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생기는 암, 중증 심부전' LVAD와 심장재활로 최상의 진료를 구현하다

 

이제 두 번 다시 걷지 못할 줄 알았는데, 수술 후 병동을 네 바퀴 정도 걸어요.

내 다리로 다시 걷다니…믿을 수가 없네.”
 
LVAD(좌심실보조장치, 이하 LVAD) 수술을 시행한 환자는 병동에서의 운동을 마친 후 숨을 내뱉으며 이야기했습니다. 
 
병동에서 재활 치료 중인 서용곤 운동처방사와 환자, 최남경 심장 전문 간호사
 
심장뇌혈관병원 내 심장외과와 순환기내과, 인공심장 전문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중증 심부전팀과 심장재활팀의 유기적 협진으로 심근경색과 중증 심부전을 앓던 고령의 이 환자는 병원 입원 88일만에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았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중증 심부전팀은 2012년 8월과 2015년 6월에 걸쳐 국내 최초로 2세대(이영탁·전은석 교수팀) 및 3세대 좌심실 보조장치(조양현·최진오 교수팀)를 성공적으로 이식한 이후 현재까지 조기·추적 사망률을 0%로 유지하며 인공심장·에크모 분야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좌심실보조장치 수술 후 생존율 변화/2001~2009년 미국 인공심장 임상시험 결과
 

그리고 얼마 전, 79세라는 아시아 최고령 환자의 LVAD 수술을 성공하며 입지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특히 수술 후 체력 회복을 위한 ‘심장재활치료’를 시행, 성공적 회복을 도모함으로써 그동안 심장이식이 어려웠던 고령의 환자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심장에 생기는 암, 중증 심부전’ LVAD와 심장재활로 최상의 치료를 구현하다!
 
79세의 고령 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원한 것은 지난 9월,
중증 심부전, 만성 신부전 외에도 고혈압 당뇨 등의 질환으로 일주일에 2회씩 혈액 투석에 의존해 하루하루
버텨온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것입니다.
 
투석과 강심제 투여를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호흡곤란으로 인해 걷는 것은 물론 일어나고 앉는 것 조차 힘든 상황.
환자를 지켜보던 중증 심부전팀은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3세대 좌심실 보조장치, LVAD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령으로 심장 이식도 불가능하니 현재로썬 최선의 치료방법입니다."
 
 
2014년부터 일반 환자 대상으로 수술이 가능하도록 승인을 받은 인공심장, 바로 3세대 LVAD였습니다. 크기가 작아 동양인에게 2세대 인공심장보다 더 적절하며, 수술 후 합병증도 적은 3세대 LVAD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좌) 2세대 LVAD, (우) 3세대 LVAD
 
*좌심실 보조 장치
 
 좌심실의 수축과 이완을 대신할 전기로 구동되는 인공의 펌프로 일종의 인공심장이다. 엑스레이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몸 안에 완전히 이식이 되는 형태이며,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설치한다.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3세대 LVAD 수술 성공 이후 안정화에 접어든 의료진의 경험을 믿고 환자와 가족들은 수술에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환자의 체력’ 이 가장 큰 난제였습니다. 
 
 
"이 환자분의 경우 위험인자가 많았어요. 심근경색과 중증 심부전이 있으셨고
작은 움직임에도 호흡곤란이 와 누워만 계신(bed ridden) 상태였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그 이후에 회복을 잘 하실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 심장뇌혈관병원 장미자 심장재활 전문 간호사
 
 
 
그렇게 중환자실에 입원한지 26일만에 LVAD를 삽입하는 수술이 시행되었고, 고령의 이 환자는 무사히 수술방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수술 이후 케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망률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오랜 기간 누워있었던 심부전 환자들의 경우 모든 신체 기능이 약해져 있어,
수술 후 회복 기간도 길게 소요되죠.
이 환자분은 수술 전부터 오랜 시간 침대에 누워만 계셨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거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심장뇌혈관병원 예방재활센터 성지동 교수
 
 
수술 전부터 중증 심부전팀과 협진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살피던 심장재활팀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하는 순간이 온 것입니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예방재활센터(센터장 : 김연희 교수)에서는 모든 혈관 질환의 예방과 재활을 담당하고 있다. 후유 장애와 재발을 막고 기능을 최대한 회복시켜 환자가 정상 생활로 복귀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급성기 치료 후 장기적으로 재활과 2차 예방이 필요한 심장뇌혈관 질환 분야 측면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며, 이러한 시스템은 삼성서울병원이 유일하다. 
 
 
 
심장재활의 핵심은 다학제와 사람의 정성“그래도 한 번만 더 합시다.”
 
 
수술 직후, 심장재활팀은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침대에서부터 할 수 있는 운동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최대한 들여 마시고 내뱉는 호흡운동부터, 누워서 발목을 최대한 위로 올렸다 내리는 근력 운동을 시행했습니다. 환자의 컨디션이 조금씩 호전이 되자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일어나는 운동과 걷기 운동도 병행했습니다. 매일매일 환자의 상태를 기록하고 컨디션에 맞는 프로그램을
시행했습니다.
 
그렇게 일반 병실로 이동한 이후에도 매일 20분 이상 함께 운동을 하다보니, 신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환자에게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병동에서 재활 치료 중인 장미자 심장 재활 전문 간호사와 서용곤 운동 처방사, 최남경 심장 전문 간호사
 
 
 
"처음에는 반신반의하시고 설명을 드려도 반응이 별로 없으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병실에서 저희가 오는 시간을 기다리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늘은 기분이 이렇다 저렇다.’ 말씀하시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감도 찾으시고, 특히 서용곤 운동처방사가 손자처럼 살갑게 잘해서 환자분이 좋아하세요.
운동과 함께 정서적, 심리적인 케어까지 함께 해드리고 있는거죠."
 
