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아빠와 딸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아빠와 두 딸이 소파에서 담요를 나눠 덮고 TV를 봅니다. 아이스크림통을 돌려가며 한 숟가락씩 함께 먹으면서요. 이 편안하고 따뜻한 저녁 풍경이 영화 <디센던트>(The Descendants, 2011)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두 딸(17살·10살)과 소파도, 감정도 공유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적잖이 걸렸습니다. 아빠가 바쁘다는 이유로 그동안에는 엄마가 딸들을 도맡아 돌봐왔는데, 엄마가 사고를 당하면서 갑작스레 아빠 차지가 되다보니 아빠와 딸들 모두 당황스러웠거든요. 아이들은 아빠에게 마음이 닫혀있었고, 아빠는 딸들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으니까요.
 
의식이 없는 엄마와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은 가족들은 한 공간에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고 감정을 드러내는가 하면, 아빠가 큰 딸에게 “네가 나라면 어떻게 하겠니?”하면서 작은 딸을 돌보는데 조언을 구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아빠와 말도 섞지 않고 엇나가기만 하던 큰 딸이 “진작 같이 시간 좀 보냈으면 애가 저렇게 되지는 않았잖아.” 화를 내면서도 “엄마는 내가 말 안 들으면 데리고 캠핑을 가곤 했어.”라며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직접 나서서 동생을 엄하게 꾸짖기도 하고, 아빠 편을 들어주며 의기소침해진 아빠에게 힘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이 아이들의 마음을 열게 했을까요? 뻔한 얘기 같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빠가 먼저 터놓고 다가가 대화한 덕분입니다. 아빠가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활발히 하면 아이들의 자존감과 사회성, 학교 적응과 학업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취업 여부나 아빠의 근무 형태에 상관없이 아이가 클수록, 그리고 남아보다는 여아 양육에 아빠의 참여가 적다고 합니다. 아빠가 양육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엄마의 역할을 대체하는 적극적인 형태라기보다는 엄마가 함께 있을 때 촉진되는 수동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구요.
 
아빠와 아이가 친밀한 관계를 맺으려면, 엄마가 함께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 둘 만의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공연을 보러 가거나 같이 쇼핑을 하면서, 또는 TV를 함께 보며 시시껄렁한 얘기도 하고 때로는 진지한 조언을 주고받으며 시간과 관계를 함께 쌓아 나가야 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에만 구원투수로 등판해서는 좋은 아버지가 되기 힘듭니다. 때로는 선발투수도 하고 평상시 캐치볼 상대도 해야 구원투수로서도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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