생각일까요?
아이 키우는 일도 호미로 김을 매듯 하다보면 고단함 끝에 보람과 기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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