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신정근 칼럼> 자기 주도적인 삶과 자득지미(自得之味)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인생은 타이밍이다”라고 할 정도로 삶에서 타이밍은 중요하다. 제때를 놓치면 간단한 일을 복잡하게하고 쉬운 일이 어렵게 꼬이게 된다. 
경찰이 타이밍을 놓치면 바로 독안에 든 범인조차 잡지 못하게 된다. 프로야구 선수가 수비하며 다이빙의 순간을 놓치면 공을 뒤로 흘리게 된다.
사람이 한참 혼자서 고민하며 길을 찾고 있는데, 누군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하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스스로 해결할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도움을 청할 때 조언을 하면 도움을 받고나서 고마움을 표시하게 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울 때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어릴 때는 부모가 생각하기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아이에게 하나하나 세세하게 참견했다. 
나이가 들면 아이가 자기 나름의 생각과 방법을 가지게 되는데도 부모는 여전히 옛날대로 간섭하려고 한다. 
아이가 “좀 내버려달라!”고 하면 부모는 “내가 너보다 너를 더 잘 안다!”며 간섭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일정한 나이에 이르러 자신의 생각을 갖게 되면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부모는 그러한 자식이 미덥지 않아서 사사건건 아이의 일에 끼어들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사랑을 두고 전혀 달리 생각하게 된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니까 아이에 대해 뭐든 말할 수 있다고 여긴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사랑한다면 자식이 생각하는 것을 듣고 또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여긴다. 둘 다 사랑을 말하지만 사랑을 어떻게 나타내는 게 좋은지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다.
요즘 ‘자기 주도적 학습’이란 말이 널리 퍼져있다. 우리 교육이 워낙 학원이다 과외다 해서 사교육에 의존하다보니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잊어버리자 새삼스럽게 혼자서 알아서 척척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이 않된다면 앞으로 자기 주도적 삶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된다.
아이들이 모여서 공부를 하는 모습
옛날에도 공부를 할 때 자기 주도적 학습을 강조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자득(自得)이다. 누가 일러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혼자서 의미를 터득하고 깨치는 것이다. 누가 알려주는 것은 잊어버리기도 쉽지만 혼자 알아낸 것은 잊을 수가 없고 또 다른 어려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조선시대 철학사를 보면 이황과 기대승이 편지를 통해 7년간 논쟁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뒤에 율곡 이이(1536~1584)와 우계 성혼(1535∼1598)도 편지를 통해 철학 논쟁을 펼쳤다. 이이는 ‘자득’이란 말을 사용해서 선배 철학자들의 특성을 분석한 적이 있다. 
“요즘 철학적 글을 읽어 보니 명나라 정암(整菴) 나순흠이 최고요, 퇴계 이황이 그 다음이요, 화담(花潭) 서경덕이 그 다음이다. 
그중에 정암과 화담은 스스로 터득한 맛(自得之味)이 많고, 퇴계는 모방한 맛(依樣之味)이 많다”(『율곡전서』)
이 말은 훗날 두고두고 논란이 되었다. 화담학파는 이이가 화담을 이황보다 못하다고 했지만 오히려 화담을 높이 쳤다고 생각했고 이황학파는  이이가 퇴계가 화담보다 낫다고 했지만 오히려 퇴계를 낮추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화담과 퇴계가 누가 학문적으로 나은지 이야기할 겨를이 없다. 다만 이이의 말 중에 자득지미(自得之味)와 의양지미(依樣之味)를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득지미는 재미있는 소설, 드라마, 영화를 보면 그 다음을 알고 싶어서 안달하는 것처럼 스스로 의미를 찾아서 자기 주도적 삶의 맛을 본 것이다. 의양지미는 앞에 누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앵무새와 같은 것이다. 이렇게 구분해보면 시험 문제를 틀려도 어떻게 생각한 것인지 책을 읽으면 무슨 생각이 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의양지미를 벗어나 자득지미를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
 
 
[약력]
신정근 교수,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유학동양학부
- 주요저서 : 불혹, 세상에 혹하지 아니하리라. 21세기 북스
                    논어 -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랑이다, 한길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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