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신정근 칼럼> 뜰을 거닐면서 하는 자연스런 교육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공자는 동아시아의 사상가이자 교육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의 부모들은 공자의 사상보다도 그가 자식을 어떻게 가르쳤을지 더 궁금해 할 수 있다. 
공자가 뛰어난 교육자였던 만큼 혹시 자식 교육에도 남다른 비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이런 궁금증은 오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자 당시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공자의 제자 진항陳亢은 스승의 자녀 교육법에 대해 알고 싶었다. 어느 날 그는 공자의 아들 백어伯 魚에게 물었다. 
“그대는 자식이니까 스승님의 특별한 가르침을 받았는가요?” 백어는 특별한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백어는 실망하는 진항을 위로하는 듯 몇 가지 경험을 이야기했다. 공자가 뜰에 혼자 서 있을 때 백어가 아버지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종종걸음으로 주위를 지나갔다. 그때 공자는 아들 백어를 불러놓고서 시를 배웠는지 물었다.
백어가 배우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공자는 “시를 배워야 사람과 소통을 잘할 수 있다”라고 일러주었다고 한다.
그 뒤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공자가 백어에게 예禮를 배운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백어가 배우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공자는 “예를 배워야 사람구실을 잘 할 수 있다”라고 일러주었다고 한다. 진항은 백어의 말을 듣고서 하나를 물어서 세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시와 예를 배워야 하며 시대의 스승이 제자들을 제쳐놓고 자식을 특별하게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일화에 나오는 ‘과정過庭’은 그 뒤에 공자처럼 부모가 자식에게 무엇을 특별하게 가르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뜻하게 되었다. 과정은 부모가 상황에 따라 자식에게 필요한 것을 툭 던지듯이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자녀교육을 말한다. 조선시대 후기 박종채가 아버지 박지원의 일상과 행적을 엮으면서 책 제목을 ‘과정록過庭錄’으로 지었다.
이도 아버지의 글을 읽으면서 자신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지상파의 <아빠! 어디가?> 예능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보통의 가정에서 아이는 학원으로 가고 아빠는 늦게 귀가하여 서로 만날 일이 드물다. 
이 프로그램에서 아빠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음식을 만들고 평소에 바라던 놀이를 하고 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눈다. <아빠! 어디가?>는 오늘 가정교육이 사라진 현실과 대비되는 만큼 반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공자와 백어 사이의 일화는 <아빠! 어디가?>와 닮은 점이 있다. 둘 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자연스럽고 가벼운 방식으로 대화가 이루어진다. 
이 대화는 성적과 공리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서로 요구하고 점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식은 부모의 말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므로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고 자발적으로 수용한다. 
부모도 자식이 하는 말에 경청하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선선히 인정하면서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오늘날 부모는 자식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려고 애쓴다. 이 때문에 힘이 들어도 이름난 학원에 보내는 것이다. 적어도 이 정도를 해야만 좋은 부모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좋은 부모 노릇하기가 부모에게도 어렵고 자식에게도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서로 “좋은 부모가 된다”는 이유로 서로 괴로운 상황에 놓여있다.



[약력]
신정근 교수,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유학동양학부
- 주요저서 : 불혹, 세상에 혹하지 아니하리라,  21세기 북스
                   논어 -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랑이다, 한길사외 다수

태그
2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