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신정근 칼럼> 청소와 인사의 ‘소학小學’ 교육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생활만큼 학교 밖의 수학여행이나 캠프체험에서 많은 추억을 만들게 된다. 학교 밖에서 친구를 만나면 학교 안에서 보지 못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기고 한다. 나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랑 답사나 발표회 모임을 하다보면 평소 학교에서 보지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바깥 활동을 하다보면 자연히 밥을 해먹어야 하고 설거지나 청소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해서 당번을 정하면,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아무리 당번을 정하더라도 누군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 대학생과 대학원생의 반응은 몇 가지로 나뉘게 된다. 첫째,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나서서 일을 척척 해결하는 유형이 있다. 둘째, 앞장서서 하지는 않지만 누가 하면 뒤에서 스스로 따라하는 유형이 있다. 셋째, 앞장서기는 하지만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오히려 일을 크게 만드는 유형이 있다. 넷째,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듯 쳐다만 보고 있을 뿐 뭔가 하려고 어떤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유형이 있다.

사실 20~30명의 단위에서 해야 하는 일이 무슨 거창하거나 위대한 일이 아니다. 위의 반응이 몇 차례 되풀이되다 보면 일하는 사람만 늘 일하고 노는 사람은 늘 논다는 불평의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이것은 개인을 위해서도 단체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따져보면 작은 일이더라도 힘이 들고 귀찮은 일이라면 그것이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고 골고루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 그게 바로 정의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기 자식이 귀하고 소중하므로 손에 물 묻히는 힘든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분들도 자기 자신이 남들 다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 왕따를 당하거나 ‘뺀질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부모가 대학생 아이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청소를 해줄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무리 자기 자식이 귀하다고 하더라도 생활의 기본을 하는 길을 들이면 좋겠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대신 살 수 없다면 자식이 혼자서 잘 살 수 있도록 좋은 자식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공부만 하면 “만사 OK!”라며 무슨 일을 해도 예쁘게 볼 게 아니라 제 할 일을 스스로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지금 주위 아이들을 보면 어떤가? 학교에 다녀오면 교복이며 양말은 설치예술을 하듯 집안과 방 곳곳에 늘어놓고 학교 갈 때 제 옷을 찾아달라고 고함을 친다. 방과 책상은 이것저것으로 엉망으로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어렵다. 아침에 등교할 때면 각종 준비물이나 확인서 등을 제대로 챙기지 않아서 학교에서 가져다달라고 전화를 한다. 부모가 좋게 말해서 비서 노릇이지 나쁘게 말하면 조선시대에 있었던 종노릇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면 대학생과 대학원생의 셋째, 넷째 유형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가 없다. 궁극적으로 따지면 자식의 인생은 자식의 책임이다. 하지만 부모가 성장기의 자식을 제대로 키우고 돌보지 못했다면, 나중에 자식으로부터 “왜 날 그렇게 키웠느냐?”라는 원망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서로 불행한 일을 막으려면 어릴 때부터 제 앞가림을 스스로 하는 옛날 ‘소학’으로 눈을 돌려보자.

송나라 주희는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어린이 교육의 자료를 ?소학?으로 묶어내면서 “물 뿌리고 청소하고 사람을 응대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뒤로 물러나는 절차”(灑掃應待進退之節)의 소양 교육을 강조했다. 청소와 인사는 사람 사이에서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이다. 돈 들여서 위험한(?) 캠프교육을 보내는 것만큼 가정에서 돈 들이지 않고 ‘안전한’ 제 앞가림 교육의 가치를 돌아보면 좋겠다.

 

[약력]
신정근 교수,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유학동양학부
- 주요저서 : 불혹, 세상에 혹하지 아니하리라. 21세기 북스
                  논어 -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랑이다, 한길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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