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신정근 칼럼> 세종의 삼강행실도와 신교(身敎)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예나 지금이나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생활 습관을 가르치려면 힘이 든다. 편식을 하는 아이에게 반찬을 골고루 먹으라고 말하지만 효과가 별로 없다. 아이가 방을 정리 정돈하라고 해도 한두 번 듣는 척하다가 곧 엉망이 되어버린다. 부모는 음식을 골고루 먹고 방을 정리 정돈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는 가려먹지 않고 청소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같은 일에 대해 부모와 아이가 이렇게 서로 생각이 다르다. 그래서 늘 “지금 하라!”와 “다음에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충돌하기가 쉽다.
 
조선시대 세종도 당시 사회의 도덕 수준이 나날이 떨어지는 현상을 꽤나 우려했다. 
“세상의 도리가 땅에 떨어지고 순박한 풍습이 옛날과 같지 않으며 보편적인 원칙이 점점 참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는 전문가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자식은 자식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남녀는 남녀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은 자신이 고대의 성왕처럼 뛰어난 왕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몸소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면(躬行身敎)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본받아 훌륭한 인격자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세종은 자신의 능력을 탓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본받을 만한 충신, 효자, 열녀의 사례를 가려서 사람마다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게 했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이 문자를 모르면 책을 반포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듯했다. 그래서 설명에다 다시 도형을 붙였다. 이렇게 해서 출간된 책이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이다.
 
세종은 삼강행실도를 전국적으로 유포한 뒤에도 교육에 신경을 썼다. 책이 있어도 내용을 모르면 본받으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각급 행정 기관은 백성 중에서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서 다른 사람들에게 ‘삼강행실도’의 내용을 가르치도록 했다.
 
세종이 ‘삼강행실도’를 추진하는 과정은 참으로 주도면밀하다. 먼저 사회 현상의 원인을 진단하고, 다음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강행실도’의 편찬으로 가닥을 잡고, 이어서 책을 전국적으로 반포한 것으로 끝내지 않고 또 ‘삼강행실도’의 교육을 담당할 사람을 선별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정책이 현실적으로 효과를 거두고자 했던 것이다.
 
세종은 사회의 도덕 교육을 위해 순수 이론에만 관심을 두지 않고 사례의 수집과 분류 그리고 광범위한 홍보와 적실한 교육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이 점은 오늘날 우리도 주의 깊게 살펴볼 의의가 있다. 아이가 시간에 따라 지능이 발달한다. 하지만 아이는 어른에 비해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이해가 부족하다. 부모는 편식을 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아이는 그 말을 당장 맛있는 음식을 조금 먹고 맛없는 음식을 먹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다. 어른은 지금의 편식이 미래의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원인과 결과를 실제로 겪지 않아도 추론할 수 있다. 아이는 닥치지도 않은 미래를 가지고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세종의 지혜를 빌린다면 편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온 사례를 통해 부모는 아이와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 어떠하다는 것보다 실제로 어떻게 된다가 아이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사람마다 같은 내용을 수용하는 길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울러 받아들이는 방식을 고민해서 서로에게 다가간다면 효과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약력]
신정근 교수,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유학동양학부
- 주요저서 : 불혹, 세상에 혹하지 아니하리라. 21세기 북스
                   논어 -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랑이다, 한길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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