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낯선 아이

사회정신건강연구소
경고를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이런 말들을 들었다.
“애들이 아직 어릴 때 재미나게 지내요.” “작은 애들은 작은 문제를, 큰 애들은 큰 문제를 일으키죠.”
어느 날 이 귀여운 우리 아이들이 퉁명스러운 이방인으로 변해서는 우리 취향을 비판하고, 우리의 규칙에 도전하고, 우리의 가치를 거부할 것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행동 변화에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가 느낄 상실감에 대해선 준비시켜주지 못했다.
 
-아델 페이버·일레인 마즐리시, 『십대와 통하는 대화기술』, 아름드리미디어, 2007에서-
“우리 집에 사는 이 낯설고 퉁명스런 아이는 대체 누구지?”
 
에바, 센케, 레알, 남소, 갠소, 버카충, 글설리, 금사빠, 갈비, 장미단추, 김천, 문상, 노페, 찐찌버거....
 
어느 나라 말이냐구요? 우리 십대가 즐겨 쓰는 은어들입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평범한 아이든 문제아이든 별 차이가 없습니다. 간혹 욕이나 심한 말도 있지만, 별 뜻 없이 재미로 줄여서 하는 말들이 많습니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아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은어들로 만든 제시문 25개 가운데 제대로 뜻을 이해한 문장은 학부모가 평균 6.6개, 교사는 평균 12.5개에 불과했습니다.
 
-경향신문 기획 탐사보도 ‘십대가 아프다’(2011.12~2012.1) 2012년 위즈덤경향 출판-
 
아이들은 그들만의 언어로 얘기하며 폐쇄적인 또래문화를 만들고, 소통이 되지 않는 어른들과는 점점 더 멀어집니다.  또래에 집착하면서 소외되지 않으려고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점퍼를 입고, 때로는 돌출행동이나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고민이 있어도 저희들끼리 주고받고,  힘들 때도 어른에게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일이 터지고 나서야 때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 일들이 생깁니다. 아이들이 꾹 다문 입을 열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으려면, 어른들이 먼저 다가가 그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춘기라고 그렇지 않아도 과묵해진 아이가 어쩌다 은어라도 입에 담으면 나쁜 친구 사귀는 거 아니냐며 요란스레 걱정하고 무조건 쓰지 말라고 혼을 내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말이 안통하고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로부터 멀어져 그들만의 세계에 더 깊이 틀어박히게 만들 뿐입니다. 어느 정도는 같은 언어로 소통하려는 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멀어져가는 아이를 탓하면서 상실감에 슬퍼하지만 말고 가끔 분위기 안 좋을 때 의외의 상황에서 한 번 ‘아이들 말’을 써 보세요.  아이가 부모를 한결 가깝게 느끼고 묻지도 않았는데 넣어두었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내게 하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쓰는 은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센케 
과장된 행동을 하거나 허세가 가득한 사람을 가리킬 때 쓴다. 센척하는 캐릭터의 준말.
 
엄크
엄마 때문에 치명적인(critical)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의미. 주로 컴퓨터를 하다가 엄마에 의해 방해받게 되었을 때 
사용하는데, ‘엄크 떴다’는 형태로 쓴다.
 
에바
‘오버하다’의 ‘오버’가 변형된 말. ‘에바하다’ ‘에바 떨다’의 형태로 사용한다.
 
쩐다
좋은 상황이나 나쁜 상황 둘 다에 사용할 수 있는 감탄사. 상대방의 말에 격한 동의나 놀라움을 표시할 때 사용한다.
 
글설리
‘글쓴이를 설레게 하는 리플’의 줄임말
 
금사빠
‘금방 사랑에 빠질 것 같은’을 줄인 말
 
버카충
버스카드충전. 보통 “뻐카충”으로 발음한다.
 
그 밖에 갈비(갈수록 비호감), 장미단추(장거리에서 보면 미녀인데 단거리에서 보면  추녀), 갠소(개인적으로 소장한), 남소(남자친구 소개), 김천(김밥천국) 등
태그
1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