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신정근 칼럼> 밥상머리 교육과 입신<행도>양명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중학생 이상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자식들 얼굴 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어서 가족이 다같이 한 자리에 모여서 밥을 먹어본 게 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가족 해체’의 상태에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가족 구성원은 각자 자신의 일을 하고 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니 가족으로서 공감대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
가족 해체의 시대이지만 영화나 TV에서는 가족은 위기에 빠진 구성원을 구해주는 보루로 그려지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에서 괴물이 고아성(박현서 역)을 데려갔을 때 누구하나 거들떠보지 않아도 용감한 가족은 자신의 장점을 살려서 위험한 구출 작전을 펼쳤다.
TV 드라마는 다른 주제를 다룬다고 하더라도 많은 경우 남녀의 결혼, 즉 가족의 구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어버이날에 자녀들로부터 꽃 선물을 받는다. 부모는 꽃을 달고 선물을 받고서 입이 귀에 걸릴 듯이 즐거워했지만 왠지 아쉬움을 갖는다.
선물을 받고서도 “이것 밖에 없어?”라는 말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이 질문에 어리둥절하며 “나더러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는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기념일이 있으면 학교에서 해야 한다고 시키니까 꽃을 만들지만 왜 달아드리는지는 모르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버이날을 왜 기념하는지 선물 주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고 동작만 할 뿐 의미를 표현하지 못했다. 달리 생각하면 어른이 어린 아이한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옛날 부모님이 시시콜콜 간섭하는 밥상머리 교육을 들먹인다고 하면 현실성이 없다. 다같이 모일 기회가 없고 모인다고 해도 함께 나눌 공감대가 없는데 간섭의 밥상머리 교육을 하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안감독 <음식남녀>처럼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미리 ‘함께 식사하는 날’을 갖기로 약속을 해야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 아닌 사람들과 약속을 잡으면서 사회 생활을 하는데 가족끼리 데이트 날짜를 잡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렇게 함께 모이면 이야기의 금기를 정하자. 학생에게는 성적 이야기를 하지 않고, 나이 든 자식에게 결혼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상대가 예민해하는 주제를 말하지 말자. 이런 이야기를 끄집어내면 만나지 못한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이런 모임을 생각하면 「효경」 에서 책의 전체 내용을 설명하는 첫 장에 나오는 구절이 생각난다. “몸, 머리, 피부는 부모님에게 받았으니 헐거나 다치지 않는 게 효도의 시작이고, 몸을 일으키고 도덕을 실행해서 후세에 이름을 날려서 부모님을 돋보이게 하는 게 효도의 마지막이다.”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立身行道, 揚名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 전반부는 이제 더 이상 요구할 수 없게 되었다. 염색하고 문신하는 것은 예사이고 성형을 주저하지 않는 시절이기 때문이다. 후반부는 보통 ‘입신양명立身揚名’으로 줄여서 기억한다. 그런데 원문을 잘 들여다보면 ‘입신’과 ‘양명’ 사이에 ‘행도行道’가 들어있다. 우리는 가족을 이루고 살지만 자식에게 도덕을 말하지 않고 자꾸 입신양명을 주문하고 있는 듯 하다. 밥상머리 교육을 하려고 한다면 간섭과 상처주기가 아니라 소통과 경청하기의 방식을 취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먼저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일지, 각자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서로 편하게 이야기하면 좋을 듯하다.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성적, 취업, 결혼 등 부담스러운 입신양명만을 이야기하지 서로 불편해진다고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부담 주는 사랑이 아니라 나누는 사랑은 가족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사랑을 나누다보면 선물하면서 말이 좀 부드럽게 나오지 않을까?
 

[약력]
신정근 교수,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유학동양학부
- 주요저서 : 불혹, 세상에 혹하지 아니하리라. 21세기 북스
                  논어 -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랑이다, 한길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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