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두꺼워지는 질환, 비후성 심근증. 정확한 진단과 다학제 협진으로 환자들의 희망이 되다. /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비후성 심근증 클리닉

 
"이제는 계단 오를 때 가슴이 답답하지 않습니다. 가슴 조이는 현상도 없어졌고요.
숨이 차서 4살 딸을 안고 걷는 것도, 부모님 농사일을 돕는 것도 힘들어서 못했었어요.
이래서 과연 내가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컸는데
이젠 걱정 없어요.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주시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16년 1월 7일, 유전적 영향에 의해 500명 중에 1명 정도로 발생하는 비대심근병증(이하 비후성 심근증)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증상을 호소해 병원을 찾아왔던 이 젊은 환자는 심근 절제술을 시행 받고 1월 27일에 퇴원했습니다.
 
수술을 집도했던 김욱성 교수비후된 심근을 제거함으로써 판막이 보존되고 항응고제 등의 복용이 필요하지 않아 거의 정상인과 같은 활동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환자의 퇴원을 축하했습니다. 
 
이렇게 삼성서울병원 비후성 심근증 클리닉에서 심근 절제술을 시행 받은 18번째 환자인 박정현씨는 건강을 회복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계단을 오르다 갑자기 찾아온 호흡곤란,
두꺼워진 심장근육이 피 뿜어내는 통로 가로막는 비후성 심근증의 진단
 
"헉,헉,헉"
 
2010년의 어느 날, 3층에 위치한 집을 오르던 박정현씨는 갑자기 극심하게 숨이 차는 것을 느꼈습니다. 매일 아무렇지 않게 오르던 계단을 몇 번에 걸쳐 서다 가다를 반복한 후에야 가까스로 집 앞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집 근처 병원을 찾아 협심증이 의심된다는 판명을 받고, 협심증 약과 혈압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그러는 사이 그는 즐겨 하던 축구를 전혀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딸을 안고 계단을 올라가는 것조차 힘겨워졌습니다
 
그는 정밀 검사를 위해 안양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고, 초음파 검사, 협심증 검사, 운동과부하 검사 등 여러 검사를 시행한 끝에 비후성 심근증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비후성 심근증으로 평생 약을 복용해 오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었습니다. 큰 병원에 가보라는 권고에 그는 2016년 1월 7일 삼성서울병원을 찾아왔습니다.
 
*비후성 심근증 : 비대심근병증이라고도 불리우는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근육이 두꺼워지는 현상으로, 유전적 소인에 의해 심장근육이 과다하게 발달하는 질환이다. 유전자를 물려받아 진행되는 경우가 있고, 태어날 때 유전자의 변이가 생겨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비후성 심근증의 약 20%는 뇌졸중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호흡곤란과 심장활동을 저하시키는 심부전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법을 통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다양한 모양으로 나타날 수 있는 비후성 심근증의 초음파 사진과 모식도
 
환자의 최적 치료를 위해 한 자리에 모인 심장 전문가들
그리고 수술이 가능한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 심근 절제술
 
비후성 심근증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심장 MRI와 24시간 심전도를 살피던 순환기내과 이상철 교수는 검사실로 환자와 가족들을 오시도록 했습니다. 검사 결과를 보여주며 약 30~40분에 걸쳐 이 질환이 무엇인지, 정상인의 심장과 현재 환자의 심장이 어떻게 다른지, 치료 방법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외래 외 별도로 검사실에서 상담을 고집하는 이상철 교수의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질환은 정보도 많고, 환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비후성심근증과 같은 생소한 질환을 진단 받은 경우에는 막막하고 두려운 마음이 크실 겁니다. 외래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니 이렇게 검사를 한 후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 질환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적극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하며 예후에도 도움이 됩니다."
검사 결과, 환자의 좌심실 유출로가 매우 좁아져 있었습니다. 일반인에 비해 좌심실 유출로의 압력 차가 무려 15배 높은 수치인 150mmHg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이상철 교수를 포함해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비후성 심근증 클리닉의 의료진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순환기내과, 심장외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이 환자의 케이스를 두고 치료 방법을 협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외과적 수술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검사 결과였기에 의료진들은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비후성심근증 환자 10명 중 2명이 수술을 받습니다. 위치적 문제, 환자분의 상태를 고려해봤을 때
심장의 한 쪽 벽이 막혀 있어 환자분에게는 수술이 최선의 치료입니다. 지금 수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급사와 같은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환자의 상태가 위급했던 만큼 심장외과 김욱성 교수는 곧바로 수술 일정을 잡았습니다.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김욱성 교수 역시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비후성 심근증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수술을 여러 번 시행했고, 모두 상태가 좋아지셨습니
다. 수술 자체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저를 믿고 안심하셨으면 합니다.
잘 될 겁니다."
 
그렇게 2016년 1월 15일.
환자는 수술대 위에 올랐고, 김욱성 교수의 집도 하에 대동맥을 통해 비후된 심근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수술방을 나온 김욱성 교수는 짧지만 명쾌하게 말했습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잘 끝났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퇴원을 앞둔 환자를 축하하기 위해 병동을 방문했습니다. 환자는 모처럼 잠을 푹 잤다고 했습니다.
 
