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원칙과 기술을 기반으로 환자의 생명을 건 위암과의 단판승부를 펼치다.
등록일 2014.05.07 조회수 4463
첨부파일 9.jpg(30306 KB)
외과 최민규 교수와의 인터뷰가 잡혔을 때 꽤 재미난 생각들을 했었다. 흉부외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등등 외과에서 분리된 과들이다. 모든 외과의 기본이 되는 과였으나, 의료가 현대화 되고 세분화 되면서 각각의 파트로 떨어져 나가면서 뭔가 좀 썰렁하다는 느낌? 그래도 외과의 기본이 아닌가?

이를테면, 종갓집에 남아 있는 종손의 느낌이랄까? 과 분리를 했을 초기에만 하더라도 <일반외과>라는 명칭을 사용했지만, 요즘은 다시 ‘외과’라는 이름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이다.

“그럼 외과에서는 어떤 장기를 보는 건가? 다 과 분리 돼서 떨어져 나간 거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과는 많은 장기를 본다. 배 안의 장기 모두를 포함하여 유방, 갑상선 등등 아직도 많은 장기를 보고 있다. 역시 종갓집인가? 그 중에서도 위암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의사가 바로 최민규 교수이다.

위암 전문의(위장관외과분과 전문의)가 바라보는 위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가장 스탠더드하지만 가장 다이나믹한 다양성을 지닌 위암 분야,
수술방에서 모든 걸 한번에 쏟아 붓는 딱 스프린터(단거리 선수) 체질.

외과를 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내과보다 외과파트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학생 때였는데, 재미있었어요. 내과 선생님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웃음) 이것도 성격이고 체질인 거 같아요. 제 성격 상 내과 보다는 외과가 좋았어요.”

외과 선생님들의 경우 대부분이 ‘재밌다’란 표현을 많이 쓴다. 정말 재미있는 걸까? “사람에게도 적성이란 게 있잖아요? 이런 표현이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내과 선생님들 보면 마라토너란 느낌이 들어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외과 의사...그러니까 저는 스프린터(sprinter : 단거리 선수)라고 볼 수 있죠. 저는 환자의 배를 열고, 직접 암을 상대하잖아요. 수술 한 번으로 암과의 싸움을 끝냅니다. 물론, 재수술의 경우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 한 번의 승부로 암과의 전투를 끝냅니다. 단기전이죠. 단기전이다 보니 제가 가진 모든 걸 다 쏟아내는 거죠. 수술 한 번에 모든 걸 거는 거죠. 뒤가 없어요(웃음).

그런데 내과 선생님들은 마라토너죠. 지구전입니다. 환자와 함께 긴 호흡으로 싸워나가는 겁니다. 만약 암환자라면, 항암치료를 하겠죠? 화학요법도 써보고, 방사선요법도 써보고, 항암제도 투여하겠죠. 긴 호흡을 가지고 천천히 나가기 때문에 힘 배분도 중요하고, 결정적으로 지치지 말아야죠. 같은 의사지만, 그 차이인 거 같아요.”

본인이 스프린터 체질이다?

“(웃음) 그런 거 같아요. 모든 걸 한 번에 쏟아 붓고, 결과를 기다리는 스타일이죠.”

그럼 왜 하필 위암인가? 외과가 다루는 장기가 꽤 많지 않은가? 간담췌 파트도 있고, 대장도 있고, 유방도 있고...

“위가, 그러니까 위암 수술이 외과 수술 중에서 가장 스탠더드(standard) 한 수술이라서 그러지 않을까요?”

스탠더드? 기준이 되는 수술이란 건가?

“그렇죠. 위암 수술은 외과 수술 중에서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그렇다고 쉽지도 않은 수술입니다. (웃음) 중간정도의 쉬운 수술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내 표정을 읽었나? 얼른 표정을 수습하고 다시 물었다. 어떤 의미인가?

“기준이 되는 만큼 그 안에서도 편차가 꽤 큽니다. 다양한 케이스를 많이 본다는 거죠. 굉장히 쉬운 케이스를 볼 때도 있지만, 반대로 꽤 난감할 정도의 케이스도 볼 때도 있죠.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위암수술의 매력인 것 같아요.” 

긴 세월의 습관이 만들어 낸 병, 위암.
짠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스트레스 해소책을 개발하는 습관 길러야.

위암의 경우에는 생존률이 많이 올라갔지 않은가? 일부에서는 위암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별 걱정을 안 하고, 암도 아니란 말도 하는데...

