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신정근 칼럼> 역이지언(逆耳之言), 나와 다른 말에 귀를 기울이자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메시아나 성인이 살던 시절과 오늘날 보통 시민이 사는 시절이 같을 수가 없다. 과거에 메시아의 말과 행동은 다른 사람들이 따르고 존중해야 할 기준이었다. 메시아의 말과 행동 이외에 다른 길이 있을 수가 없었다. 당시 소수의 사람만이 문자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이견이 나올 가능성이 적었다.
 
오늘날 시민은 모두 보통 교육을 받아서 문자를 읽고 쓸 줄 안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사람이 사회의 현안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시민들은 각자 자신의 말을 하느라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거나 자신의 생각이 다르며 잘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특히 객관적 진실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명확한 사실마저 억지 해석을 한다. 사람의 언어 능력이 소통을 깊게 하지 못하게 하고 역설적으로 소통을 막고 있다.
 
사람 사이에 소통을 넓히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다른 생각이 나쁜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열어줄 수 있다는 점을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
<채근담>을 보면 이러한 소통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귀에 거슬리는 말을 늘 잘 듣고 마음을 긁는 일을 늘 담아둔다면, 사람의 덕행을 끌어올리고 행실을 닦는 숫돌이 될 것이다. 
만약 듣는 말마다 귀에 즐겁고 하는 일마다 마음에 달콤하다면, 이는 자신의 인생을 맹독 속에 묻는 것이다.
이중상문역이지언耳中‘常聞’逆耳之言, 심중상유불심지사心中‘常有’拂心之事, 재시진덕수행적지석?是進德修行的砥石. 
약언언열이若言言悅耳, 사사쾌심事事快心, 편파차생매재짐독중의便把此生埋在?毒中矣.
 
보통 우리는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들으면 상대의 말을 막고 더 이상 들으려고 하지 않고, 마음을 긁는 일이 있으면 한시바삐 잊어버리고 한다. 반면 귀에 즐거운 말과 마음에 달콤한 일을 좋아한다면 당장은 좋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귀가 달콤한 말 이외에 다른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마음이 달콤한 일 이외에 다른 일을 하려고 하지 않게 된다. 당연히 중심과 균형을 잃게 되는 것이다. 끼리끼리 좋겠지만 전체를 보는 눈조차 잃어버리게 된다.
 
<채근담>에서는 ‘역이지언’을 한 번 듣는 것이 아니라 늘 들으라고 하고, ‘불심지사’를 한 번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늘 담아 두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사람의 귀와 마음이 커진다. 같은 말과 일이 아니라 다른 말과 일에도 객관적 거리를 두고서 다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말하는 
‘진덕수행’은 시민의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21세기의 시민이라면 자신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 사람이 말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는 여유를 가질 줄 알 것이다.
 
소통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다. 소통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데에서 출발하여 서로 다른 점을 확인하기도 하지만 같은 점을 확인하려는 자세이다. 한자를 보면 소통(疏通)은 빗질하다는 ‘소’ 자와 통하다는 ‘통’ 자로 되어있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헝클어져서 빗질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빗질을 하고 나면 빗이 머리카락 사이를 자유자재로 다닌다. 빗질이 되지 않아서 머리카락 사이가 뻑뻑한 것이 불통이고 빗질이 잘 돼서 부드러운 것이 소통이다. 엉킨 것을 풀려면 결국 ‘역이지언’과 ‘불심지사’를 듣는 데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약력]
신정근 교수,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유학동양학부
- 주요저서 : 불혹, 세상에 혹하지 아니하리라. 21세기 북스
                    논어 -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랑이다, 한길사외 다수

 

태그
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