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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6-14 이슈리포트] 취업 마라톤 완주하기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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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마라톤 완주하기

 

삼성서울병원 블로그 게재 : <고달픈 취업마라톤 완주하기, 취업난 속 정신건강 챙기는 법> 20160926  http://ohhappysmc.com/220821151117

  하반기 취업시즌이 시작되었다. 전국의 백만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은 이제 또 다시 취업이라는 미해결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끝 모를 경주를 시작한다. 매일같이 구직사이트를 눈이 시뻘개지도록 뒤지고, 있는 스펙 없는 스펙 다 끌어 모아 이력서를 빼곡히 채우며, 세상 없는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멍해진 머리를 힘껏 굴려본다. 이렇게 정신 없이 달리다가도 문득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나 진짜 취업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면 그냥 다 놓아버리고만 싶어진다.

  이러한 취준생들의 고충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어두운 취업 현실을 공감하듯 ‘흙수저’ ‘N포세대’ ‘헬조선’과 같은 신조어들이 유행이다. 반복되는 실패로 인한 우울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독이 되어 취준생들의 몸과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든다.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되질 않으니, 취업을 아예 포기해 버리거나 자신의 삶 조차도 포기하려 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이 사람 잡는 취업난에 어떻게 대처해나갈 수 있을까?

  청년 취업난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일자리 창출 및 취업지원 제도와 같은 정책적 차원의 대책들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빠르게 변할 리 만무한 현실에서 무방비 상태에 놓인 취준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심리적 개입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실제 미취업에 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실업률이나 경제적 자원과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들 뿐 아니라 개인의 취업에 대한 믿음 또는 스트레스 대처 방식과 같은 심리적 요인들이 취준생의 정신건강과 상당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상담심리학자로서 오늘 하루도 지쳐있을 취준생들에게 취업준비를 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한 몇 가지 심리학적 전략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 페이스 조절을 하라.
  취준생이라면 누구나 최대한 빨리 취업을 하기 원할 것이다.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심리적으로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같이 단기간에 취업이 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길어질지도 모르는 취업 기간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한다.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의 심리학자 Wanberg 교수는 취업을 “엄청난 노력과 감정의 자기조절을 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즉, 긴 시간 동안 지속되는 미취업 상태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반복되는 불합격과 취업 과정의 지루함 속에서도 꾸준히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스트레스 요인들로 인한 실망, 분노, 좌절과 같은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흡사 마라톤 선수들이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완주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전략과도 같다. 마라톤을 달리는데 계속해서 전력질주만 한다면 틀림없이 금방 소진되어 포기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단기간에 ‘취업을 반드시 뽀개리라’는 마음으로 무리해서 준비를 했다가는 금방 취직이 되지 않는다며 조바심을 내거나 ‘역시 안될 줄 알았어’라며 자책하며 포기에 이르기 쉽다. 대신 ‘그래, 요즘 취업난이라는데, 취업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어’라고 처음부터 인정을 하고, 혹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취업이 될 거라는 믿음을 유지하고 준비를 계속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취업 준비로 인해 이미 많은 체력과 감정이 소모되었다면 또 다시 달리기 전에 잠시라도 지쳐있는 몸과 마음을 돌아보고 충전하는 시간을 반드시 갖도록 하자. 그리고 친구들이 먼저 취직을 하게 되더라도 거기에 휘둘리기보다는 자신의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며 성실히 준비하여 늦더라도 꼭 멋지게 취업에 성공하도록 하자.

둘째, 취업 준비 기간도 삶의 일부임을 기억하라.
  흔히 취준생들은 ‘취업만 하면…’이라는 마음으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취업 준비에만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을 위해서는 인간관계도 포기하고, 여가생활도 포기하고, 내 건강도 포기한다. 취업만이 삶의 유일한 목적이 되다 보니 취업이 잘 안되면 “난 여태까지 취업도 못하고 뭐한 거지…”라며 허무한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다. 이럴 때는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도 내 삶의 일부이며, 나에게도 취업 준비 외의 삶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취업 준비 기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음을 생각할 때, 이 모든 것들을 포기하기에는 삶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느껴지더라도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누려보자. 가령, 일주일에 한번 서점에 들러 내 마음 읽어주는 시 한편 읽는다거나, 친구와 등산길에 올라 마음을 다시 다져보는 등 생각보다 손쉽게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취준생의 가족이라면, 취준생도 삶을 누릴 자격과 권리가 있음을 존중해주자. 가족의 핀잔은 취준생의 취업 스트레스를 높이는 대표적 요인 중 하나이며, 반대로 가족의 지지는 취업 스트레스로부터 취준생을 보호해주는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너 대체 언제 취업할래?”라는 비난 섞인 말보다는 “고생 많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며 어깨 한번 두드려주고, 함께 여가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서로를 더 이해하고 취준생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셋째, 취업 과정을 배움의 기회로 여기라.
  네덜란드의 한 심리학 연구에서는 구직자들을 세 개의 집단(학습지향집단, 성취지향집단 및 통제집단)으로 나누어 그들의 심리적 적응 정도와 취업 성공 여부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구직 과정을 자신의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고 구직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하나의 기회로 보았던 학습지향집단의 구직자들이 다른 구직자들과의 경쟁과 취업성공여부에 집중한 성취지향집단과 통제집단의 구직자들에 비해 구직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더 잘 대처하였으며, 8개월 후 취업률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를 의미 있고 생산성 있는 시간으로 여기는 것이 취업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인해 무력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지속적으로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는 동기를 높여주는 것이다. 만약 불합격을 했다면, ‘…했어야 했는데’와 같은 과거형의 후회보다는 자신이 부족했던 부분을 파악하여 ‘다음 면접 땐 꼭 이렇게 하겠어’라고 다짐하며, 취업 준비를 하면서 더욱더 준비되어 가는 나의 모습에 집중한다면 힘든 취업 과정이 조금은 편안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취업 과정을 배움의 기회로 여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수많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준비하는 시간을 비단 취업을 하기 위한 수단만이 아니라 철저한 자기 이해의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회사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억지로 만들어내기보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어떠한 사람인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고, 내가 원하는 직장은 어떤 곳인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다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추후에 직장을 선택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 연구들은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많이 할 수록 취업이 될 확률은 높아지지만, 취업 후의 일에 대한 만족감에는 오히려 구직을 위한 신중한 준비가 더 중요함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믿고 도전해보자.
그렇다. 어쩌면 이제 취업은 마라톤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달리다 숨이 목까지 차올라 죽을 것 같을 땐 잠시 쉬어 가보자. 마른 목도 축이고, 스트레칭도 하고, 주변에 뭐가 있는지 한번 둘러도 보자. 그리고 혹시나 지쳐서 넘어질 때면, 친구나 가족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도움을 요청해보자. 자, 준비되었는가? 이제 숨을 고르고 다시 한번 달려보자. 멋지게 완주하는 상상을 하며 달리다 보면, 어느덧 피니쉬 라인에서 더욱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심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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