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심부전 환자들의 마지막 보루, 제2의 심장이 뛴다.

말기 심부전 환자들의 마지막 보루, 제2의 심장이 뛴다.
3세대 LVAD 인공심장이식 수술 국내 첫 성공
 




“조양현 교수, 급성심근경색 환자 심장이 멈췄습니다.
ECMO(에크모, 체외생명보조장치)를 삽입했는데 다리에 혈액 순환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분주한 하루를 마치고 퇴근하던 조양현 교수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평소 심부전을 앓고 있던 이 여성은 이미 4년 전 미국에서 관상동맥우회술과 인공심장박동기 시술 등을 시행 받았으나 심장기능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생애 마지막으로 고향인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찾았다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미8군 병원을 통해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된 것이었습니다. 

 
곧바로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했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장 대신 피를 순환시켜줄 에크모를 장착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에크모 장비가 들어가기는 했지만 심근경색으로 인해 많은 심장 근육이 손상을 받았고, 에크모 삽입에 의해 한쪽 다리 혈관은 허혈이 심해 썩어 들어갈 위험에 처한 것입니다. 

 
일단 급한 것은 에크모 시술로 인해 막힌 다리 혈관을 뚫는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환자가 심정지가 발생한 날 밤 12시,
 
다리 쪽의 혈관을 뚫는 수술을 완료하고 안정적으로 에크모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도 수일간 에크모를 유지한 후에야 겨우 인공호흡기와 에크모를 제거할 수 있었고 조양현 교수를 비롯한 삼성서울병원 심부전팀 교수들은 심장이식이나 인공심장과 같은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환자는 빠른 시일 안에 미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했고 미국 국적으로 국내에서는 심장이식도 불가능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일단 내과적인 치료를 지속해보기로 하고 환자는 일반 병실로 전동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조양현 교수의 머리 속에서 그 중년 여성이 희미해져 갈 무렵,
 
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한 달 전 집도했던 환자의 수술 상처가 잘 아물고 있는지 봐달라는 협진의뢰였습니다.


▲심장외과 조양현 교수, 순환기내과 최진오, 양정훈, 이가연 교수와 중증심부전팀 회진 모습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의 중증 심부전팀은 순환기내과, 심장외과, 재활의학과 의료진의 다학제 협진으로 환자의 치료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영양사 약사 등 환자 치료 전반에 걸쳐 팀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증 심부전 환자는 어떤 교수가 지정의로 등록이 되더라도 팀내 여러 교수들의 전공과 경험을 바탕으로 입체적인 진료를 하고 있으며, 국내 유일의 중증 심부전팀이다. 


“제발 미국으로 보내주세요. 제 딸 옆에서 눈을 감고 싶어요.”
 
 
병실에 도착해보니 환자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병원에서의 사투가 장기화되면서 이미 환자의 몸과 마음은 쇠약해져 있었습니다. 미국으로 돌아가 인공심장이나 심장이식과 같은 치료를 받기위해, 한 달째 심장상태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환자는 며칠째 숨이 차 잠도 자기 어려웠고, 여전히 이뇨제 없이는 견디기 어려웠으며 심장 초음파 소견도 이전보다 훨씬 악화되어 있었습니다.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미국행 비행기를 타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한 달 넘게 호전이 안 되는 상황이라 큰일입니다.”
 
 
현재 국내 법에 의하면 외국인은 국내에 1년이상 체류한 경우에만 심장이식을 받을 수 있고, 
?약물치료 만으로는 미국으로의 전원도 불가능한 상황.
?막 다른 골목에서 조양현 교수는 환자를 도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 때, 잊고 있던 한 가지 방법이 머릿속에 스쳐지나 갔습니다.

 
“인공심장 수술은 심장 이식과 달리 대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성공만 한다면 한 두 달 안에 건강하게 미국으로 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2014년부터 일반 환자 대상으로 수술이 가능하도록 승인을 받은 인공심장, 바로 3세대 LVAD가 생각난 것입니다. 크기가 작아 동양인에게 2세대 인공심장 보다 더 적절하다고 생각된 3세대 장비를 삽입하면 매우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 3세대 LVAD
 
국내에서 시도된 바 있는 1세대, 2세대 인공심장이식은 임상연구의 일환으로 시행되었으며, 삼성서울병원의 이영탁 교수팀이 2세대 인공심장이식에 세 차례 성공한 바 있다. 2014년 국내에서도 승인된 3세대 LVAD는 기존 인공심장 기계가 가진 부작용(감염, 혈전증, 출혈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형의 디바이스로 진화하였으며, 연구 목적이 아닌 치료 목적으로 실제 환자에게 이식 가능한 인공심장장치이다.

 

오늘을 위해 준비해 온 많은 시간들,
모두의 우려 속에서 3세대 인공심장이식 국내 첫 성공사례가 되다.
 



 
 
이름도 생소한 3세대 LVAD 인공심장이식.
외국의 경우에는 인공심장분야에 대해 투자도 많이 이루어지고 보편화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는 공식적으로 도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공심장분야의 발전과 도입이 불가피할 것을 예상한 조양현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심부전팀은 지난해부터 3세대 LVAD 수술을 준비해왔습니다.