“물론 의학기술이 발달되면서 위암 환자의 생존률이 비약적으로 올라갔어요. 초기의 경우도 그렇고, 3기 이상의 중증 환자들도 수술 잘하고, 치료 잘 받으면 사회복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경과가 좋습니다. 다행스런 일이죠. 그래도 암은 암이죠. 경우에 따라서, 주로 암의 위치에 따라 진행여부에 관계없이 위를 다 절제해야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위를 떼 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데, 물론 살 수는 있죠. 그러나 위가 가지는 고유의 기능이란 게 있습니다.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위암발병률이 높은데? “우리나라와 일본이 유독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는데 음식 때문에 그런 경향이 있어요. 짠 음식을 많이 먹는 게 원인이 될 수 있구요.”

그럼 예방을 위해서 음식관리만 잘 하면 되는 걸까?

“(웃음) 위암이란 게 1~2년 음식 조절했다고, 발병이 안 되고, 1~2년 음식 조절 잘못했다고 발병되는 병이 아닙니다. 긴 세월 10년 20년의 습관이 만든 병이죠. 지금 5~60대 분들이 지난 세월 어떤 습관을 가졌느냐가 병으로 발현되던가, 되지 않던가를 결정할 겁니다. 만약 지금부터 예방을 하시고 싶다면, 채소를 많이 드시고, 짠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세요. 스트레스를 덜 받는 건 어렵겠지만, 최소한 스트레스 해소책을 개발하시구요. 술, 담배도 자제하시구요.”

의사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가장 스탠더드한 방법이지만 이 ‘기본’과 ‘기준’을 지키기란 참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도대체 암이란 어떤 존재일까?



"미친놈이죠."

네? 미친놈이라구요?

"(웃음) 정확히 말하면 미친 세포죠. 증식조절능력이 고장이 난 비정상적인 세포, 통제 불능 세포죠. 이걸 처리하는 게 제 일입니다.”

수술이 잘 끝나고 몰려오는 기분 좋은 피로감이 나를 버티게 하는 힘.
내게 있어 단 하나의 대원칙은 환자의 생명

힘들지 않을까? 외과의사라면 당연히 힘들거라는 ‘편견’이 내게는 있다.

“(웃음) 이식외과에 비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외과는 그런 부분이 있죠. 하루에 수술 3번 할 때도 있고, 위암 수술이 아니라 응급수술을 할 때는 촌각을 다투니까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스며들고, 이 긴장감이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이게 또 신기한 게 절제된 부위나 적출된 장기 들을 들고 나와요. 이걸 환자나 보호자 분들에게 보여드리거든요. 그때 되면 또 온 몸에 힘이 싹 빠져나가면서 기분 좋은 피로감 같은 게 몰려와요. 절제된 부위를 가져온다는 건 수술 다 끝났고, 그 수술이 잘 마무리 됐다는 증거 같은 거잖아요? 그때의 나른함이 절 버티게 만드는 거 같아요.”

그럼 쌓인 스트레스는?

“(웃음) 음주가무로 풀죠. 우리 팀 사람들과 회식을 하거나 같이 영화도 보려고 노력해요. 일정 맞추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같이 하려고 노력하죠.”



외과 파트는 거의 대부분 음주인 걸까? 흉부외과 쪽에서도 음주가 나왔는데... 수술장에서의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위암 수술이 스탠더드 한 수술은 맞죠. 그렇지만, 케이스가 워낙 다양하니까요. 이게 수술장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니라, 그 이전부터 수술은 시작되는 거라서... 미리 준비를 하고, 예상을 하고, 방법을 고민하죠. 그런데 막상 개복을 하고 절제를 하다보면 순간적인 판단을 요하는 부분이 발생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의사라면 최선을 다해서 암세포를 절제하고 싶지 않겠어요? 그게 환자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죠. 그런데 그 적극적 치료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민 되겠는데요?

“고민 되죠. 이때 필요한 게 원칙입니다. 대원칙은 하나죠. 환자의 생명이 최우선입니다. 수술장은 제 기술을 자랑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이런 경우는 있을 수 있어요. 제가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노력을 더 하면 생명에는 지장 없이 최대한 많은 암세포를 절제할 수 있다. 그럼 하는 거죠.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니다. 그런데 그 어중간한 경계에 서 있는 경우가 있어요. 고민을 합니다. 그럴 때는 안정적인 테크닉이 필요하죠. 대원칙이 환자의 생명이니 그 원칙에 어긋나는 방법은 피해가죠.”

마지막으로 그의 소망을 물어봤다. 역시 스탠더드 한 대답이다.

“(웃음) 좋은 수술을 하는 좋은 외과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적극적이지만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안정적인 외과의...정말 어려운 말이다. 이미 최민규 교수는 그런 외과의가 아닐까? 본인 입으로 내놓은 기준치가 너무 높은 게 아닐까? 아니면 추상적인 목표? 위암의 케이스가 너무 방대해서 기준을 제대로 정하기 어려운 면도 있을 것이다. 그가 말하는 그 ‘좋은 외과의’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전 글 최고의 실력으로 대장암 환자들의 희망을 구현하다.
다음 글 간암환자들의 새로운 삶을 창조하는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