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버텨온 것이 기적이었던 아이들, 미얀마 선천성 심장병 아이들의 심장이 다시 뛴다. / 소아심장자선진료 / 송진영 교수 / 전태국 교수 / 양지혁 교수 / 삼성서울병원 선천성심질환팀

 

 
 
선배님, 세 아이의 상태가 매우 위험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보내주세요. 지금보다 더 악화되면 수술조차 불가할 수도 있습니다."
 
미얀마로 선교활동을 떠나 있는 대학 선배와의 전화를 끊고 난 후 송진영 교수는 깊은 한숨과 함께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현지 병원에서 보내온 아이들의 기록지대로라면 이미 치료가 늦을 대로 늦어 가망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희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배우기도 전인 6~7살 이 아이들에게 '포기'라는 단어를 섣불리 붙일 수는 없었습니다.
 
수술 및 진료비는 심장학회와 심장재단에서, 추가 진료비 및 그 외 경비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지원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아이들 만날 준비를 일사천리로 진행했고, 얼마 뒤 얼굴과 손 발 등이 파래진 채로 숨이 차 보이는 세 명의 아이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심장에 큰 구멍이 난 나왈(13세)과 진뚜야(6세)
그리고 아주 복잡한 심장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단심실의 뽀이쎈(7세)까지.
심장뇌혈관병원 심장센터 소아청소년과 송진영 교수와 소아심장외과 전태국·양지혁 교수를 비롯한 선천성심질환팀은
전 세계에서 의료 수준이 가장 낙후된 곳 중 하나인 미얀마로부터 오는 세 아이들을 맞이했습니다.
 
 


 
지금까지 버텨온 게 기적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세 아이들,
시술과 수술을 오고 가며 힘겨운 사투를 이겨내다.

 

 
 
▲심도자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 위에 누운 나왈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오른 13살 나왈의 진단명은 '심방중격결손증'
좌우 심방 사이의 중간 벽에 큰 구멍이 나는 심방중격결손증은 호흡곤란으로 숨이 차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피부가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심한 피로감을 동반하기 때문인지 나왈은 어릴 때부터 잘 웃지 않는 소녀가 되었습니다.
 


 
 
 
송진영 교수가 선택한 치료법은 우선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카테터라는 특수 관을 삽입해 치료하는 방법인 '심도자술' 심방의 경우 혈관을 통해 심도자술을 주로 시행하게 되는데 절개 부위 최소화와 함께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으며, 수술 경과가 매우 좋기 때문에 나왈 역시 우선 심도자술로 치료를 하기로 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심방중격결손은 소아청소년과에서 심도자술로 치료하는 케이스가 매우 많습니다. 회복이 빠르고 예후가 매우 좋기 때문이죠. 한 번 시술을 받고 나면 평생 정상에 가까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나왈의 경우 심방 구멍이 워낙 커서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상황을 예견했던 것일까요? 시술을 하던 송진영 교수의 표정은 이내 심각해졌습니다.
구멍의 크기도 너무 컸고, 구멍을 막기 위해 넣은 기구를 지탱하기에 나왈의 심장 주위 조직은 이미 너무도 약해져 있었던 것.
 
 
 

 
 
 
곧바로 협진을 통해 심장뇌혈관병원 심장센터 소아심장외과 전태국 교수에게 연계 되었고, 이내 나왈은 응급 수술을 위해 수술방으로 이동했습니다.
 


▲ 나왈(13세)의 상태를 살피며 수술 협진을 하고 있는 심장뇌혈관병원 심장센터 소아청소년과 송진영 교수와 소아심장외과 전태국 교수


▲ 나왈(13세) 수술 중인 심장뇌혈관병원 심장센터 소아심장외과 전태국 교수
 
 
오후 6시에 시작된 응급수술은 그로부터 6시간이 지난 자정에 가까워져서야 끝났고, 나왈은 수술방을 나와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한편 나왈이 수술방에서 수술을 받고 있던 시각, 병원 한 쪽에서는 또 다른 수술이 진행되었습니다.
바로 심실중격결손증을 앓고 있는 진뚜야(6세)의 수술이었습니다.
 
 

▲ 수술 전 진뚜야(6세)의 상태를 살피는 심장뇌혈관병원 심장센터 소아심장외과 양지혁 교수와 의료진 
 
 
진뚜야의 진단명은 심실중격결손증.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의 중간 벽에 구멍이 있는 질환으로, 가장 흔한 선천성 심장 질환이며 선천성 심장병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결손이 큰 경우 생후 3~4주 경부터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며 이 때 호흡곤란, 과도한 발한 등을 보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한창 뛰어 놀 사내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진뚜야 역시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어 했으며, 숨이 차 했습니다. 양지혁 교수의 집도 하에 진뚜야의 수술도 무사히 마치고 중환자실로 이동했습니다.
 이제 남은 아이는 복잡한 심장 기형을 가지고 있는 뽀이쎈.
가장 어려운 난이도의 수술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의료진들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수술 전 뽀이쎈(7세)의 상태를 체크하는 심장뇌혈관병원 심장센터 소아청소년과 송진영 교수
 
 
통상적으로 2개의 심방과 심실로 이루어져 있는 심장의 구조와는 달리 뽀이센은 단심실만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보통 좌심실은 몸으로 피를 보내고, 우심실은 폐동맥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뽀이센의 경우 폐 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심실이 없어 대동맥을 잘라 폐동맥으로 붙여야 하는 아주 복잡한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심장 수술이 발전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산전에 진단하고 태어나기 전부터 수술 계획을 잡습니다. 폐쪽 저항을 줄여주기 위함이죠. 그래서 보통은 신생아 때 수술해 교정을 하는데, 이 아이의 경우는 지금까지 이런 안 좋은 조건으로 살아왔다는 것이 행운이었습니다. 단심실 외에도 판막이 새는 등 다른 기형이 많은 상태라 이 아이가 수술을 잘 견딜 수 있을지 가장 걱정이 됩니다."