- 심장뇌혈관병원 장미자 심장재활 전문 간호사
 
 
 
 
"그 과정에 아주 획기적인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바로 ‘정성’이죠.
하루 아침에 반짝 이뤄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특히 중증 심부전 환자분들은 숨이 차서 활동을 못하고, 오랜 기간 누워계시기 때문에
다리 근육과 힘이 모두 빠져버려요. 게다가 우울증과 겹치는 일이 매우 흔하기 때문에
더 세심하게 돌봐야 합니다. 환자가 힘들어 할 때마다 ‘그래도 한 번만 더 합시다.’ 하고
이끌어 나가는게 ‘정성’이죠."
 
- 심장뇌혈관병원 예방재활센터 성지동 교수
 
 
그렇게 몇 발짝 걷다가 주저앉기를 반복하던 환자는 보조기를 잡고 거뜬히 병동 네 바퀴 를 돌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었습니다. 의료진은 일상생활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퇴원 후 외래를 통해 상태 모니터링을 지속해도 좋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남경 심장 전문 간호사는 환자의 집을 방문하여 생활 동선을 파악했습니다. 
 
 
"인공심장수술 환자분들이 퇴원 후 집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기 위해 미리미리 점검할 것이 많습니다. 침실이 어디인지, 문턱은 없는지, LVAD 때문에 전원을 연결해서 주무셔야 하기 때문에
전원 장치나 전류 흐름은 안정적인지, 정전기나 물 관련된 문제는 없는지,
가정환경을 직접 확인해 안전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심장뇌혈관병원 최남경 심장 전문 간호사
 
 
그렇게 생존과 회복이 불가능해보였던 고령의 이 환자는 12월 14일,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퇴원했습니다. 
 
 
 
첨단 의학의 기적 뒤에숨어 있는 심장재활,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들.
 
아시아 최고령의 심부전 환자가 LVAD 수술을 잘 마치고 회복한 성공적인 케이스이지만, 심장재활팀을 이끌어 가고 있는 성지동 교수의 표정은 다소 무거워 보였습니다.
 
 
심장뇌혈관병원 예방재활센터 심장재활팀장 성지동 교수
 
 
"LVAD는 하이테크(첨단기술)인 반면, 재활은 어떻게 보면 로우테크입니다.
일반 사람들은 첨단 의학이 기적을 일으켜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그런 기적을 일으키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심장재활이 거기에 속하죠."
 
 
 
중증 심부전 환자 치료에 심장재활치료가 도입이 된 것은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초기의 심장재활은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적용이 된 것이었는데요. 의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심근경색을 치료하는 다양한 치료법들이 나오게 되면서 적당한 운동이 생존율을 높인다는 결과를 얻게 되었고, 협심증으로 확대, 그 범위가 중증 심부전에까지 미치게 된 것입니다.
 
 
"중증 심부전 환자분들의 심장재활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관상동맥질환은 스텐트를 넣는 등 시술 후 운동하는데 큰 문제가 없지만, 심부전 환자들은 숨이 차서 운동 자체가 어렵습니다. 특히 인공심장 환자들이 수술에 성공하더라도 체력 회복이 안되어 사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관상동맥질환에서 시작한 심장재활이 지금은 심부전 환자들에게 더욱 필요한 상황인거죠. 고령화에 따라 심부전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보면,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할 분야인 것은 확실합니다."
 
 
심장재활이 불모지인 시절부터 순환기내과의 홍경표 교수는 이러한 흐름을 인지하고 국내 최초로 심장재활 프로그램을 도입·확대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성지동 교수는 심장재활의 필요성에 비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합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환자를 케어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시간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맨파워가 가장 중요하죠. 심장재활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각기 다 소속이 다릅니다.
 
저와 심장 전문 간호사는 심장뇌혈관병원 소속이지만, 심장재활에 관여하는 운동처방사는
스포츠의학센터(센터장 : 박원하 교수) 소속입니다.
진짜 다학제 협진을 실현할 수 있는 전담팀이 절실하죠.”
 
 
갖춰야 할 인프라와 시스템 보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성지동 교수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작은 변화들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병실에 운동기구를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병동 휴게실 쪽에 실내 자전거를 갖다 놓을까 협의하고 있어요. 아니면 스텝퍼라도요. 수많은 약을 달고 있는 심부전 환자들에게 움직이는 것 자체가 일이고, 감염 문제도 있기 때문에 병실에서 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어요."
 
 
재활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그는 환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퇴원이 끝이 아닙니다. 계속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원 중 뿐만 아니라 외래에서도 정기적으로 오셔서
운동프로그램에 참여하셔야 합니다.
 
병원 차원에서도 더 많은 심부전 환자 대상의 재활 시스템과 인프라를 갖춰야겠죠.
 
즉,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하느냐…
이에 대해 우리 모두가 답을 함께 찾아봐야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5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 심부전 환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증의 심부전(NYHA FC IV)과 췌장암(Stage IV)의 생존곡선 모양이 같다는 것인데요. 물론 두 질환 모두 전통적인 치료를 한 경우의 비교치입니다. 췌장암은 뱃속 깊숙한 곳에 있어 종양이 생기더라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 쉬울 뿐 아니라 조직은 순두부처럼 흐물거려 암세포가 다른 곳으로 쉽게 전이됩니다. 따라서 진단받으면 대부분 말기암인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췌장암에 비교되는 심부전을 ‘심장암(Cardiac Cancer)’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장이식의 혜택이 돌아가기 어려운 고령의 심부전 환자들에게 LVAD는 분명 최상의 치료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술 전·후 전 과정에서 체력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심장재활에 대해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얼마 전 퇴원한 이 고령의 환자가 새롭게 시작된 삶에 더욱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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