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붉은여왕

사회정신건강연구소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보면 앨리스가 붉은 여왕에게 손목을 잡힌 채 큰 나무 주위를 도는 장면이 나온다. 한참을 헐레벌떡 뛰어도 항상 제자리에 서 있는 걸 이상하게 여기는 엘리스에게 붉은 여왕은 아무리 달려도 주변 세계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려야 한다고 말한다....진화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계획하고 준비하는 게 아니라 뒤처지지 않기 위해 그저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다. 치타보다 빨리 달릴 수 없거나 새로운 무기로 공격하는 병원균을 이겨 내지 못하면 절멸하고 마는 것이다.

-최재천 <다윈 지능> 중에서-

 

 

숨 가쁘게 달리고 달리는데도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제자리인 느낌입니다. 그나마 뒤처지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좋은 대학에 합격하고 더 나은 직장을 얻기 위한 경주는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거의 평생 동안 계속되는 이 경주는 마치 움직이는 런닝 머신에 올라선 것처럼 잠시도 멈출 수가 없어요. 잠깐 숨이라도 고르려고 뛰는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는 순간 넘어지고 맙니다. 다시 일어서기는 쉽지 않지요. 우리 모두가 붉은 여왕의 마을에 갇힌 것 같습니다.

혹자는 붉은 여왕 마을을 탈출하고 싶으면 지금보다 2배 더 빨리 뛰라고 합니다. 주변의 변화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고 효율적으로 달리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계획)을 세우는 게 도움이 된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단거리도 아니고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내내 전력질주할 수 있을까요? 만에 하나 1등을 한 들 얼마나 고단할 것이며 앞만 보고 달리느라 놓친 건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극소수의 승자와 대다수의 ‘루저’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런 경주를 언제까지 계속 해야 하는 건지, 내 아이에게 루저가 되지 않도록 그저 빨리 뛰라고만 재촉해야 하는 건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모두 한 방향으로 달리다 맨 앞의 한 마리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면 뒤따르던 무리까지 같이 떨어져 죽는 ‘레밍’처럼 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리면 한 사람의 승자만 가능하지만 360도 각각의 방향으로 달리면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어령 <젊음의 탄생> 중에서-
사회변화 속도를 따라잡으려고, 남보다 앞서가려고 서로 경쟁적으로 속도를 높이기보다는 방향을 다양하게 하고 각자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걷기도 뛰기도 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재빨리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이 되려는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기초능력과 기본 소양을 단단히 하는데 더 힘을 쏟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합니다.

주) 레밍(lemming) 또는 나그네쥐는 북유럽, 북아메리카, 유라시아 지역에 많이 서식한다. 레밍은 집단 자살로 유명한데, 이는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종이 사방으로 서식지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개 눈이 나쁜 레밍이 바다를 쉽게 건널 수 있는 작은 강으로 착각해서 ‘자살’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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