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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안의 이야기

글 내용
제목 효녀될거예요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3-03-15

내용

작성자 : 오수영교수님
얼마 전 토요일 구순열과 구개열이 같이 동반된 아기를 받았다.
이 산모와 보호자는 태아에게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임신 22주 경 산부인과 정밀 초음파 검사를 통하여 미리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본원으로 전원되었고 나의 외래에서 1차 상담 후 소아성형외과 임소영 교수(사실 나와 같이 교수실을 쓰고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에게 출생 후 수술적인 치료방법에 대해서 자세한 상담을 받았다. 이후 임신의 경과는 특별한 소견이 없었으며 임신 39주에 자연진통으로 토요일 아침 분만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초음파에서 양측성 구순열과 구개열의 소견이 명확하게 진단되어 비교적 심한 타입의 구순 구개열이었던 것이다.

외래를 보다 보면 태아기형으로 의뢰되어 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들에게 내가 상담하는 이야기는 순서가 있다. 이 순서는 내가 많이 고민하여 정한 것인데… 내 방에 진료의 보조를 위해서 들어오는 간호사 또는 사원 친구들은 내가 녹음기처럼 똑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서 아마 속으로 웃긴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일단 태아 기형으로 진단된 산모와 가족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나는 인사를 하면서 산모와 남편 이외의 보호자에게 “어떻게 되세요?”라고 관계를 물어보는 질문을 한다. (선입견일수 있으나) 이유는 같이 동반한 남편 이외의 보호자가 친정 어머니인지 시댁 식구인지에 따라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흔하게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동반자가 남편 쪽이라면 ‘이러한 태아 기형이 확률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지 산모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하여 이야기한다.

이렇게 산모와 보호자, 동반자와의 관계 파악을 한 후 상담을 시작한다. 제일 먼저 이야기 하는 부분은 ‘태어나는 아기들이 모두 외형적으로 정상으로 태어나면 좋겠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다. 태어나는 아기들 100명 중 2-3명 정도는 크고 작은 이상이 있게 태어납니다’라고 이야기 한다. 이러한 멘트를 하는 이유는 선천성 기형이라는 것이 일단 얼마나 흔한 것인지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한편으로는 산모와 보호자가 파악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외형적’ ‘구조적’ 이라는 것을 강조하여 ‘기능적’인 태아 또는 신생아의 이상은 우리가 산전에 전혀 알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그 이유는 가끔 산모와 보호자는 초음파에서 현재 (구조적인) 이상이 없는 것을 출생 후 처음으로 일을 시작해야 하는 페기능 이라든지, 소화기능 이랄지 이 모든 기능이 정상일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은 ‘이러한 확률적인 태아기형, 전체의 2-3%를 차지하는 구조적인 기형 중에는 다운 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이상도 있고 선천성 심장병(TV에 선천성 심기형 아기들 이야기 들어본 적 있지요 라고 물어보면서.)도 1000명중 8명, 약 100명 중 한 명꼴로 태어나고 콩팥계열이 안 좋는 경우, 장이 막힌 경우, 뇌의 이상이 있는 경우, 언청이(구순열) 등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라는 이야기를 먼저 해준다. 그리고 그 중에 현재 배속의 아기의 기형의 종류는 어디에 해당함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설명에는 동그라미를 이용하여 설명한다.