“수술 전에는 잠을 자다가도 자꾸 깨고, 안 좋은 꿈을 많이 꿨어요. 수면 무호흡증처럼 자면서도 압박이 느껴지고, 꿈 속에서조차 숨을 안 쉬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수술 받고 병원에 있는 동안 푹 잤어요.”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것은 바로 숨이 차는 것에 대한 즉각적인 증상 호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저께 병동 계단도 오르내려보고, 빠르게도 걸어봤는데 가슴이 답답하거나 조이는 현상이 없어졌습
니다. 머리 숙였다 일어서면 어지러웠던 증상도 전혀 없어요. 정말 좋습니다. 수술도 잘 해주시고, 회
복할 수 있게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시고 친절하게 보살펴 주셔서 병원에 있는 동안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 회진을 돌던 김욱성 교수는 “수술이 너무 잘 됐습니다. 젊으셔서 그런지 회복도 빠르시네요. 좌심실 유출 압력도 이제는 정상 수치입니다. 축하 드리고, 외래 때 뵙겠습니다.”며 환자의 퇴원을 축하했습니다.
 
 
다학제 협진을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질환,
심장이 내는 이상신호에 적극적으로 관심 가질 것
 
일반인뿐만 아니라 의료진들에게 자세한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 비후성 심근증.
이는 젊은 운동선수의 사망원인 중 1위로 알려져 있으며 증상이 없다가 급사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계단을 오르거나 빠른 속도로 이동할 때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거나, 활동 시 가슴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주 증상인데, 이는 다른 심장 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환자의 증상 및 상태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학제적 접근이 매우 필요한 질환이기도 합니다. 
 
비후성 심근증 클리닉에서 진단과 내과적 치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순환기내과 이상철 교수는,
"환자별로 증상이나 심각한 정도, 모양 등이 각기 다릅니다. 또한 비후성심근증으로 인한 합병증 역시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여러 과의 다학제적 진료가 필요합니다. 수술 대상을 선정하고, 수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외과와의 협진이 필수적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영유아, 소아청소년기에 발생하기 때문에 선천성심질환팀과 협진을 합니다. 또한 비후성 심근증 환자들에게 비정상적인 맥박이 발생해 돌연사 위험이 생길 수 있어 부정맥 전문 의료진과도 협진합니다. 뇌졸중 발현 위험이 큰 환자의 경우는 신경과와도 협진하죠. 이처럼 합병증을 예방하고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각 과의 협진이 매우 중요합니다.” 라며 다학제 협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에서는 이러한 비후성 심근증 환자에 주목하고 ‘비후성 심근증 클리닉’을 개설하여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또한 한 달에 한 번 임상연구모임을 개최하여, 순환기내과 이상철 김은경 교수, 부정맥 전문 온영근·박경민 교수, 심장외과 김욱성 교수, 유전자 검사를 위한 진단검사의학과 기창석 교수, 조직의 변화 분석을 위한 병리과 김정선 교수, 영상의학과 최연현, 김성목 교수가 환자 케이스를 리뷰하고 치료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전적 소인에 따라 발현되는 질환인만큼 진단검사의학과에서는 ‘심근증 유전자 클리닉’을 통해 환자의 가족을 중심으로 유전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후성 심근증 클리닉 전문 코디네이터를 통해 지속적인 케어가 가능합니다. 이렇게 전 분야의 의료진이 관여하기 때문에 실제 환자의 예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특히 이번 사례는 수술 대상자를 적절하게 선정하여 심각한 좌심실 유출로의 협착이 있는 비후성 심근증 환자를 대상으로 심근 절제술의 안정성 및 효율성을 입증한 케이스입니다. 
 
비후성 심근증 클리닉에서 외과적 치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심장외과 김욱성 교수는, 
좌심실 유출로의 협착이 있는 비대성 심근증 환자들이 심근 절제술을 시행하면 일반인과 같은 생존율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고, 수술 후 바로 증상의 호전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미국심장학회에서도 적응증이 되는 경우에는 심근절제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추천되고 있습니다.”
 
(*수술의 적응증 : 안정 시 좌심실 유출로의 압력 차이가 30-50mmHg이거나 유발검사에서 50mmHg 이상)
▲ 수술을 통해 제거된 비후 심근
 
이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은 미국 메이요클리닉에서 수련을 받은 수술 팀이 2013년부터 비후성 심근증 수술을 시행해 오고 있으며, 지난 2년간 17명의 환자들이 광범위 심근 절제술을 시행 받았습니다.
 
수술 후 또는 추척기간 중 사망률은 제로였으며, 인공심박동기의 삽입이 필요한 경우나 심실중격 파열 발생 등의 합병증도 발생하지 않았는데요. 모든 환자들이 수술 후 현재까지 증상의 호전을 보이며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판막이 보존되고 항응고제의 복용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삶의 질 측면에서도 최적의 치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었던 좌심실 유출로의 협착이 나타나던 비후성 심근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완치의 희망이 되어 줄 예정입니다. 
 
환한 웃음으로 퇴원 준비를 마친 박정현씨는 한 달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등산도 다니고, 딸과의 시간을 많이 보낸 후 회사로 복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 입원하는 동안 그린 딸의 일러스트
 
더불어 비후성 심근증으로 평생 약을 복용해오시던 어머니에게도 수술이 가능한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검사를 예약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옆에서 퇴원 준비를 하고 계시던 어머니에게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건강한 삶을 되찾아 드리고 싶다는 말과 함께.
 
박정현씨 가족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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