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김계현칼럼> 자기가 원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모르는 자녀 지도방법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나는 대학교수 생활을 25년 이상 해오고 있으니 그동안 수많은 종류의 학생들을 보았다고 하겠다.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기 자식이 장래에 이런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라는 바램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학생들 중에는 자기가 원하는 직업이 무엇이라고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꽤 많다. 안타깝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아이들 중에는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자기가 원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그것을 왜 원하는지 등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런 희망 직업은 성장 과정 중에 바뀌기도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그것을 대학생이 될 때까지
그대로 가져가기도 한다. 그런데 왜 어떤 아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감을 잡지 못하는 것일까?
만약 나의 자녀가 그런 부류의 아이라면 그건 슬퍼해야할 일일까, 아니면 그냥 지나쳐도 괜찮은 것일까?

자기가 원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되는 것은 상담학적으로 볼 때 개인의 진로발달 career development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이들의 진로발달을 위하여
각종 진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을 하곤 한다. 정부나 지역 공공기관들도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센터, 직업체험센터를
설치해서 이런 노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고 지원해준다. 요즘은 이런 센터를 부모-자녀가 함께 방문하거나 학교에서 단체로 견학하는
사례를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자기가 어떤 직업을 원하는지 잘 모르는 아이의 부모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자녀의 정상적 진로발달을 위해 바람직할까?
우선, 그 아이가 이제까지 한 번도 그런 생각 즉 희망직업을 가져본 적이 정말로 없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왜냐하면, 지금은 희망직업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과거 어느 시기엔가는 희망직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있었는데 왜 지금은 그것이 없어진 것일까?

첫 번째 원인은 그 직업을 가지기 어렵게 만드는 장애요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상담학에서는 이것을 “진로장벽(obstacles)” 이라고 부른다. 많은 아이들이 프로 운동선수를 꿈꾸지만 본인의 신체조건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그 희망을 포기하며, 과학자가 되기를 원했지만 본인이 수학을 별로 잘하지 못한다는 현실에 부딪히는 경험들이
진로발달상의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로장벽을 경험한다는 것은 역으로 그 개인의 진로발달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임을 이해해야한다.
문제는 부모나 본인들이 그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회피의 대상으로 삼는 데에서 나온다.
진로장벽을 경험함으로써 비로소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있게 된다.
프로 농구선수를 원하지만 키가 잘 자라지 않는 청소년은 좌절감을 경험한다. 이때 그는 반드시 프로선수 이외의 다른 대안들을
탐색해 보아야만하는 입장에 놓인다. 이 순간이 비록 좌절스럽기는 하지만 새로운 발달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순간임을 잊지말아야한다.
스포츠 분야는 프로선수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수 백 가지의) 직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운동을 좋아하고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농구를 좋아한다면 프로선수가 아닌 스포츠 관련 다른 직업을 가져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 수가 있는 것이다.

오히려 자기가 원하는 직업에 대해서 아무 의심이나 검증이 없이 어렸을 때 가졌던 생각을 그대로 가져가는 사람 중에
문제적인 진로발달을 하는 사람들을 상담실에서는 종종 발견한다. 이런 사람은 본인 자신이 그 직업에 진정으로 흥미가 있거나,
그것을 정말로 좋아해서라기보다는 가족 내의 다른 사람들의 영향에 의해서 그런 생각을 굳히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사람들을 지칭하여 자아발달이론에서는 “조기폐쇄” 즉 너무 일찍 생각이 닫혀 버렸다라는 의미의 용어를 사용한다.

진로발달이 조기폐쇄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좀 방황하더라도 자기가 원하고 좋아하는 직업을 탐색하면서 발견해가는
발달과정이 오히려 더 바람직하다. 다만, 우리나라의 교육제도, 학교문화, 가정문화, 그리고 직업문화는 아이들이 일찍부터
본인의 희망직업을 자유롭게 탐색하기 어렵도록 형성되어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아이들의 진로발달은 서양 나라 아이들과는 좀 다르게 진행된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당신의 자녀가 본인이 원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면, 어디가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본인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이 있지만 그것을 성취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요인들을 발견했기 때문일 뿐임을 알아야한다.
이 때 부모가 할 일은, 자녀가 그런 장벽요인을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지를 스스로 궁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아주 유용한 직업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좀더 심화된 직업탐색을 위해서는 EBS방송을 다시 찾아보거나,
지역의 직업체험센터를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겠다.

 

 

[약력]
김계현 교수, 서울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육상담, 상담심리학, 교육심리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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