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신정근 칼럼> 거일삼반(擧一三反)과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한때 “공부가 가장 쉬었어요”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유명대학을 좋은 성적으로 입학했던 장숭수씨의 말이다.
그는 5수 끝에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신문배달, 택시기사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을 공부가 쉽다고 표현했던 것이다.
“늦은 시간까지 문제 풀이와 암기를 하느라 고생하는 학생들에게 공부가 가장 쉬었다”라는 말은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들릴 수 있다.
이 말을 좀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학습법의 어떤 특징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전거를 타거나 농구에서 슛을 배우는 것을 생각해보라. 처음에 자전거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자전거 타기는 어렵다. 
때로는 넘어지기도 하고 때로 부딪치기도 하는 과정을 겪으며 자전거를 잘 타게 되면 자전거만큼 쉬운 것도 없다. 
처음에 농구공을 던지면 링에 들어가기보다 엉뚱한 곳으로 간다. 계속 반복해서 연습하면 공이 링 속으로 빨려들어 가듯이 쏙 들어간다. 
자전거나 농구공은 처음에 어렵다가 어느 순간에 쉬운 것으로 바뀌게 된다. 연습을 통해 감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공부도 그런 과정이 없고 계속 어렵기만 할까? 공부가 운동과 마찬가지로 쉬워지는 순간이 있다. 영어 단어를 하나씩 외울 때 금방 까먹는다.
오래 되풀이하다보면 전에 외운 단어와 지금 외운 단어의 연결고리를 찾으면 새로운 단어를 금방 외우게 된다. 즉 이전보다 단어를 외우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게 된다. 공부에서 연결 고리가 중요하다. 앞에 배운 것과 나중에 배운 것이 다른 것으로 여겨지면 외우는 것이 두 개가 되지만
둘이 서로 연결되면 외우는 것이 하나로도 족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연결, 연상, 추론, 종합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孔子는 훗날 성인으로 알려졌지만 당시 뛰어난 교육자로서 유명했다. 그는 특이한 교수법을 통해 학생들의 이해력을 높였다. 
첫째, 학생이 알려고 하지 않으면 먼저 가르쳐주려고 하지 않았다. “모르는 것에 씩씩거리며 알려고 하지 않으면 갈 길을 터주지 않고, 
표현을 하지 못해 안달하지 않으면 퉁겨주지 않았다.”(불분불계不憤不啓, 불비불발不?不發) 쉽게 가르쳐주면 금방 또 묻는다. 
“앞에 말한 것을 잊어버렸어요. 다시 한 번 더 말해주세요.”라는 말을 하게 된다. 자신이 문제를 풀다 막혔을 때 잘하는 사람에게 물으면
해답의 실마리를 찾게 되는데, 이 때 알게 된 힌트는 쉽게 잊을 수가 없다. 이렇게 하나씩 알게 되면 많은 것이 서로 연결될 수 있다.

둘째, 하나를 알면 그것을 바탕으로 추론하도록 강조했다. “사물의 한 면을 제시해주면 그것으로 나머지 세 면을 추론하게 한다.”
(거일우擧一隅, 이삼우반以三隅反) 학생이 하나를 알게 되면 그것에 그치지 않고, 아는 것을 바탕으로 추론을 하면 다른 것을 알게 된다. 
겨울에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기온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봄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 농사지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하나를 알면 두세까지 알 수 있게 된다. 

공자는 두 가지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면 공부를 가르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것은 공부 못하는 학생을 가르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모르면서 알려고 하지 않고, 하나를 알고서 그것에 만족하는 학생이 발전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부가 가장 쉽다는 말은 모르던 것을 알게 되고,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을 겪었다는 뜻이리라. 
이것이 바로 자기주도적인 학습법이다. 정답을 알려주는 교육이라면 그것은 쉬운 공부의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약력]
신정근 교수,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유학동양학부
- 주요저서 : 불혹, 세상에 혹하지 아니하리라. 21세기 북스
                   논어 -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랑이다, 한길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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