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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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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6-6 이슈리포트] 강남역 살인사건, 중증 정신질환자 보호대책 마련 계기로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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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사건, 중증 정신질환자 보호 대책 마련 계기로 삼아야

 

한겨레 29면 4단 게재 : <[왜냐면] 중증정신질환자 보호대책 마련해야> 5/31 (http://goo.gl/z5IrZa)

  지난 주 강남역에서 매우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초기 “여성들이 자신을 견제하고 괴롭히기 때문에 저질렀다”는 여성혐오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여성들의 분노와 두려움을 자아냈다. 그 후 ‘여성 혐오의식’과 ‘여성 대상 폭력의 일상성’에 대한 사회적(여성들의) 고발, 분노 확산 및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를 앞세운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여성혐오 의식은 우리 사회에 자리잡고 있는 뿌리깊은 성차별 의식과 사회적 관행이 아직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은데서 비롯된다. 물론 실제로는 성차별 의식이 그동안 개선되어 왔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여성, 특히 젊은 여성들이 기득권 남성들의 성차별적 발언과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사회 곳곳에 배치된 성차별 관행은 이들의 불만과 분노를 야기시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젊은층의 취업이 매우 힘들어지면서 생존투쟁의 장에서 여성들 때문에 밀리고 있다는 ‘일배’와 같은 소수 남성들이 삐뚜러진 생각과 일탈행동이 여성들의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다.

  이 사건은 젊은 여성들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극단적인 강력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내 주변에도 있을 수 있고, 내가 조심한다고 예방할 수도 없으며, 상대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으로 인해서 비이성적 공포심이 극대화되고 있다. 또한 이 사건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 강남역에서 발생하여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는 무력감을 확산시켰다. 덧붙여 ‘세월호사건’ 이후 정치권은 ‘안전사회’를 부르짖고 있지만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것이다.

  첫째, 이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자는 위험한 존재이니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는 극단적인 생각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정신질환자의 비율은 일반인보다 낮지만 치료를 받지 않는 중증 정신질환자는 위험할 수 있다. 대부분의 중증정신질환자는 꾸준한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 정신질환자는 사회적 관심이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우리의 이웃일 뿐이다. 정신질환자들이 치료를 거부하지 않도록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여야 하고, 정신과 치료 받으면 나중에 차별받는다는 세간의 두려움을 불식시키는 정부의 명확한 선언이 필요하다.

  둘째, 이 사건을 정신질환자에 의한 극히 예외적인 범죄로 축소해서 대충 넘어가려는 생각도 옳지 않다. 정신질환자의 망상은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기도 한다. 625 전후에는 공산당, 그 후에는 안기부, 보안사 관련 피해망상이 지배했었고, 이번에 드러난 성별 관련 망상은 우리 사회의 남녀 성별 갈등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반영한다. 여성혐오 의식의 확산은 비정상적 사고를 가진 극소수의 남성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위험한 일탈현상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차별 의식과 관행을 돌아보고, 더 나아가 성별간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에 대한 사회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 또한 우리사회 군대를 다녀온 젊은 남성들이 갖고 있는 상대적 피해의식에 대해서도 배려가 필요하다.

  셋째, 정신질환자 및 가족에 대한 사회적 지지시스템이 강화되어야 한다.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부모가 51%, 배우자 24%인 반면에 비면식 관계는 3%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정신질환자 관리를 가족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국내 정신보건법도 가족이 환자관리 책임을 지는 것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 1인가구가 전체 세대의 27.1%까지 증가되고, 가족의 부양능력이 약화되면서 점점 많은 중증정신질환자들이 1인가구를 구성하여 고시원이나 쪽방 등에서 독립주거를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치료가 중단되고 심하게 악화되어 난폭한 행동을 할 때에야 주위에서 인지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가족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하여야 한다.

  넷째, 최근에 정신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정신질환자 인권보호를 위하여 비자의입원 요건을 강화하고 장기입원을 막는 장치를 도입하였다. 내년부터 더 많은 중증정신질환자들이 사회에서 일반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회가 증가되지만, 역으로 치료가 중단되어 재발되는 사람로 늘어나게 된다. 중증정신질환자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치료 받도록 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난폭한 행동을 한 정신질환자의 경우 사회내 치료를 의무화하는 외래치료명령제를 활성화하여야 하고, 중증정신질환으로 퇴원한 환자들은 정신보건센터에서 반자동적으로 등록되어 사회에서 관리받을 수 있는 제도 도입을 고려하여야 한다. 우리도 중증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존중하면서도 이들이 사회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이들을 잘 보호하는 지역사회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 어려운 시기에 있다.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홍진표 소장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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