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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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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6-17 이슈리포트] 한국의 자살 예방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6-12-28

내용

한국의 자살예방

 

  20세기 이후 한국인의 자살률은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인구 10만명당 자살율은 OECD국가 중 부동의 1위이며 전 세계에서도 몇 위안에 포함될 정도의 오명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자살율이 높은 국가의 국민들이 행복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왜 이렇게 높은 자살율의 국가가 되었을까? 전문가들마다 진단이 다소 다르고 그 해결방안에 있어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정신의학 전문의로써 지난 10여년간 한국자살예방협회의 일에 관여 하면서 우리나라의 특징적인 높은자살율의 원인과 시급하게 해결되었으면 하는 문제들을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율의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자살율은 인구 10만명당 10명이 채 안되는 자살율을 보이는, 자살율에 있어 평범한 국가였던 우리나라가 1992년부터 자살율이 2009년 최고점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은 왜 일까?  물론 이 기간 IMF사태, 카드 대란 등 경제적 위기 시기에 자살율이 크게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어려운 경제적 상황이 자살율을 증가시키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경제적 위기가 주된 원인이라면 우리나라 보다 경제적 문제가 더욱 심각한 국가가 한 둘이 아닐 텐데 그것만으로 높은 자살율을 설명하기엔 부족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율의 원인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종단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사회현상을 아우르는 이해가 포함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수년 전 시작되어 진행되고 있는 심리적 부검은 이에 대한 답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한국인의 자살 및 생명에 대한 인식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바꾸어 가야 한다.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일반적으로 자살에 대하여 관대하고 이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사회에서 자살율이 높은 것이 기정 사실이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우리사회는 자살에 대한 관대하고 때로는 미화하고 동정심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자살을 생각했을까?’,  ‘얼마나 힘들면 자살을 시도하였을까?’ 식의 동정심은 자살을 정당화하는 빌미를 제공하기 쉽다. 자살은 절대 안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자살과 생명에 대한 분명한 인식 전환을 위한 대중적 국민운동의 전개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세 번째 한국의 자살예방 정책의 방향성에 우선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2000년대 이후 국가는 자살예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중장기 계획을 세워 추진하였으며 지금도 이런 계획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자살예방은 크게 1,2,3차 예방으로 나뉜다. 1차 예방이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을 증진하여 우울증을 예방하고 국민들이 보다 건강한 생활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자살예방에 대한 관심제고와 자살예방이 가능함을 홍보하는 것들이 그 방법론이다. 2차 예방은 당장 자살의 위험성이 높지는 않지만 자살의 취약성을 가지고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이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로운 독거노인을 위한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3차 예방은 중증 우울증과 같은 자살의 위험성이 높은 집단을 대상으로 이들에게 적절한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적극적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 3단계 예방 프로그램은 대상에 맞게 적절히 제공되어야 한다. 1차 예방을 위하여는 2013년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 보건복지부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후원으로 개발, 발표한 ‘보고 듣고 말하기’ 프로그램이 매우 유용하다. 이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살예방에 대한 인식개선과 주변의 자살위험군을 식별하고 이들에 대한 즉각적인 도움을 주는 일종의 게이트 키퍼 양성 교육으로 효과적이다. 이미 수 십 만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되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보고 듣고 말하기’ 청소년 용, 직장인 용 등이 발표되었고 특수 집단을 위한 ‘보고 듣고 말하기’ 프로그램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는 이미 그 효과가 입증되었고 실제 현장에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2차 예방에서는 정신보건센터를 중심으로 행해지는 각종 자살예방사업들이 대표적이다. 취약성을 가진 집단에게 각종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시급한 것은 3차예방일 것이다. 이들은 급작스런 자살 위험성 높기 때문에 보다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고 치료를 비롯한 각종 예방프로그램에 참여시켜야 한다. 3차예방 활동 중에는 최근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를 위한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자살시도를 한 사람들이 이후 가장 자살의 위험이 높은 집단이기에 이들의 재시도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들 다양한 자살예방활동들은 이미 시작되었고 일부는 그 효과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그 결과 2016년 10월에 발표된 2015년 자살자의 수도 다소 감소하였고 사망원인에서도 자살이 4위에서 5위로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도 인구 10만명당 자살율은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고 많은 수가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자살율 OECD 1위국가에 살면서 자살예방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신건강 전문가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자살은 우리사회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하에 힘을 합쳐 자살예방을 위한 범국민적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장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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