세번째 단계로 각각의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시작한다. 예를 들면 선천성 심장병인 경우에는 수 십년간 소아흉부외과 및 소아심장 전문 분야의 치료 성적의 향상으로 인하여 치료 후 경과가 매우 양호함을 강조하여 설명하고 신장계열의 이상인 경우는 신장 이상의 종류가 얼마나 흔한지 또한 신장은 우리 몸에 두개가 존재하니 얼마나 다행인지를 강조하여 이야기한다. 이러한 장기의 이상 중 구순, 구개열과 같은 얼굴의 이상에 대해서는 동반기형의 유무나 염색체 이상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고 ‘아기가 생긴 것이니 낳고 나서 잘 치료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한다. 사실 구순 구개열이 진단되는 임신 주수는 대부분 산모가 태동을 느끼는 20주 이후의 시기이다. 자신의 몸 속에서 소중한 자신의 생명이 자라고 있음을 이미 느낀 상태에서 (법적인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임신종결’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최근의 나의 선천성 기형에 대한 상담은 비교적 간결해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낳고서 보면 됩니다” 라고 문제를 단순화하여 산모와 보호자에게 이야기 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11년 몇 달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본원의 태아통합클리닉 홈페이지를 진료실 안에 컴퓨터에서 찾아주고 이 홈피를 집에 가서 보라고 이야기 하여 준다. 예를 들면 이 산모의 경우와 같이 선천성 구순, 구개열의 수술 후 사진 같은 것을 통하여 보도록 하고 또한 태아기형으로 산전에 진단이 되었고 임신을 잘 유지하고 출생 후 치료를 받았던 산모의 수기를 모집한 사이트도 읽어보아 이러한 일들이 얼마나 흔하게 일어나는 일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대개 산모와 남편만 진료실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임신종결을 고려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양쪽 집안의 어르신(할머니, 할아버지)가 동반하는 경우는 특히 구순, 구개열과 같은 외형적인 이상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태어날 아기가 ‘사람구실을 하겠냐’ 또는 ‘아기가 겪을 고생이 안스러워서 임신을 종결하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나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생각들은 산모 및 남편 또는 어르신(할머니, 할아버지)의 생각이지 엄마의 몸속에서 이제 발차기를 겨우 시작한 태아(fetus)의 생각은 아니다라고… 예전에 1월 4일생의 아들을 둔 언니가 아들을 초등학교에 보내려고 하는 시점에서 일년을 먼저 보낼 것인지 늦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서 소아과(또는 소아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와서 해 준 이야기가 있다. 특히 남자아이인 경우 또래보다 체구가 작으면 괜히 덩치가 큰 친구들에게 치일 것 같은 우려를 많이 했던 시절이다(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언니는 병원에 갔다와서 이러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수영아, 소아과 선생님께서 그러는데 1월 생으로 학교를 일찍 보내는 것에 대해서 아이를 걱정하는 것은 100% 부모의 정신적인 문제이지, 아이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학교에서 잘 적응을 못하는 경우는 체격이 큰 남학생에게도 있을 수 있는 문제이라고. 부모가 쓸데 없는 걱정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하더라” 나는 이 소아과(소아정신과) 선생님의 상담내용이 구순 구개열로 산전에 진단된 경우 출생 후 여러 단계에서 수술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구실을 하겠냐’ 라는 질문에 나는 속으로 이렇게 답한다. 사지 멀쩡하게 태어나서도 추후에 패륜아가 되는 경우도 더러 신문에 난다. 오히려 자신이 선천성 기형이 있었지만 엄마, 아빠가 좋은 생각만 하고 건강하게 출산하여 수술적인 치료를 잘 받게 해준 아기의 경우라면 과연 이 친구가 성장한 이후에 부모을 얼마나 존경하고 사랑하며 평생을 고마워 할 것인가?

또한 ‘아기가 겪을 고생이 안스러워서 임신을 종결하고 싶다’ 라는 질문에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교를 일찍 보내는 것에 대한 우려가 부모의 문제이지 아기의 문제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이는 ‘아기의 겪을 고생’이 아니라 그걸 옆에서 지켜봐야 할‘부모의 고생’을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잊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전에 발견되는 선천성 기형 어떠한 경우도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아야 하는, 삶(life)에 compatible하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물론 예외는 있다. 예를 들면 양측성으로 신장이 없는 기형인 경우 어떤 주수에 태어나더라고 이는 생존 능력이 없다). 만약에 사지 멀쩡하게 태어난 자신의 아기가 놀이터에서 넘어져서 심하게 다쳐서 얼굴이 찢어졌다면 당연히 수술적인 치료를 받도록 했을 것이다. 외모지상주의에 편승하여 양악수술이 유행처럼 많이 시행되는 우리나라에서 수술적인 위험성이 그 보다 훨씬 덜한 (성형외과 교수의 이야기) 구순, 구개열에 대한 수술이 왜 아기에게 고생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솔직히 마음을 들여다 보자. 이는 아이의 고생이 아니라 아이의 고생을 옆에서 보고 싶지 않은 부모의 또는 어르신의 마음일 뿐이다. 얼마 전 (지금은 국회의원이신) 박인숙 선생님의 책에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보았다. "태어날 때 눈에 보이는 선천성 기형이 없다고 해서 평생 완벽한 삶을 누릴 것이라는 보장이라도 있단 말인가?"(박인숙 선생님의 글: 생명 경시풍조와 무분별한 낙태 중에서)산부인과 의사로서 태아 기형에 대한 상담을 주로 했던 의사로서 300%공감하는 말이고 산모와 보호자, 그리고 진료실 안으로 같이 들어오는 어르신들께 해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토요일 아침, 구순 구개열이 있었던 아기를 받으면서 나는 산모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이제 잘 치료 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효녀될 꺼예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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