 
“미국 연수를 가서 인공심장이식 수술에 참여하기도 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문헌과 자료를 찾아보며 연구했습니다.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요. 그리고 팀을 소집해서 심장전문간호사, 중환자실, 수술장 병동 간호사, 재활치료사 등 심장이식 이전부터 이후 관리까지 인공심장이식이 성공할 수 있도록 교육과 트레이닝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준비해온 시간 동안 중증심부전팀은 유기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고, 그 사이 3세대 LVAD 가 국내에 첫 도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간의 노력이 빛을 발할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어렵고 드문 수술인 만큼 수술 전날까지도 보호자와 동료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환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한 3세대 LVAD를 이용해 인공심장이식 수술이 시행되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조양현 교수를 포함 모든 심장외과 교수들과 심장마취 전문 이종환 교수팀, 그리고 심부전팀 소속 최진오 교수와 순환기내과 교수들의 세심하고 철저한 관리, 최남경 코디네이터를 비롯해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정성 어린 간호 등 유기적 팀 시스템이 가져다 준 필연적 결과였습니다.

 
국내 처음 시행되는 인공심장 모델인 만큼 전반적인 과정을 감독하기 위해 방문한 미국인 심장외과 의사 Dr. Boyce는 조양현 교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You have a solid team!”
빈틈없이 견고한 훌륭한 팀이라는 최고의 칭찬이었습니다.



 
그로부터 6주 뒤, 환자가 입원해 있던 중환자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전신 부종과 호흡곤란의 고통 속에 힘들어하던 환자의 상태는 몰라보게 호전되어 있었습니다.
 
 
그간 밤낮으로 환자 옆에서 인공심장이 잘 작동하는지, 예상치 못한 기계의 오작동은 없는지 등을 살폈던 의료진의 노고가 환자의 회복으로 보답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수술 직후 시작했던 심장재활로 한 걸음 떼는 것도 힘들어하던 환자는 어느덧 병실을 돌아다닐 정도로 체력이 회복되어 있었습니다.
 
 
“다 죽는다고 했어요. 마지막이라고. 그래서 딸에게 유언도 남겼는데. 이건 진짜 기적이에요.” 라며 환자는 오늘 이렇게 퇴원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숨이 차고 기침이 멈추지 않아 늘 웅크리고 잠들었던 수술 전의 일상은 이제 과거가 되었습니다.




 
“많은 심장환자들이 그렇듯이 단 한 번만이라도 편하게 누워서 자는 게 소원이었는데, 요즘은 누워서 자요.
?기침도 안 나고 숨도 안차요. 다시 인생이 시작된 기분입니다.”라며,
 
 
“딸이 비자문제로 다시 미국에 들어가고 나서 가족 없이 외롭고 힘들었어요. 그런데 저 쓰라고 교수님이 노트북도 가져다 주고,
?입맛 없을까 봐 간호사 선생님들이 귤이랑 수박도 사다 주시고..정말 눈물겹게..감사합니다.”고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습니다.



심장이식이 불가능한 만성 심부전 환자들의 마지막 보루,
제2의 심장이 뛴다.


출국을 닷새 앞둔 7월 21일. 환자와 조양현 교수, 그리고 환자와 늘 함께였던 최남경 전문간호사가
특별한 외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환자와 공항을 찾은 홍태희 전공의와 조양현 교수
 
 
 
출국을 앞두고 무사히 미국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미리 예행연습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퇴원 직후 연습 없이 미국으로 13시간의 비행을 해야 하는 환자의 상황이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환자분이 미국으로 가셔야 하기 때문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예행연습이 필요했습니다. 공항의 체크인데스크는 어디인지, 탑승을 위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 동선을 미리 체크해서 최소화하고, 그 동안 인공심장에 대해 혼자 처치를 하실 수 있도록 교육했던 것을 직접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일종의 재활연습이고, 교육인 거죠.” 
 
 
그렇게 두 차례 함께 외출하여 무사히 예행연습을 마친 후, 환자는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생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방문했던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다시 돌아가게 된 것입니다.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최남경 전문간호사와 조양현 교수
 
 
 
 
국내 최초로 성공한 3세대 인공심장.
조양현 교수는 현재 환자 대상으로 수술할 수 있는 유일한 이 인공심장이 말기 심부전 환자들에게 삶의 희망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공심장(LVAD)의 대상이 되는 환자분들은 첫째, 말기 심부전으로 심장이식을 대기하는 분들입니다. 두 번째는 심장이식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계신 분들인데요. 심장이식의 경우 여러 기준에 의해 환자들의 우선순위가 결정되는데, 65세 이상의 고령인 경우에는 심장대기가 길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당장 심장이식이 불가능한 환자분들에게 이 3세대 인공심장이식은 구원투수가 되어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LVAD는 꼭 심장이식을 받아야 할 경우 심장이식을 받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당장 위급한 환자분들에게는 심장이식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만약 공여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심장이식을 받을 수 없는 케이스라면 평생 이 기계가 심장의 역할을 해 줄 것이고요.”
 
 
지금까지 심장이식을 받을 기회가 없어 치료를 포기했던 환자분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생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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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얼마 뒤 조양현 교수는 한 장의 사진을 받았습니다.

미국에 도착해 손자가 건넨 꽃다발을 받아 들고 기뻐하는 표정의 사진 속 그녀는 건강해 보였습니다. 
의료진은 모두 안도했고, 진심으로 그녀의 퇴원을 축하했습니다.
 
 
현재는 심장 전문간호사가 매일 전화로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3년 뒤에 딸과 사위가 한국으로 발령이 날 것 같다며, 꼭 그 때 다시 만나자는 그녀와의 약속.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고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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