이런 의료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린 뽀이센은 수술을 앞두고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얌전하고 말이 없는 편이지만 여동생 2명에게는 늘 의젓한 언니가 되어주는 소중한 딸입니다.
2살 때 심장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포기했었어요.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를 우리 아이에게 늘 미안했는데, 이제 내일 수술 받으면 살 수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며, 어머니는 잠든 뽀이쎈을 한참 쓰다듬었습니다.

 

▲뽀이쎈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심장뇌혈관병원 심장센터 소아심장외과 전태국 교수
 
 
 
그리고 다음날 이른 아침 8시,
뽀이쎈의 수술이 시작되었고 약 7시간이 흘러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전태국 교수는 수술 방을 나왔습니다.
 
"심장 자체는 좌심실의 역할로 쓰고, 심장으로 들어오는 대정맥 두 개를 잘라 폐동맥으로 붙여 폐로 피가 들어가는 길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판막 새는 것도 교정했고, 여러 위험도가 많이 있었던 아이인데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났습니다. 현재 혈역학적으로 큰 문제가 없고 혈액순환도 잘 되고 있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선천성 심장병 아이들이 점점 줄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지금도 제 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는 해외 아이들이 많아,
우리가 도움받은 만큼 베풀 수 있는 지원과 기부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더 데려오고 싶었죠. 더 많은 아이들이 있지만 지원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대로 데려올 수 없었습니다."
 
수술 후 아이들의 상태가 안정적으로 접어드는 것을 확인하고 있던 송진영 교수는 안도와 함께 운을 뗐습니다.
 
이번에 3명의 아이들을 선정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을 한 뒤였습니다.
얼핏 이 세 명의 아이들 이야기만 놓고 보면 해피엔딩 같았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만 하는 진실이 짙게 깔려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선천성 심장병 아이들은 그 수가 점차 줄고 있습니다. 선천성 심장병 치료 성적도 세계적으로 최고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지금도 저개발 국가에서는 아직 선천성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한 만큼 베풀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시작한 자선 진료.
송진영 교수는 실제 본인의 시간과 비용을 부담하며 아프리카, 동남아 지역 등을 방문해 선천성 심장병 아이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병원의 지원과 심장재단과 같은 외부 기관의 지원으로 매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으로부터 아이들을 연계해 치료받게 하고 있지만, 송진영 교수는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타국에서 아이들과 보호자가 오는데 드는 경비, 수술 및 입원 비용, 체류하면서 소요되는 것들까지 감안한다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곳에서도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고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이 더욱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봉사적인 가치를 확대해 그 아이들이 조금 더 저렴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지원도 필요하고요. 해외선천성 심장병 아이들을 돕겠다는 기부 문화도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기에 송진영 교수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더 많은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여러 비용을 생각해보니 10명의 환자를 데려오는 것보다 제가 직접 그 나라로 가서 치료를 해 주는 것이 저렴하더라고요. 현지에서도 그걸 원하고요. 그래서 우리 삼성서울병원에서 저개발 국가에 가서 수술 기술 트레이닝을 해주고, 필요에 따라 환자들을 데려와 치료해 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죠. 
현지 아이들을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지 의료진을 교육시키는 효과까지 있어 궁극적으로 전반적인 의료계 발전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저 역시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카자흐스탄, 미얀마, 몽골, 아프리카 등을 방문해 의료진 교육과 함께 선천성 심장병 치료를 도맡았던 송진영 교수는 내년 2월 아프리카 코트디브와르로 또 한 번 자선 진료를 떠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더 이상 필요 없을 때까지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며칠 뒤, 9층 소아병동의 분위기는 매우 들떠 있었습니다. 바로 수술을 받았던 세 아이들이 모두 퇴원을 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시연 소아심장 전문간호사는 아이들이 미얀마에 돌아간 이후 해야 할 수술 부위 감염에 대한 관리와 약 복용법 등에 대해 세심하게 교육했습니다.
 


 
 
수술 후 발열로 인해 항생제 치료를 했던 진뚜야와 가장 난이도 높은 수술을 시행했던 뽀이센도 병동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의료진들에게 인사를 전했습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병동 간호사들과 아이들의 치료에 참여했던 의료진 역시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절망의 끝에서 한 줄기 희망을 안고 한국으로 왔던 세 아이들은 이제 새 희망을 가득 채우고 미얀마로 돌아갑니다. 이 아이들이 또래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미얀마의 드넓은 땅을 뛰어 노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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