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신정근 칼럼> 자신감과 직전주거(直前做去)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사람은 나이에 따라 관심사가 달라진다. 아이 때는 먹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형제나 자매끼리 친구끼리도 양보가 없다. ‘내’가 하나라도 더
먹어야 한다. 왜 그럴까 라고 묻는다면, “맛이 있다”는 것만큼 확실한 이유가 없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옷, 신발, 가방, 헤어스타일 등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사주면 뭐든 좋아했지만 이때가 되면 자신의 요구 사항이 생긴다.
 
이로써 어린아이와 청소년 시기가 나뉘는 것이다. 어린아이는 남을 신경 쓰지 않는다. 배가 고프면 누가 보든 말든 운다. 자신이 놀던 장난감을
누가 가져가면 갑자기 다가가서 얼굴을 때리기도 한다. 철저하게 ‘내’가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청소년은 특히 사춘기라 하여 이전과
다른 ‘내’가 생겨난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나’는 이전보다 남을 훨씬 더 의식한다. 옷을 하나 입어도 보는 사람이 어떻게 볼까라고 의식하고,
가방을 메도 보는 사람이 촌스럽다고 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이고, 머리를 다듬어도 누가 요즘  그런 머리를 하고 다니느냐고 말할까 신경쓴다.
 
 
청소년 시기에 남을 의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린아이 단계의 ‘나’에 갇혀 있다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값이면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으면 더더욱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자신’을 자신의 눈으로 보지 못하고 남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자신이 입은 옷이 편하고 좋은데, 친구들이 “그딴 옷을 입느냐?”라고 한 마디를 하면 그 옷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또 친구들 사이에 ‘나’를 좋게 말하면 모른 척하면서도 자존심을 세우지만 나쁘게 말하면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예민해진다. 그런 말을 한 친구를 찾아 사과를 요구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싸움을 한다. 또 심약한 사람이면 누구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으며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 우리가 서로 다른 사람과 지내다 보니 나에 대해서 나와 같은 생각만 있지 않고 다른 생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나를 믿는 자신감이지 남들이 뭐라고 하는 평가가 아니다.
 
조선시대 정조는 <일득록(日得錄)>이란 책을 엮었다. 규장각의 각신들이 평소 정조의 언행을 기록했다가 나중에 책으로 엮은 것이다.
따라서 <일득록>은 다른 사람(각신)들의 눈에 비친 정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세상에 떠도는 말이 많더라도,
스스로 꺾이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말고 곧장 앞으로 나아가라.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다보면 떠도는 말도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이 중에 “직전주거(直前做去)”라는 구절을 새겨볼 만하다.
 
왕이라고 해도 무슨 일을 하면 모든 사람들이 칭찬하지 않는다. 이해와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왈가왈부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타당한 말도 있지만 근거 없는 말도 많다. 가려서 들을 줄 알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근거 없는 말에 대해 나서서
하나씩 싸우려고 하면 끝이 없다. 또 근거 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나쁘게 말하려고 작정을 했기 때문에 설득할 수도 없다. 따라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떳떳하고 옳다고 한다면 “직전주거”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청소년 시기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차이를 균형 잡히는 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홀려서 자신감마저 잃어서는 안 된다.
 
 
[약력]
신정근 교수,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유학동양학부
- 주요저서 : 불혹, 세상에 혹하지 아니하리라. 21세기 북스
                   논어 -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랑이다, 한길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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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