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신정근 칼럼> 사람의 마음을 여는 다섯 가지 태도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스파이 영화는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환영받는 소재이다. 007 시리즈를 보면 제임스 본드는 반듯한 몸가짐과 화려한 말솜씨로 적의 수중에서 기밀을 빼냈다. 요즘 스파이 영화는 사람의 능력보다 첨단 기술에 의존한다. 열 감지 장치를 통해 어디에 경계병이 서 있는지 등 침투할 지역의 사정을 유유히 드나든다. 지휘 본부와 인터넷으로 교신을 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수시로 제공받는다.
 
춘추시대 사상가 공자는 인생에서 많은 기간을 떠돌아다녔다.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면 모든 것이 낯설다. 어떤 곳을 찾아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필요한 물건을 사려면 어디에서 구해야 하는지 하나같이 불안하다. 자신의 고향이라면 사정이 훤하기 때문에 걱정할 일이 조금도 없다.
그런데 공자는 다른 지역을 가더라도 마치 오늘날 유능한 스파이처럼 주위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척척 얻어냈다. 공자는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지 않아도 그들은 공자를 만나면 묻는 대로 술술 대답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점을 무척 궁금해 했다.
 
‘자금(子禽)이 공자 제자 자공(子貢)에게 물었다.
“공 선생님은 어떤 나라를 방문하면 꼭 그 나라의 정치 사정을 들어서 잘 알게 됩니다. 
공 선생님이 나서서 캐묻는 것인가요? 아니면 상대방이 공 선생님에게 도움을 바라며 들려주는 것인가요?”
 
평소 공자와 동행을 많이 했던 자공이 자금에게 대답했다.
“선생님은 따뜻하고 솔직하고 공손하고 수수하고 자신을 낮추는 자세로 정치 상황을 듣는 기회를 가지는 것입니다. 
태도가 이러하니 선생님이 정치 상황을 캐묻더라도 다른 사람이 캐묻는 것과 다르지 않겠습니까?”
(子貢曰: 夫子溫良恭儉讓以得之. 夫子之求之也, 其諸異乎人之求之與?)
(禮尙往來, 往而不來, 非禮也. 來而不往, 亦非禮也.)
 
공자는 만나는 사람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서 스파이의 기술과 첨단 무기를 갖추지 않았다. 그는 따뜻한 온(溫), 솔직한 양(良), 공손한 공(恭), 수수한 검(儉), 자신을 낮추는 양(讓)의 자세를 보였다. 바로 이 다섯 가지 태도가 상대의 마음을 녹였던 것이다. 그 결과 공자와 상대방 사이에 있는 주저하고 의심하는 벽을 허물게 되는 것이다. 공자의 온양공검양이 오늘날 스파이의 첨단 기술과 같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뜻함은 서로에게 보탬이 될 수 있고, 솔직함은 서로를 믿을 수 있고, 공손함은 서로 존중할 수 있고, 수수함은 격의 없이 사귈 수 있고, 자신을 낮추기는 상대의 생각과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다섯 가지는 결국 나와 남이 이익 때문에 잠깐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넘어서 상호 이익을 주고 상호 이해를 깊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이 다섯 가지로 이루어진 다리를 건너서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공자가 사람을 만나서 차갑고, 감추고, 건방지고, 화려하고, 자신을 과시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대방은 공자를 보는 순간 경계심을 갖고 말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말을 한다고 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나 특별한 것이 없는 상투적인 말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빨리 헤어지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공자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매력을 뿜어냈다고 할 수 있다.
 
[약력]
신정근 교수,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유학동양학부
- 주요저서 : 불혹, 세상에 혹하지 아니하리라. 21세기 북스
                    논어 -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랑이다, 한길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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