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눈먼 시계공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진화과정에 만일 설계자가 존재한다면 그는 필경 눈먼 시계공일 거라고 꼬집었다. 마치 숙련된 시계공이 설계하고 수리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계공이 나름대로 고쳐 보려 애쓰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자연 생태계의 얽히고설킨 관계망 속에서 무수히 많은 다른 생물들과 공진화하며 어느 한 방향으로 일관성 있는 적응 체계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19세기 영국의 작가 피터 래섬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는 것은 쇠퇴의 징조이다.  흥미로운 발견이나 발전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완벽한 연구실을 설계할 시간이 없다.” 자연의 강은 완벽의 정상을 향해 거슬러 오르지 않는다. 그저 구불구불 흘러갈 뿐이다.

 

- 최재천, 『다윈지능』, 사이언스북스, 2012 에서-

눈먼 시계공
 
‘완벽’은 자연의 섭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연 생태계는 완벽하지 않지만 적응하고 변화하면서 살아남고 이어집니다. 살기 위한 경쟁과 다툼이 때로 치열하고 눈물겹지만 그 속에는 분명 감동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살고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은 정교하기는 하나 완벽하지 않고 복잡한 유전자로 이루어진 생명체입니다. 게다가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상생뿐만 아니라 포식과 기생관계에 있는 수많은 다른 생명체들과 부대끼며 살아갑니다. 그러니 그것이 무엇이 됐든, 완벽하게 통제하고 계획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확한 시계도, 완벽한 시계공도 없다는 말에 실망보다는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왜일까요? 
혹시 알게 모르게 주위 사람들에게 완벽을 기대하고 스스로도 완벽해지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면서 고단하게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내 아이는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스펙을 가졌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나는 완벽한 부모여야 한다’는 마음의 짐 때문에 힘겨워하는 부모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완벽한 부모라면 아이를 위해 상세하고 정확한 지도를 미리미리 만들고 계획대로 길을 잘 따라가서 마침내 차질 없이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고 믿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수많은 부모지침서가 하라는 대로 완벽하게 ‘교육적’인 부모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잘 안될 때는 죄책감마저 느끼면서요.
 
완벽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아니, 완벽하지 않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조금은 편안해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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