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김계현칼럼> 부러워도 지지 않는 비결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나의 아내는 자식 자랑을 못하는 편이다. "자식 자랑 많이 하면 팔불출"이라고 흉볼까봐 못하는게 아니라,
자식에 대해서 내세울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자기 친구들끼리 만나는 모임에서 자식 자랑 못해본 나의 아내가
나는 항상 안쓰럽고 미안하다. 자식 자랑을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식들이 번듯한 대학을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비슷한 처지의 다른 부모들도 같은 이유에서 자식 얘기만 나오면 할 말이 없어지고, 가슴이 오그라들고. 자꾸만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볼 것이다. 자식 자랑을 맘껏 할 수 있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자식 자랑 한번 해보지 못하는 우리는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이렇게 밖에 못길렀나?’라고 묻게 되면서 스스로 움츠러든다.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잘해서 저렇게 잘 길렀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그들을 통해 그 방법을 배우고 싶어진다.
이글은 자랑할 것이 없는 “기죽은” 부모들을 위해서 쓰는 글이다.

언제부터인가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라고 하는 그 의미가 묘한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부러워할 일이 있어도 이를 부정하고 부러워하지 말라는 의미인 것 같기도 하고, 부러우면 노력해서 부러워할 상황을 만들지 말고
이겨내라는 의미로 들리기도 한다. 어쨋든 자랑거리를 주지 못하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아주 어려운 주문임에는 틀림없다.

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여기서 한 가지 주의사항을 일종의 경고사항으로 말해두어야 하겠다.
친구 아들, 친구 딸에 대한 자랑을 듣고 내가 잔뜩 움츠러들었던 날, 집에 와서는 절대로 그것을 자식에게 책임전가 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엄친아, 엄친딸 이야기는 당신의 자녀마저도 움츠러들게 만들 뿐이다. 부러움으로 우리 부모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지만
부모된 사람으로서 이를 참아내야 한다.

그 다음 숙제는 ‘부러워도 지지않는 비결’을 터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멘탈을 강화시켜야한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부러우면서도 지지않을 방도가 있다는 것인가?
친구 딸도 1등이고, 내 딸도 1등이면 부러울 일이 없다. 친구딸은 1등인데 우리딸은 그보다 못하니 부러울 수 밖에 없다.
친구 아들은 상위권인데 내 아들은 중하위권에 있으면 부모 마음은 좌절스럽다. 이 부러움과 좌절이 여러번 반복되고
오래동안 지속하여 생기는 마음의 고통이 바로 열등감, 열등의식다. 여기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열등감이라는 마음의 고통은 남들과 비교하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남과 비교하는 것, 특히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는 습관은 한 가지 중요한 긍정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습관처럼 배어들게 되었다. 그 긍정 효과가 무엇이냐 하면,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를 하면 그것이 나로 하여금
더 잘하려는 동기로 작용하고, 새로운 노력을 해볼 목표 설정에 도움이 되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이 비교하기가
항상 긍정적 효과만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비교는 동시에 고통의 씨앗이 되고 열등감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깜빡 잊었기 때문에
우리는 엄친아, 엄친딸들과의 비교를 서슴지 않는다.

비교를 하지 않으면 그 대신에 무엇을 해야 할까?
누구나 부러워하는 서울대학교 졸업생의 몇퍼센트가 취업을 못하는지 언론 보도에서 보았을 것이다.
약 40퍼센트가 졸업 첫해를 미취업으로 보낸다. 이 통계는 고려대, 연세대 등 소위 SKY 대학을 비롯한 최상위권 대학들에서
모두 예외가 아니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단지 위안을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엄친아, 엄친딸을 두지 못한 당신은
그 40 퍼센트를 잊지 말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당신의 아들딸이 최상위권 대학에 다니지 못해도 그들에게는
아직 40퍼센트 이상의 기회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한다.

인생을 복싱경기에 비유해보자. 10회전을 싸우는 경기라면, 인생 100살을 가정하여 1회전을 10년으로 쉽게 생각해보자.
당신의 아들딸이 지금 열몇살이라면 지금 2회전 경기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당신의 아들딸이 엄친아, 엄친딸이 못된다면 이는 1, 2회전에는 불리한 경기, 지는 경기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라.
20대의 인생은 복싱으로 치면 3회전이다. 1, 2 회전의 불리함은 어쩔수 없다. 3회전을 준비하라.
그리고 이어서 4회전(30대)을 잘 싸울 생각을 하라. 단, 1, 2 회전에 KO패를 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3회전과 그 이후를 싸울 수 있으니까. 역전승을 노린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인생역전은 로또 당첨만 있는게 아니다. 3, 4, 5회전을 잘 싸워서 역전승을 이룩한다는 계획과 각오를 다지라.
1, 2회전의 엄친아, 엄친딸 중에는 3회전 이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40 퍼센트를 넘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약력]
김계현 교수, 서울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육상담, 상담심리학, 교육심리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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